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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전문가 칼럼] INTP형 대전, 노잼 말고 융합: 과학과 예술의 만남!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노잼 도시에서 과학도시로, 대전의 오래된 얼굴

 

대전은 오랫동안 ‘노잼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았다. 과학자들의 도시, 연구원들의 도시, 그래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도시. 1973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대덕연구단지는 KAIST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부분이 모인 한국 과학기술의 두뇌 집결지다.

 

1992년 완공 이후 이곳은 연구와 교육, 개발과 생산, 상업화를 포괄하는 과학기술 거점으로 성장했다.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가 열리며 대전은 공간적으로도 과학도시의 기반을 완벽히 갖췄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INTP형 성격처럼 논리와 분석에는 탁월하지만, 감성적 표현에는 서툴렀던 것이다. 대전은 자신이 가진 지적 자산을 어떻게 시민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지 몰랐다.

 

과학과 예술의 결합, ‘아티언스 대전’이 만든 변화

 

전환점은 2011년에 찾아왔다. 대전문화재단이 ‘아티언스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실험적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Art(예술)’과 ‘Science(과학)’의 합성어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업하여 탐구하는 융복합 창작 프로젝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학자와 예술가를 직접 매칭해 2년간 협업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단순히 과학을 예술로 시각화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과학자의 연구 과정 자체를 예술가가 관찰하고, 예술가의 창작 방식을 과학자가 이해하며, 둘이 함께 새로운 창의적 지식을 생산하는 실험 플랫폼이었다.

 

전국 최초로 시작된 이래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융복합 창작 프로젝트로 성장하였으며, 2025년부터는 기존의 융복합 창작 결과물 발표 전시 중심에서 공연·전시·퍼포먼스·토크·체험이 어우러진 페스티벌형 행사로 확대된다.

 

2023년부터는 ‘아티언스 대전’으로 이름을 바꿔 art(예술)와 science(과학)의 합성어임을 더욱 명확히 했다. 2025년 행사에서는 9명의 예술가와 9명의 과학자가 협업한 창작 결과물 전시를 비롯해 DNA 체험, AI 게임 전시, LED 액자 만들기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확장됐다. 과학 도시 대전을 대표하는 융복합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대전은 과학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학습 생태계로 만들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76,170제곱미터 부지에 상설전시관, 특별전시관, 천체관, 영화관, 과학실험교실, 전시 수장고 등을 갖추고 과학기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다. 엑스포과학공원은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그 시설과 부지를 국민 과학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진짜 교육 철학은 일방향 전시가 아니다. 2025년 10월 AAPPAC 정기총회에서 대전예술의전당과 KAIST가 공동으로 선보인 AI 기반 피아노 연주 시스템과 시각화 기술을 활용한 실험 프로젝트는 지역 대표 예술과학 융합 콘텐츠로 평가받았다. 과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 예술을 창조하고, 예술을 통해 과학을 이해하는 쌍방향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창업‧문화‧도시재생으로 완성되는 INTP형 대전의 진화

 

산업적으로 대전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KAIST와 국가연구소, 스타트업 인프라가 집적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사람, 돈, 기업이 몰리며 글로벌 혁신 허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이곳은 단순한 연구단지를 넘어 기술 창업의 인큐베이터로 작동한다.

 

INTP형 도시의 특성인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독창적 사고가 창업 생태계와 결합되면서, 대전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예술가의 감각과 만나 시민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빠르게 전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대전은 원도심 재생을 통해 근대문화예술특구를 조성하고 있다. 근대도시의 원형과 보존가치가 뛰어난 원도심에는 옛 충남도청사와 관사촌, 대전역 인근 철도보급창고와 철도청 관사 등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2008년 대전창작센터로 새롭게 태어난 공간들은 원도심 문화예술의 거점으로서 다양한 전시를 펼치고 있다. 특히 옛 충남도지사 공관은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시민에게 개방되었고, 관사촌 일대는 문화예술촌과 역사탐방공간, 문화휴식처로 탈바꿈했다.

 

과학 도시 대전이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으로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1960~80년대 중부권의 핵심 상권이었던 은행동과 선화동은 문화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떠올랐다. 대전 스카이로드로 대표되는 이 지역은 시민이 주도하고 만족하는 문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대전의 사람 중심 도시 콘셉트는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감성을 융합해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지식 생산 플랫폼’이다. 과학자와 예술가의 2년간 협업, 시민이 참여하는 LED 드로잉과 오토마타 제작 체험, AI 기술을 활용한 공연예술 실험, 근대문화유산과 현대 예술의 공존은 모두 시민을 지식 소비자가 아닌 창작 주체로 만든다. INTP형 도시 대전은 과거에는 지적 호기심만 있고 감성적 표현력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깨며 새로운 문화 정체성을 실험하고 있다.

 

‘노잼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융합 도시’로 도약하는 대전, 그곳에서 도시가 기억하는 방식은 차갑고 딱딱한 과학 지식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창작 실험이다. K컬처를 넘어 K아티언스로, 대전은 세계에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필] 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위원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국민대학교 디자인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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