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공무원 수가 절대 불변의 원칙도 아니고, 필요하면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명박-윤석열 정부의 인원 감축 명분은 돈이다.
그런데 인원 감축을 해도 인건비는 줄지 않는다.
인건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임금 물가(공무원 임금 상승률)와 사람 수다.
인원 증가기(노무현‧문재인 정부)에는 물가, 사람 수, 인건비가 큰 틀에서 같은 우상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인원 감축기(이명박‧윤석열 정부)를 보면 인건비는 사람 수보다 임금 물가를 따라 움직였다.
2008년 인건비 14.3% 상승은 논외다. 2008년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미리 짜준 예산 계획으로 움직이고, 전년도 총원 1992명 증가가 반영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2009년 임금 물가는 0.0%였고, 국세청 총원은 1666명이나 줄었다.
임금 물가, 사람 수, 인건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인건비도 대폭 줄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 인건비 감소율은 –1.1%에 불과했다.
2010년 총원이 1654명 늘어났어도 인건비(1.1%)는 물가(0.0%)처럼 제자리를 유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세청 인원을 매년 백 단위로 줄이지만, 인건비 증감률 방향을 바꾸진 못했다.
2023년 인건비는 1.7%로 임금 물가와 동률이었고, 2024년은 임금 물가(1.7%)보다 조금 높았다(2.1%).
공무원 1명당 340명을 줄여도 연봉‧수당을 합쳐 30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102억 정도다.
2023년 기준 연간 인건비 1조3527억원(2023년)을 굴리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작은 돈 아니겠느냐 싶겠지만, 100억 정도라도 인건비 0.7~0.8%정도의 영향을 미친다.
◇ 뒷문 뒤 뒷문
전체 정부기관으로 보더라도 예산안 기준 연도별 공무원 보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2021년 40.2조원, 2022년 41.3조원, 2023년 43.1조원, 2024년 44.8조원이다.
75만 국가공무원을 연간 1%씩 5년을 줄인다고 한다면, 한 해에 7500명 정도는 줄 것이고, 2023~2024년 예산안 어딘가에는 5000억원 정도의 감소요인이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인건비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정권이 정말로 인건비를 줄이고 싶다면 100% 확실한 방법이 있다.
기관 이름 싹 지우고 일괄로 몇 퍼센트씩 인건비를 삭감하면 된다. 임금 물가와 인원은 짤린 인건비 따라 조정하면 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공무원을 몇 명 줄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인건비를 얼마 줄이겠다’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삭감이 중요해도 정부기관별 형편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인건비를 못 줄인다.
인원 놀이는 정치 게임이지만, 돈 배정은 힘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라도 힘센 정부기관이 있고, 그런 기관은 정원, 인건비 다 안 줄이려 한다.
그러면 2위, 3위, 4위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쟤도 안 줄이는 데 우리가 왜 줄여’하고 난리가 난다.
힘없는 기관은 좀 깎일 것이겠지만, 그런 조직은 사람 수도 적고, 티도 잘 안 난다.
실제 2024년 예산안을 보면 법무부(검찰 포함)와 경찰청은 인원을 몇 십명씩 더 챙기면서, 인건비도 각각 858억원, 4196억원씩 얻어갔다.
총원이 173명을 줄어드는 국세청도 인건비는 285억원을 더 챙겨갔다. 직원들이 줄어도 어떻게 돈 쓸지 정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 삭감이 목적이라면, 돈의 게임, 힘의 게임에 손을 대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공무원 인건비 줄이기는 자신의 왼손과 오른손을 싸움시키는 쌍수호박(雙手互搏)에 가깝다.
그렇다고 인원감축기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의 표는 근로자 100명 이상 민간기업 종사자 평균 임금과 공무원 평균 임금을 비교한 표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2009년까지 89%였던 보수 수준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80%대 중반아래로 내려앉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제자리를 오가다 2017년에야 80% 후반에서 90%대를 오갔다.
2022년 83.1%로 하락했는데, 2023년, 2024년은 미지수다.
인건비 예산 자체는 2022년 41.3조원, 2023년 43.1조원, 2024년 44.8조원이지만, 그 돈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가봐야 안다.
“정부마다 기조인 거죠. 인원 증가나 축소 중 뭐가 정답인지는 그 정부에서 정하는 겁니다. 공무원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건 이념의 문제입니다. 인원이 목표인 이상 인건비보다 머릿수가 중요한 거죠.” (한 정부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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