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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낡음과 새로움의 창의적 융합, ENTP형 도시 을지로!

기계와 예술 사이의 두 얼굴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도시는 언제나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생명체다. 서울 을지로는 그 공존의 현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시의 단면이다. 한쪽에서는 쇳소리와 용접 불빛이 여전히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감각적인 카페와 전시공간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기계의 냄새와 예술의 감성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리듬, 그것이 을지로의 얼굴이다. 도시의 MBTI로 본다면 을지로는 “ENTP형”이다. 도전을 즐기며, 낡음과 새로움을 창의적으로 뒤섞는 도시. 논리와 감성을 동시에 실험하는 혁신가형 도시다.

 

산업의 역사에서 도시 정체성으로

 

을지로의 역사는 산업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60~70년대, 이곳은 한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작은 지하공방과 인쇄소, 철물점, 조명가게들이 골목마다 밀집했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산업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면서 이곳의 기능은 점점 쇠퇴했고, 한동안 낡은 산업지대의 상징으로 남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러니하게도 그 낡음이 새로운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오래된 골목의 질감, 금속 냄새, 빛바랜 간판이 젊은 세대에게는 ‘진짜 도시의 감성’으로 다가온 것이다.

 

살아 있는 공방학교, 을지로의 교육적 가치

 

교육적인 측면에서 을지로는 ‘도시의 살아 있는 공방학교’다. 디자인, 예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곳은 실험의 현장이다. 학교의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산업현장에서 배우는 재료의 감각과 제작의 논리가 존재한다. 많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이곳의 장인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만들고, 금속‧목재‧조명 등의 물성을 학습한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세대 교류를 넘어 지식의 재생이다. 장인의 기술이 예술적 감수성으로 번역되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산업현장의 현실에 적용되면서, 을지로는 도시 자체가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산업과 예술의 공진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을지로의 재생은 ‘존치형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도시들이 낡음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했다면, 을지로는 기존의 산업구조를 유지한 채 예술과 창업을 덧입히는 방식을 택했다.

 

 

조명가게 옆에는 전시공간이, 철물점 건물 위에는 카페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낡은 산업이 예술의 언어로 번역되며, 경제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다층화된다. 산업의 쇠퇴가 아니라, 산업과 문화의 공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 텍스처의 미학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을지로는 ‘도시 텍스처의 미학’을 보여준다. 다른 지역이 세련된 외관으로 도시를 정비할 때, 을지로는 표면의 거칠음을 그대로 남겼다. 낡은 벽돌, 녹슨 철판, 노출된 배관은 하나의 도시 언어가 되었고, 그 위에 현대적 조명이 얹히며 새로운 미감이 탄생했다.

 

이질적인 재료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긴장감은 을지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도시의 디자인이란 완벽하게 정리된 형태가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 생명력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곳은 증명한다.

 

미래도시적인 측면에서 을지로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재생은 더 이상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질서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다. 을지로의 재생은 물리적 복원보다 관계의 복원에 초점을 둔다.

 

세입자, 장인, 예술가, 기획자가 함께 도시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건물의 리모델링과 임대 구조를 조정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도시를 갱신한다. 이 모델은 대규모 개발이 아닌 세대 간 상생의 도시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존의 실험, 그리고 도시의 질문

 

결국 을지로의 본질은 ‘공존의 실험’이다. 기계의 언어와 예술의 언어가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곳의 빛과 소리, 냄새와 질감은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의 자산이며, 그 자산을 어떻게 다시 읽어낼 것인가가 재생의 핵심이다.

 

을지로는 낡음이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이어주는 기억의 틀임을 보여준다. 도시의 MBTI로 본다면 을지로는 실험적이고 유연한 ENTP형 도시다. 전통과 혁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를 연결하는 지점을 찾아낸다.

 

이 도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도시의 재생은 새로움만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새로운 것은 낡음 위에서만 태어난다.” 기계와 예술이 공존하는 을지로의 두 얼굴은, 결국 도시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프로필] 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위원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국민대학교 디자인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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