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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계동, 교육과 생활의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

 

(조세금융신문=장기민 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은 겉보기에 조용한 주거지처럼 보이지만 마냥 조용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학구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국내 3대 학군지가 이곳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빼곡히 밀집된 아파트 단지와 푸른 녹지대가 이상하리만큼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음양의 조화만큼은 최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실제로 이 지역은 한강을 기준선으로 북쪽에서 가장 강력한 교육적 상징성을 가진 공간 중 하나다. ‘중계동’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치동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에 ‘학원가’와 ‘교육열’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표면적인 이미지만으로는 이 도시의 진면목을 다 담아낼 수 없다. 중계동은 단순히 사교육이 밀집한 지역이 아니라, ‘일상 속 교육’이라는 철학을 도시 구조에 깊이 새긴 곳이다. 이곳의 콘셉트는 우선 ‘교육의 일상화’와 ‘공공성 기반의 학습 생태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일상 위에 쌓은 견고한 학습 구조

 

중계동의 교육 환경은 겉보기엔 대치동과 유사하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다르다. 대치동의 이미지가 승자독식의 극단적 경쟁과 과잉 투자로 대표된다면, 중계동은 교육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지내는 수양적 특성이 상대적으로 드러난다.

 

중계동의 대표 학원가인 은행사거리에만 500여 개의 학원이 위치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맞춘 ‘내신 기반 학습’과 ‘기초 다지기’ 위주의 프로그램이 중심을 이룬다. 이처럼 수험 전략보다는 생활 습관 관리, 심화 학습보다 기초 학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시스템은 ‘생활형 교육 도시’로서의 도시적 콘텐츠 생산 의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의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좋은 학습 태도, 꾸준한 진도 관리, 안정적인 성적 상승 등 장기적 관점에서 자녀의 성장을 계획한다. 교육이 일상의 중심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삶의 형태. 이 균형이 바로 중계동의 교육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수직 집중이 아닌 수평 분산형 교육 경제

 

중계동에는 대형 교육 기업의 본사가 있지도 않고, 스타강사의 간판이 내걸린 건물도 드물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소형 학원과 교습소, 과외 센터, 독서실, 교재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활 기반 교육 산업’이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이 산업은 대치동처럼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지 않는다. 단지 수평적 네트워크 속에서 정보와 자원이 공유된다.

 

학습과 주거의 경계 없는 통합

 

중계동의 도시적 풍경은 분명히 ‘거주’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곳에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산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근린공원, 커뮤니티 센터, 체육 시설, 도서관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구조는 교육을 위한 물리적 동선이 아닌, 생활 전체를 고려한 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학원이 있는 상권도 단지의 틈바구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으며, 큰 간판이나 눈에 띄는 홍보보다 ‘동네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중계동은 단순히 과거의 교육 중심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미래 도시가 지향해야 할 ‘시민 중심 학습 생태계’의 모델로 진화해 나가는 중이다. 서울특별시와 노원구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평생교육 기반을 확장하고 있으며, 지역 내 공공기관, 학원,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교육이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닌, 전 생애에 걸친 활동임을 전제로 한 도시 계획이다.

 

중계동의 지자체인 노원구는 최근 ‘디지털 교육 플랫폼’과 ‘AI 학습 도구’를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험 중이다. 그 예로 공공 도서관과 청소년센터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독서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기반 학습 콘텐츠나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도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중계동이 단지 과거의 학습 도시가 아니라, 미래형 커뮤니티 중심 학습 도시로 재정의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교육을 일상에 녹여낸 도시

 

중계동이 지닌 도시의 콘셉트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일상에 녹여낸 도시’이며, 이는 ‘도시화 된 교육’이 아닌 ‘교육화된 도시’라 정의 내릴 수 있다. 다시 표현하자면 교육을 위해 도시를 바꾼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교육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중계동은 소리 없이 성장한 생활형 교육 도시이며, 그 조용한 움직임은 오히려 더 깊은 지속 가능성을 품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도시를 압도하거나 왜곡하기 쉬운 힘으로 성장해나간다. 하지만 중계동은 그 교육의 힘을 생활의 리듬과 절묘하게 조화시켜 냈다. 그 결과, 이곳은 경쟁보다는 성장, 과열보다는 균형, 개별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 도시로 그 정체성이 유지되는 중이다. 교육과 도시가 공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바로 중계동이라는 도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프로필] 장기민 경희대학교 창업학 지도교수

•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국민대학교 디자인학 석사

•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위원장

•문제해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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