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생활과 관련된 세금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과 관련된 재산제세에 대한 내용이라 할 것이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사람도 집을 팔고 서너 달이 지난 때, 느닷없이 세무서로부터 안내문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양도소득세 신고를 서두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사고팔거나 상가건물을 팔고 나면, 중개 사무실에서 거의 대부분 세금에 대하여 안내를 해주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과 관련한 일반적인 세금에 대하여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장에서는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 거래금액을 낮추어 신고하는 경우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문제점은 없을까.
부동산 거래 관행의 도덕적 해태
양도소득세 신고와 관련하여 납세자들이 가장 많이 불평하는 것이 있다. 왜 취득가액 계약서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십 수 년 전의 부동산 거래관행이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쓰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던 시대이다 보니, 당연히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작성하였고, 덕분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절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동산을 팔려고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절세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주요 인사들의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취득과정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 현재가 아닌 미래 때문이라도 도덕성 문제는 더욱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이십여 년 전 처음으로 집을 장만할 때,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작성하여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 번이나 아파트를 사지 못했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당시의 부동산 거래 관행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해태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양도소득세 때문에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써 주지 않는다고 아파트 매매계약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거래 관행은 정부의 공인중개사 제도가 들어온 이후에도 한참 동안 거래관행처럼 유지되어 왔다.
지금은 지방세법이 개정되었지만, 당시의 지방세법의 취득세, 등록세의 납세가 신고한 내용을 공시지가나, 기준시가와 비교하여 시인하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기도 했다. 기준시가와 실지거래가액의 신고 금액 중 높은 것으로 인용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취득가액을 낮추어 신고를 하게 되면, 지방세 탈루에 따른 법적 처분까지 감내하여야 하니, 이런 거래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부동산 매매거래 세금 회피에 대한 유혹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하면서 세금과 관련하여 매매계약을 조금 낮추어 신고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느 순간엔 반드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1세대 1주택과 같은 비과세 주택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와 큰 관련이 없겠지만, 고가주택이나 도시근교의 대지나 토지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전·답이나 대지의 경우, 갑자기 부동산이 폭등하여 과세 관청에서 부동산 거래동향을 주시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부동산을 취득할 때에는 상대편의 양도소득세와 맞물려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조금 낮추어 달라는 말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심정으로 그냥 낮추어 써주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지금 내가 가진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금액이 좀 적어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신고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그만큼 줄여서 신고할 수 있으니, 이득이란 느낌으로 거래가액을 낮추어 신고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매매계약서를 낮추어 신고를 하게 되면, 그 후유증은 단번에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낮추어 신고한 부동산의 거래 상대방이 그 비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것도 안이한 생각이다. 부동산 거래 금액이 고액일 경우에는 낮추어 신고한 거래내용이 항상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거래 내용이 어디에서든 사실 관계가 포착되게 되어 있다. 거래상대방 과의 분쟁이 있는 경우 문제가 더 빨리 노출된다.
부동산 거래는 우리가 생활과 관련된 아파트나 단독주택, 빌라 정도만 생각하지만, 서울시내의 건물, 나대지 등의 부동산을 매매매하는 경우에는 고액거래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야 금액이 늘어나게 되니, 부동산 매매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세금을 회피하려는 욕구를 받게 되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래 세금 회피의 결과
사실 이렇게 세금을 회피하고 나면 납세자들은 그냥 쉽게 세금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가액이 고액이고, 거래내용에 의심이 가면 관할 세무관서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취득가액부터 매매가액, 주변의 매매거래사례가액 등을 비교 분석하고, 부동산 뱅크지에 나와있는 실지거래 가격들을 비교 검토하기 마련이다.
양도소득세에 대한 세무조사가 착수되면, 곧 부동산 거래내역을 확인하게 되고, 금융거래에 대한 증빙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게 된다. 수 년 전의 거래사실이 이미 오랜 일이라 걱정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하여 확보했는지, 실거래계약서를 확보해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의견을 묻는다.
부동산매매거래와 관련하여 미치는 세금이 양도소득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방세인 취득세와 등록세도 있겠지만, 국세의 경우에는 상속세와 증여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겠지만, 부모님이 연로하여 자녀에게 증여를 할 경우나, 상속을 할 경우에도 증여나 상속 대상 물건의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기초자료로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조세범칙조사로의 전환에 따른 부담
세금을 탈루액에 어느 정도 일정금액을 넘어가게 되면, 허위계약서 작성에 대한 조세범칙조사로의 전환을 통지받고, 고액의 벌과금을 함께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는다. 공인중개사는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도 세금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아 세액을 추징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일이 뭐 그렇게 많겠느냐고 하겠지만, 실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형 부동산 임대건물의 매매에 따른 수년 전 자료가 나타나고, 이에 따른 실제 거래가액을 금융자료를 확인하다 보면 어렵사리 추징세액이 십억 원대를 넘어가게 되고, 세금 탈루에 따른 조세범칙조사로 전환 여부를 따져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납세자가 부동산매매와 관련하여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에도 대답을 하는 말이 있다. “사실대로 계약서를 쓰세요. 당장은 조금 세금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이 이익될지 몰라도,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건물을 팔고 새로 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증여할 수도 있고 수용이 될 수도 있으니, 취득가액을 정확히 해놓는 것이 어떤 입장이든 불리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그것이 맞다. 조금 줄이려다 보면, 나중에 신고불성실 가산세만 세액의 40%이고,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연10.95%로 납부시점까지 한도액이 없으니 징벌적 가산세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거기다가 벌과금까지 한번 추징당해 보라. 이제 다시는 세금을 낮추어 신고하는 일은 안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실제 부동산 양도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옛날에 만든 계약서처럼 서류에 물을 묻히고 했지만, 토씨, 글자, 전화번호, 날인 도장 등을 다 확인하고, 국세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첨단탈세방지센터의 문서 감정절차를 거쳐 고액의 벌과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갖은 외압으로 강하게 항의하던 납세자가 나중에 자녀를 따로 보내 아버지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며, 바로 세금과 벌과금을 내겠다고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히 고액의 부동산 사업가라면 세금을 회피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있는 사실 그대로 정리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여 보람을 느끼며, 성실한 납세의무에서 뿌듯함을 느껴보는 것이 바람직한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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