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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도쿄, MZ세대 위한 ‘인스턴트 문화’를 제공하는 도시

 

(조세금융신문=장기민 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 ‘가성비’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직접 그 가치를 실현해 내기엔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 일종의 고차원적 개념이기도 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 입장에서는 그 단어가 일시적인 마케팅 용어로만 사용되다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수익 창출을 기본으로 삼는 기업의 입장에선 소비자의 가성비 추구에 맞춰주는 행태가 오히려 비즈니스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일본에서는 ‘타이파’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말은 Time Performance(타임 퍼포먼스)의 줄임말로써 시간에 대비한 성능비를 뜻한다. 가성비가 가격에 대비한 성능비를 의미하여 비용 지출에 대한 일종의 경제성 확보를 뜻한다면 ‘시성비’는 시간의 개념마저도 소요되는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기에 경제학에 더욱 밀접한 접근을 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영화를 시청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내용을 요약해 놓은 콘텐츠를 소비한다거나 2배속으로 시청해 시간을 절약하는 등의 모습 등이 타이파와 관련된 ‘시성비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이와 같은 형태에 맞춰져 있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를 반영한 형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운동도 인스턴트로 한다? ‘시성비’ 챙긴 초코잡

 

도쿄에는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물품을 구매하듯, 운동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형태의 피트니스센터가 존재한다. 이는 ‘콘비니 짐’이라는 용어로 일본 대표 경제지인 《닛케이 트렌디》에 보도될 만큼 중요한 경제 현상으로 조명되었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체력 단련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초코잡(Choco ZAP)이라는 피트니스센터는 이러한 콘비니 짐을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다. 초코잡 피트니스센터에 입장하고 나서 신발을 갈아신는다거나 옷을 갈아입을 필요 없이 곧바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여 운동하고 그대로 퇴장해 사회로 돌아가는 일종의 인스턴트적 양식의 체력 단련 문화인 셈이다.

 

전통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피트니스센터는 입장하여 신발을 갈아신고, 운동복으로 환복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운동을 마친 뒤 샤워를 하고, 또다시 평상복으로 환복을 하고 신발을 갈아신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초코잡은 이와 같은 부수적인 활동의 시간을 없애고 모든 행위의 목적인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많은 양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손쉽게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듯 그 행위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춰 부담을 덜고 운동이라는 개념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허들을 제거해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덤으로 얻게 만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실제로 초코잡 내부에는 정장 차림으로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으며, 그들은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근력운동 또는 유산소운동을 마치고 그대로 퇴장한다.

 

탈의실과 샤워실을 설치할 필요가 없기에 기업에서는 공간의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고, 절약된 고정비만큼 회원비를 저렴하게 책정해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공간에 대한 접근성을 극대화시킨다. 초코잡을 운영하는 회사인 라이잡의 카마야 타카유키 이사는 초코잡의 타깃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초보자’임을 분명히 했고, 그들이 원하는 바와 니즈를 명확히 캐치해 많은 지점의 초코잡을 도쿄라는 도시 속에 디자인해나갔다.

 

요금의 할인은 분명 소비자에게 ‘가성비’를 제공한다. 또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시성비’ 높은 제품이 있다면, 대부분의 MZ소비자들은 그를 선택할 것이다. 일본 도쿄의 초코잡은 마치 인스턴트 푸드를 제공하는 편의점처럼 시성비와 가성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제공하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마치 교체가 간편한 ‘신발’처럼 그 플랫폼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도시는 이용자에게 끊임없는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도시에도 가성비 혹은 시성비가 존재하는지 다시금 점검해야 할 때이다.

 

 

[프로필] 장기민 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

•장교수연구실 대표

•서울창업기업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장

•경제평론가

•창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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