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노잼 도시에서 과학도시로, 대전의 오래된 얼굴 대전은 오랫동안 ‘노잼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았다. 과학자들의 도시, 연구원들의 도시, 그래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도시. 1973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대덕연구단지는 KAIST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부분이 모인 한국 과학기술의 두뇌 집결지다. 1992년 완공 이후 이곳은 연구와 교육, 개발과 생산, 상업화를 포괄하는 과학기술 거점으로 성장했다.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가 열리며 대전은 공간적으로도 과학도시의 기반을 완벽히 갖췄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INTP형 성격처럼 논리와 분석에는 탁월하지만, 감성적 표현에는 서툴렀던 것이다. 대전은 자신이 가진 지적 자산을 어떻게 시민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지 몰랐다. 과학과 예술의 결합, ‘아티언스 대전’이 만든 변화 전환점은 2011년에 찾아왔다. 대전문화재단이 ‘아티언스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실험적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Art(예술)’과 ‘Science(과학)’의 합성어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도시는 언제나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생명체다. 서울 을지로는 그 공존의 현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시의 단면이다. 한쪽에서는 쇳소리와 용접 불빛이 여전히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감각적인 카페와 전시공간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기계의 냄새와 예술의 감성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리듬, 그것이 을지로의 얼굴이다. 도시의 MBTI로 본다면 을지로는 “ENTP형”이다. 도전을 즐기며, 낡음과 새로움을 창의적으로 뒤섞는 도시. 논리와 감성을 동시에 실험하는 혁신가형 도시다. 산업의 역사에서 도시 정체성으로 을지로의 역사는 산업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60~70년대, 이곳은 한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작은 지하공방과 인쇄소, 철물점, 조명가게들이 골목마다 밀집했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산업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면서 이곳의 기능은 점점 쇠퇴했고, 한동안 낡은 산업지대의 상징으로 남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러니하게도 그 낡음이 새로운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오래된 골목의 질감, 금속 냄새, 빛바랜 간판이 젊은 세대에게는 ‘진짜 도시의 감성’으로 다가온 것이다. 살아 있는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상처를 기억으로 디자인한 도시 베를린은 상처를 지운 도시가 아니라, 상처를 디자인한 도시다. 전쟁과 분단, 체제와 이념의 갈등이 이 도시를 두 동강 냈지만, 베를린은 그 단절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서사로 전환했다. 도시의 MBTI로 본다면 베를린은 “INTJ형”, 즉 계획적이면서도 깊은 통찰을 지닌 전략가형 도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기억과 존엄을 도시 구조 속에 세심하게 담아낸다. 베를린의 문화는 ‘기억의 실험’이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도시는 그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겼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벽의 잔해, 포츠다머 광장의 경계선, 브란덴부르크문 앞의 자갈길은 모두 물리적 상처의 재구성이다. 베를린은 잊지 않기 위해 공간을 설계하고, 그 설계를 통해 치유를 시도한다. 그것은 과거를 되돌리려는 복원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의 공간적 언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베를린은 ‘기억을 가르치는 도시’다.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보다 도시의 거리와 박물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토포그라피 오브 테러, 유대인 박물관 등은 모두 살아 있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세계적으로 ‘사람 중심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곳이다. 단순히 교통체계를 잘 갖춘 도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걷기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의 관계를 우선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흔히 도시를 MBTI 성격유형에 비유한다면, 코펜하겐은 배려심 많고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ENFJ형’에 가까울 것이다. 자기만의 독창성을 지니면서도 타인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도시, 바로 코펜하겐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교육과 산업, 일상 속에 스며든 지속 가능성 우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환경과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도시의 안전한 도로 설계를 신뢰한다. 도시 차원의 친환경 정책은 교육과 직접 연결된다. 단순히 교실에서 기후 변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적 이동 자체가 환경교육이 된다. ‘지속 가능한 행동’이 특별한 활동이 아닌 삶의 기본값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도시를 다시 설계할 때 더욱 친환경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유럽의 변방’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도시다. 파리나 런던처럼 대륙 중심의 화려함을 뽐내지도 않고, 바르셀로나처럼 관광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확장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변방성은 리스본만의 색을 만들었다. 태양이 낮게 비추는 언덕 위, 수백 년의 시간을 담은 계단과 골목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담은 책장이다. 리스본의 재생은 바로 이 계단과 골목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쓰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래된 도시를 ‘다시 이야기하기’ 리스본은 18세기 대지진과 쓰나미, 화재를 겪으며 거의 전 도시가 무너졌다. 이후 복원과 재건을 반복했지만, 20세기 중반 독재정권의 장기 집권과 경제 침체로 쇠락했다. 다른 도시들이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오래된 건물을 허물 때, 리스본은 골목과 계단을 그대로 남겼다. 대신 그 낡음을 ‘리스본다움’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알파마(Alfama)의 구불거리는 골목과 언덕길, 바이샤(Baixa)의 18세기 재건 건축물, 바이로 알투(Bairro Alto)의 밤문화 거리 모두 보존의 대상이자 재생의 무대가 됐다. 시 당국은 빈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서울 양천구 목동은 ‘교육’이라는 키워드 단 하나만으로 도시 전체의 브랜드를 형성한 아주 독특한 곳이다. 목동은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과 함께 대한민국의 3대 교육특구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교육 중심 도시다. 이곳은 공교육과 사교육, 주거와 학습, 전통적 방식과 첨단의 교육 기술이 교차하면서 한국 교육도시의 이상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목동은 ‘균형 잡힌 고성취’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다. 강남이 상징하는 과열된 경쟁과 달리 목동의 교육 생태계는 철저한 계획 속에 조성된 교육 환경과 우수한 공교육 기반 위에,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사교육이 결합된 형태라 말할 수 있다. 목동의 초·중·고교는 거의 대부분 수준 높은 학업 성취를 자랑하며, 학생들의 전반적 학습 수준과 진학률 또한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목동의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사진과 체계적인 학교 운영으로 인해 지역 내 주민들에게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과도한 경쟁이 아닌 효율적인 학습 관리로 이어지며, 지역 내 학습 공동체가 형성돼 상호 보완적이고 건강한 교육문화를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