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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빗’인 줄 알았는데…헤어브러시, 관세 부과된 사연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헤어브러시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업체는 “머리를 빗는 도구니 당연히 빗”이라고 주장했지만, 세관은 “솔이 박혀 있는 구조는 명백한 브러시”라고 맞섰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17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헤어브러시와 그 부분품이다. 이 제품은 손잡이가 달린 타원형 헤드에 여러 가지 재질의 돌기나 짧은 가닥이 2열에서 5열까지 다발 모양으로 심겨 있는 형태다.

 

업체는 수입 신고 당시 이 물품을 ‘빗’(HSK 9615.19-1000호)으로 분류했고, 한-중 FTA 협정세율 0%를 적용받아 통관했다. 세관 역시 당시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수리했다.

 

하지만 사후 심사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세관은 2020년 9월 쟁점 물품의 품목분류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빗이 아닌 ‘헤어브러시’(HSK 9603.29-0000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품목분류가 변경되면서 0%였던 관세율은 3.2~5.6%로 뛰게 됐다.

 

업체가 수정신고를 거부하자 세관은 2021년 3월 부족 세액에 가산세까지 더해 관세 등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반발한 업체는 “10년 넘게 문제없이 수입해왔는데 이제 와서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2021년 6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빗 vs 브러시,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도구를 ‘기능’에 따라 빗으로 볼 것인지, ‘형태’에 따라 브러시로 볼 것인지다.

 

수입업체가 주장한 ‘빗’(제9615호)은 통상 빗살이 한 줄로 나열된 납작한 형태가 일반적이며, 한-중 FTA 적용 시 관세가 0%다. 반면 세관이 적용한 ‘브러시’(제9603호)는 판에 솔이나 돌기가 심겨 있는 형태를 말하며, 이곳으로 분류될 경우 최대 5.6%의 관세가 부과된다.

 

결국 이 물품을 ‘납작한 빗’으로 볼지, ‘솔 달린 브러시’로 볼지에 따라 세금 부담 여부가 갈리는 구조다.

 

◆ 업체 “형태보다 용도가 핵심…염색용 브러시와 달라”

 

업체는 쟁점 물품의 본질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빗’의 기능에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율표 해석의 원칙은 물품의 형태보다 기능과 용도에 따르는 것이므로, 비록 브러시 형태라 하더라도 머리를 빗는 용도라면 제9615호(빗)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리다.

 

업체 측은 “관세율표 제9603호의 헤어브러시는 주로 염색약 등을 칠하고 바르는 기능과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단지 솔이 달려있다고 해서 빗의 고유 기능을 무시하고 브러시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9615호가 ‘빗과 그 부분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반면, 제9603호는 부분품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구체적인 호인 제9615호가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업체는 “지난 10여 년간 150차례에 걸쳐 같은 세번으로 신고했고 세관도 현품 검사를 통해 이를 수리해왔다”며 “이제 와서 분류를 뒤집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과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변했다.

 

◆ 세관 “다발 심긴 구조는 브러시…혼용 신고도 확인”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의 ‘객관적 형태’가 브러시의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세관에 따르면 ‘빗’은 빗살이 일렬로 평행하게 배열된 납작한 형태인 반면, ‘브러시’는 손잡이가 달린 판에 털이나 돌기가 다발 모양으로 심겨 있는 구조를 뜻한다.

 

세관은 “현품 사진을 보면 쟁점 물품은 타원형 헤드에 여러 가지 재질의 돌기 또는 짧은 가닥이 2열에서 5열까지 다발 모양으로 심겨 있는 전형적인 헤어브러시 형태”라며 “관세율표 해설서에서도 제9603호의 예시로 ‘화장용 브러시(헤어브러시 포함)’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머리를 빗는 용도라 할지라도 구조가 브러시라면 제9603호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의 ‘관행’ 주장에도 세관은 선을 그었다. 세관은 “업체가 유사 물품을 수입하면서 일정한 기준 없이 품목번호를 ‘빗’과 ‘브러시’로 혼용하여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단순히 통관 단계에서 오류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세관이 해당 분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 조세심판원 “생김새가 브러시…과세 처분 정당”

 

조세심판원은 양측의 주장을 심리한 끝에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형태와 구조가 관세율표상 ‘브러시’의 정의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관세율표 해설서 제9603호는 재료와 모양이 다양한 브러시를 포함하며, 특히 ‘머리용 브러시’를 명확히 예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쟁점 물품은 손잡이와 브러시 헤드로 구성돼 있고 돌기가 다발 모양으로 심겨 있어, 기능이 유사하더라도 형태상 ‘빗’보다는 ‘헤어브러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세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심판원은 “단순히 과거에 세관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소극적 사실만으로는 비과세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업체가 유사 물품을 수입하며 품목번호를 혼용하여 신고한 점 등을 볼 때 업체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헤어브러시’(HSK 9603.29-0000호)로 분류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1-6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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