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세무사(前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과거 세무사회가 친목단체의 성격이었을 때는 권위있는 후보가 당선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다른 전문자격사 협회와 영역다툼도 해야 한다. 현재 변호사협회장도 밑바닥부터 고생한 변호사가 회장이 됐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세금융신문=유재철 기자, 전한성 기자)서울 교대역 인근 위치한 세무법인 리젠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규 세무사(세무법인 리젠 대표)는 첫 마디부터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 세무사가 이렇게 강한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국세행정 경험뿐만 아니라 2년 전 세무사회장 선거의 패배를 통해 얻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선거에서 지방회장들을 포함한 세세회(세무대학 세무사회), 고시회 등 모든 단체가 나에 대해 지지선언을 했다”며 “그것만 믿고 선거 홍보물 정도로 회원들에게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큰 오산이었다”고 패배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당시 3선 논란이 있었음에도 정구정 회장이 결국 당선된 것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그런(회칙) 것은 안중에도 없다”며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 회장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공직생활과 세무사 경력 그리고 10여 년의 회직 경험도 그에게 큰 자신감이다. 이 세무사는 “그 어느 때 보다 혁혁한 공을 세운 정구정 현 회장과 10여 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배워야 할 점과 버려야 할 점을 익혀 왔다”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회장직을 수행할 자신이 있어 이번 제29대 세무사회장직에 도전하게 됐다”고 출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구정 회장에 대한 여러 말들이 많지만 그만큼 열심히 한 회장도 없다”며 “내가 다녀본 모 지역의 경우 정 회장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평가는 일부 언론에서 비춰지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세무사회장은 ‘갑’이 아닌 철저한 ‘을’이다.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때론 부탁도 해야 하고 고개도 숙일줄 알아야 한다”면서 “‘갑’ 으로 잔뼈가 굵은 고위직 출신은 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던 지난 2003년,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국회의원실도 너무 자주 가니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환영받지 못했다. 한번은 해당 의원이 보좌관을 시켜 우리를 더 이상 출입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 적도 있었다”며 “자존심이 너무 상해 내가 그만가자고 해도 정 회장은 듣는 기색도 없었다. 그런 대접에도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의원실로 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이들 콤비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는 정 회장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1968년 9급으로 국세청에 들어간 이창규 세무사는 이후 24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1984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해에는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조사반으로 발령받은 이후 조사관리계장과 본청 조사계장을 거치면서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승승장구 하니 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청장이 나에게 ‘근본은 흔들리지 말되 바람이 불면 가지는 흔들어 줘라. 가지까지 안 흔들어주면 부러져 죽는다’라고 했던 것이 지금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지금은 유능제강(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의 자세로 모든 것을 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사무실 안 테이블 위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인쇄된 종이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는 “내가 조사관리계장 하고 나왔을 때 권위의식에 젖어 있어 5년간 매우 힘들었다”며 “이번 선거도 권위의식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세무사회가 친목단체의 성격이었을 때는 권위있는 후보가 당선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다른 전문자격사 협회와 영역다툼도 해야 한다”면서 “현재 변호사협회장도 밑바닥부터 고생한 변호사가 회장이 됐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세무사업계가 당면한 과제와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이 세무사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그동안 세무사회가 우리의 자존심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현재 세무사는 세무회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업진단 등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상태다”면서도 “자존심은 세웠지만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세무사회가 나서서 회원들의 수익을 위해 돈이 될 만한 것을 해야 한다”며 “회장에 당선되면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해 800명 가까이 국세행정 경력자와 고시출신 세무사들이 배출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며 “세무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도 이 부분이 큰 문제다”며 “변호사·공인회계사협회와 함께 한 해 배출되는 전문자격사 수를 줄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있는 명의대여 세무사에 대해선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사무실을 다녀 봤는데 명의대여로 추정되는 사무실이 꽤 있었다”며 “파파라치제도 등을 운영해 강력한 제재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단체가 세무사회에 난립한다는 외부비판에 대해선 “그 단체의 궁극적인 목표도 결국 세무사가 잘되기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회칙상 필요에 의해 설치된 지방회장의 역할이나 기타 세무사회 발전을 위해 조직된 고시회 등 임의단체의 존재를 존중하고 상호 협력해 회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세무사회가 앞만 보고 고속으로 달렸다면 이젠 다음 도약을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라며 “현재 반목과 분열이 난무한 세무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단일화 없이 끝까지 경주를 마치겠다고 단언한 이 세무사는 “회원들을 위해 몸을 던져 조금이라도 더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와 권익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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