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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의 기업신용등급] 철과 미래를 디자인하는 포스코

 

(조세금융신문=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AA+라는 신용등급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언어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2024년 말 기준으로 받은 이 평가는, 채무상환능력이 매우 우량하다는 금융시장의 찬사이자 인정이다.

 

하지만 이 기업의 진짜 이야기는 신용등급표 너머에 있다. 총자산 약 45조 6,814억 원, 자본총계 약 33조 1,065억 원이라는 수치 뒤에는 철을 다루는 기업이 어떻게 시대의 변화를 읽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서사가 숨어 있다.

 

2024년 포스코의 매출액은 약 37조 5,5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3퍼센트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약 1조 4,731억 원으로 전년의 2조 826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표면적으로는 역풍이다. 하지만 이 기업은 위기를 단순히 견디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뜯어 새롭게 고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7대 미래혁신 과제는 철강사업 재건, 이차전지소재 경쟁력 확보, 인프라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5년까지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 구조 개편을 완료해 2조 1천억 원의 현금을 창출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포스코의 정체성이 더 이상 철강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 Core + New Engine'이라는 성장 전략은 철강과 이차전지소재를 핵심으로 두되, 인프라와 신사업을 새로운 엔진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리튬 공급망 확대와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강화는 탄소중립 시대에 포스코가 어떤 역할을 자임하는지를 보여준다. 제철소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산업사적 관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재무구조 측면에서 포스코는 여전히 탄탄하다. 부채비율 37.98퍼센트, 차입금의존도 17.94퍼센트는 대규모 제조업 기업으로서는 건전한 수준이다. 유동비율과 자산 구성을 보면, 이 회사는 단기 유동성보다는 장기 투자와 설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유동자산이 전체 자산의 약 61퍼센트를 차지하는 구조는 제조업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에 여념이 없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경영 MBTI는 무엇일까. 포스코는 전형적인 ISTJ 성향을 보인다. 철저한 계획, 안정적인 재무구조, 검증된 기술력과 공정 중심의 운영 방식이 그 근거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은 ENTJ적 요소도 포함하는 듯 보인다.

 

과감한 구조조정, 신사업 진출, 글로벌 투자 전담 조직 신설 등은 외향적이고 전략적인 리더십의 발현이다. 즉, 포스코는 보수적 안정성과 혁신적 공격성을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진화 중이다.

 

 

만약 필자가 포스코의 경영 컨설팅을 맡는다면, 일반론적 움직임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첫째, 철강업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소재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로 전환하면, 고객과의 관계가 일회성 거래에서 장기 파트너십으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의 세대교체와 슬림화는 좋지만, 지나친 효율성 추구는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 실험적 프로젝트를 위한 '실패 허용 구역'을 설정해, 젊은 인재들이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단순한 ESG 홍보가 아니라, 투자자와 고객에게 포스코의 미래 비전을 설득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포스코는 지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철강이라는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이차전지와 인프라라는 새로운 가지를 뻗고 있다. AA+ 등급은 그 과정이 무모하지 않고 신뢰할 만하다는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포스코는 단지 생존하는 기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대를 다시 쓰는 기업이 될 것인가. 철을 녹이는 용광로처럼, 포스코는 지금 스스로를 녹여 새로운 형태로 주조하고 있다.

 

 

[프로필] 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현)한국외국어대학교 도시 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본부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현)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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