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조창용 기자) 뉴욕증시는 22일 (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추가 부양 시사와 국제유가의 폭등으로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급등했다.
이에 따라 주간 기준으로 S&P500 지수는 1.4% 상승했고 다우 지수는 0.7%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2.3% 상승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지수가 상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업종 지수가 5.16%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텔레콤(3.11%)과 기술업종 지수도 각각 3.11%와 2.51% 올랐다.
국제 유가는 미 동부 지역의 한파 예보와 저가 매수 영향으로 폭등했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감소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66달러(9%) 폭등한 32.1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27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이틀간 12% 폭등했고 이번 주 전체로는 9.4% 올랐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2.93%(10%) 폭등한 32.18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9% 급등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폭등한 것은 난방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22일 오후부터 24일 오전까지 워싱턴DC를 비롯한 동부 15개 주에 최대 풍속 60mph(98㎞/h)에 달하는 폭풍과 함께 46~76cm의 눈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숏커버링(환매수)에 나선 것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감소한 것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다.
원유정보제공업체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전주대비 5건 감소한 510건으로 집계됐다. 천연가스를 포함한 전체 시추기 가동건수 역시 13건 줄어든 637건을 기록했다.
달러는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기대감과 부동산 지표 호조에 힘입어 다소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2% 상승한 99.53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72% 하락한 1.0794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91% 오른 118.75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반면 국제 금값은 달러 강세와 증시 상승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9달러(0.2%) 하락한 1096.30달러를 기록했다. 한 때 1103.5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하락 반전했다.
하지만 이번 주 전체로는 0.5% 올랐다. 증시 급락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시그니아 컨설턴츠의 친탄 카르나니 수석 애널리스트는 "오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놀라운 일이 없다면 금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과 EU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밝힌 것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 일본은행은 추가 완화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있다”며 “많은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소 타격을 받았다"면서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매입하지 않은 일본 국채는 여전히 전체의 3분의2 가량이나 된다”며 추가부양 여력에 한계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시장 상황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많은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임금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이 과도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산유국과 신흥국의 성장세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지만 리먼 때와 같은 국제적인 금융 위기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연일 추가 부양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패널 토론에 참석해 "물가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실탄은 풍부하며 이를 쓸 의지 역시 충만하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연초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장이 요동친 것”이라면서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고조된 것은 맞지만 그 결과 글로벌 경기전망이 악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대답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미국과 유럽 간 금리정책 차별화를 둘러싼 우려를 일축하며 “ECB의 완화정책은 미국과는 다른 경제회복 사이클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들도 호조를 보이며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먼저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은 지난해 12월중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14.7% 증가한 546만호(연율환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8.9% 늘어난 520만호를 예상했었다.
기존주택 재고는 12% 감소한 179만호에 그쳤다. 10년 만에 최저치다. 지금 같은 거래 속도 대로라면 매물로 나와 있는 집이 3.9개월이면 다 사라진다는 의미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이후 거래의 상당부분이 12월로 이연된 것이 지난달 주택매매 급증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10월부터 주택대출 은행들이 새롭게 간소화된 관련 서류를 작성토록 했는데 이로 인해 통계왜곡이 발생했다. 이 규제로 인해 계약이 종결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36일에서 41일로 늘어났다. 규제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이미 10월이나 11월 거래 통계에 잡혔을 게 12월 수치로 이연됐다.
제조업 지표도 모처럼 웃었다. 다만 절대적인 업황 팽창 속도는 여전히 2013년 10월 이후 두 번째 낮은 수준이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킷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제조업 PMI(잠정치)는 52.7로 전달 51.2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51로 소폭 더 둔화됐을 걸로 예상했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50.2에서 53.7로 올랐고 생산지수도 52.5에서 54.0으로 상승했다. 반면 고용지수는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반면 단기 경기동향을 예고하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12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비 0.2%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 0.1% 하락을 밑도는 결과다. 11월 중 0.5% 급등한데 따른 역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컨퍼런스보드는 “작년 말 미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일부 상실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행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리세션 위험이 커졌다고 해석하기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국제유가 반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 기대감으로 일제히 올랐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2.96% 오른 1332.38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2.69% 오른 3023.21에 마감됐다.
국가별로 영국 FTSE100지수는 전장 대비 2.19% 상승한 5900.01을 기록했고, 독일 DAX30지수는 1.99% 오른 9764.88을 나타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3.10% 오른 4336.69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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