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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전문가칼럼]① 강요당하는 직원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기업문화 패러다임의 변화 : 강요에서 존중으로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앞으로 예고되는 기업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2018년 5월 4일, 또 하나의 촛불이 광화문을 메웠다.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을 견디다 못한 직원 수백 명이 촛불을 든 것이다.

 

4년 전의 ‘땅콩회항’ 사건 때와는 달리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채팅방을 만들고 촛불을 들었다. 촛불 집회에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가슴 속에 쌓인 울분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사건 덕분에 기업문화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문화는 군대나 다름없이 수직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어느 기업에서든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까라면 까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문화가 새롭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변화의 방향은 직원들에 대한 ‘존중’이다.

 

이제부터는 제아무리 재벌 총수라 할지라도 일개 직원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조직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직원 개개인에 행해지던 강압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직원의 인격이나 사생활에 대한 존중의 문화는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강요당하는 직원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나 다름 없다. 특히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미래를 이끌어갈 세계적인 기업들의 성공 뒤에는 놀랍도록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대서특필된다.

 

혁신적인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말하는데, 이를 위해선 구성원 간의 수평적인 관계가 핵심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왔던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우리에겐 수직적인 관계가 훨씬 자연스럽다.

 

가부장제와 유교식 전통의 영향이 큰 탓이다. 심지어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끼리도 나이로 서열을 나눌 정도이니 효율이 중요시되는 기업에선 오죽하겠는가.

 

이처럼 수직적인 문화는 우리의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상당한 성과를 안겨 준 건 부인할 수 없다. 조직 내의 서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덮어놓고 이런 문화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으니, 그것은 바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형성해버렸다는 것이다.

 

권위라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권위는 무언가를 강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상사에게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기 힘든,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구조적인 강요 시스템이 우리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갉아먹고 있다.

 

이처럼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직원들은, 결코 21세기의 시장이 원하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은 직원들을 강요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혁신의 원동력으로 대우한다.

 

이제 어느 기업이든지 직원들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면 강요의 울타리를 걷어 내고 존중의 문화를 형성해야만 한다.

 

한국식 조직문화 혁신,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몇 가지 방법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선 철저한 성과 보상제를 들 수 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과에 따른 보상이므로 철저하게 성과를 따져 성과급을 지급하면 직원들은 강요하지 않아도 일에 몰두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에 근거한 철저한 성과보상제로 유명했던 GE와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그들이 그토록 신봉했던 상대평가제를 폐지해 버렸다. 그들은 이런 제도가 직원들의 창의성과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완벽한 복리후생 제도를 갖추는 일이다. 복리후생이 잘 갖춰져 있으면 직원들은 더욱 업무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복리후생 제도가 잘 갖춰진 자동차 회사에서 노사관계 업무를 했던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는 이미 완벽한 복리후생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매년 새로운 복리후생에 대한 요구가 쏟아진다. 그런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회사는 매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길 뿐 크게 만족하지는 않는다.

 

이 두 가지가 힘들다면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일반적으로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임원’으로 나뉘는 복잡한 계층을 단순화시키고 호칭을 ‘~님’으로 통일시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이 역시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직급을 단순화시킬 경우 승진으로 인한 임금인상의 효과가 줄어들어 오히려 직원들의 불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호칭 역시 오랜 관성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수직적인 문화는 그대로인데 호칭만 다르게 부르니 어색하기만 한 거다. 무엇보다 자율적인 분위기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강제’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직원 존중의 기업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깊이 자리 잡은 권위주의적 요소들을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강요는 권위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혁신이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된 지금, 조직문화 혁신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큰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회부터는 우리 기업에서 강요시스템을 형성하는 권위 주의적 요소를 걷어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회의법에서부터 근무시간을 늘리지 않고서도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 등을 소개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무작정 외국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하는 게 아닌, 한국식 조직문화 혁신법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자아도취에 빠진 대한민국의 리더들'이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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