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0·15 가계부채 관리대책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위축이 분명해졌지만, 가격은 예상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가 유지되면서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았고, 실수요 및 중간 가격대 매수층도 크게 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는 관망세가 두드러졌으며, 거래량 감소가 가격 하락으로 직결되지 않는 흐름이 나타났다.
정책의 목표였던 ‘거래 정상화’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 중심의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금리와 DSR 규제가 유지되면서 수요층이 충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은 거래량만 줄고 가격은 소폭 조정을 거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거래 둔화–가격 방어’ 구조가 서울 전체에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강남3구·용산과 서울 외곽의 흐름은 분명하게 갈라졌으며, 이 양극화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분석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 강남·용산, 신고가만 더 늘어
5일 신한 Premier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 분석에 따르면 토허구역 지정 이후 강남3구·용산구의 신고가 비율은 지정 전 42.5%에서 지정 후 51.5%로 9.12%p 상승했다. 서울 비토허구역 대비 상승 폭은 13.41%p에 달한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38% 감소했지만 평균 거래가격은 22.8억 원에서 23.9억 원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매수 장벽이 높아진 시장에서 자금력이 탄탄한 상위 수요층이 주요 매수 주체로 남아 고가 중심 실거래가 이어진 결과다. 토허구역 허가 요건과 실거주 조건이 남아 있음에도 강남3구·용산의 가격은 조정을 받지 않았다. 매물 희소성과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 갱신 거래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신고가 비율 상승 폭은 용산(+10.8%p), 송파(+10.1%p), 강남(+8.8%p), 서초(+8.3%p) 순으로 컸다. PH129, 한남 나인원, 반포·잠실 주요 단지 등 대형 브랜드 단지에서는 초고가 거래가 이어졌고, 중소형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양 전문위원은 “거래는 줄었지만 고가 수요는 남아 있고, 매물은 더 얇아져 가격이 눌리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정책이 강남·용산의 가격 하방을 누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고가 비중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외곽, 대출 규제에 직격탄 맞아
강남과 달리 외곽 지역은 10·15 이후 시장 변화가 훨씬 더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 노원(-13.4%p), 도봉(-12.5%p), 금천(-11.6%p) 등 외곽 지역은 신고가 비율이 크게 하락했고 거래 부진 역시 심화됐다.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비허가 지역임에도 규제와 금리 부담이 집중되며 전형적인 약세 흐름이 강화된 것이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은 낮지만 소득·자산 여력이 제한적인 수요층이 많아 대출·DSR 의존도가 높다. 10·15 대책 이후에도 DSR 규제가 유지되면서 중저가 실수요층의 레버리지 여력은 거의 확대되지 않았고, 기준금리 고착 구간이 길어지며 이자 부담도 더 커졌다. LTV나 일부 규제를 완화해도 실제로 대출 실행이 어려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갭투자 기반 수요 위축도 외곽 약세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2021~2022년 고점 구간에서 전세를 활용해 매입했던 일부 수요는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매도·매수 모두 관망으로 돌아섰고, 거래가 얇아지며 신고가 비중이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비사업 모멘텀에서도 외곽은 불리하다. 강남3구·용산은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중장기 가격 하방을 받치는 반면, 외곽 지역은 사업성·분담금·분양가 규제 등 여러 변수로 추진 속도가 느리다. 양 전문위원 분석처럼 금리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간에서는 ‘미래 가치’보다 당장의 상환 능력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체력이 약한 외곽 지역이 먼저 눌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결국 서울 외곽은 수요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금리·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신고가 비율과 거래량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으며, 반대로 강남·용산은 자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층이 가격 방어력을 유지하는 ‘서로 다른 시장’이 선명하게 형성되고 있다.
◇ 서울은 이미 ‘두 개의 시장’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단일 시장이 아니라 강남 축과 외곽 축으로 분리돼 움직이고 있다. 강남3구·용산은 신고가 비율과 평균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가격 방어력을 확인했고, 외곽 지역은 거래절벽과 가격 약세가 뚜렷해졌다.
양 전문위원 역시 “서울은 이미 지역별 체력 차이가 확연한 이중 시장 구조로 접어들었다”며 “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 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 한 이 양극화는 쉽게 반전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책의 목표였던 거래 정상화는 여전히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은 제한된 거래 속에서 신고가가 반복되는 구조적 양극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서울 주택시장은 이러한 이중 시장 구조 안에서 금리·규제 변화에 따라 다시 한 번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기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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