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작년 5월, 인천항에 정박하고 있던 5만 2000톤급 중고차 운반선 오토배너호에 화재가 발생했다. 약 2400대의 중고차를 싣고 있었는데 진화작업 기간만 무려 3일이 걸렸다. 선박에 실려있던 자동차 2474대 중 1594대가 전소했고 나머지 880여대는 수출 예정지였던 중동지역으로 정상 수출됐다.
대형 선박은 화재 3개월 후 선박 해체 전문업체인 평길해양이 260만불에 매수해 부산항으로 예인한 후 해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항만공사에는 해체 선박이 워낙 대형으로 해체할 만한 공간이 없고 항만사고 발생위험이 크다며 부두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거제도 등 다른 경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길해양은 6개월 이상 인천항 '애물단지'로 방치되어 있는 선박을 그냥 두고볼 수 없어 관세사와 함께 인천세관에 컨설팅을 요청했다.
인천본부세관 인천항수입2과 이홍현 팀장과 직원들은 국내 해체가 아닌 해외 수출로 눈길을 돌렸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선박해체 전문국가가라는 정보를 평길해양 측에게 제공해주었고, 평길해양은 이에 맞춰 방글라데시의 한 업체에게 접촉했다.
처음 해당 업체에서는 소유주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천세관은 수출입신고필증을 발급해 소유주를 증명해보였다. 수출 시 반드시 필요한 HS코드와 관세율, 부가세 정보도 평길해양 측에게 안내해 수출 준비를 도왔다.
방글라데시와의 계약 사항 중 하나는 선박 내 소실 자동차를 제외한 선박만 매입하는 것이었는데, 화재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이 0%였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세관은 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은 후 불에 탄 자동차를 고철로 수입신고해 폐차 처리하고 화재 선박은 방글라데시로 수출하게 했다.
선박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인 것은 물론, 자칫 더 길어질 수 있었던 정박기간 동안의 정박료(2억 8000만원)와 인천항만공사로부터의 과태료(500만원)도 면할 수 있었다.
이홍현 팀장은 "세관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국민, 수출입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세관 공무원이 존재하는 거잖아요. 평길해양 측에서 긴 시간동안 마음고생 했던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수출입을 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기업이 언제든 관세청을 찾을 수 있도록 저희가 먼저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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