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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교수의 관세 이야기] 외환법상 가상자산의 법리적 이해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지난 2월 5일 국회에서 “초국가범죄와 가상자산”이란 주제로 관세청과 최기상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정책세미나가 있었다. 이 세미나의 성격은 의원입법으로 제안된 외국환거래법(‘외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정책 토론회였다.

 

개정안 골자는 가상자산(사업자)을 외환법의 규율대상으로 포섭하여 등록의무와 거래의 신고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외환법상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지급수단일까 아니면 거래재(去來財)로서 채권(債權)일까?

 

가상자산을 규범적으로 정의하면, 분산원장기술(DLT) 또는 이에 준하는 전자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성·이전·보관되며, 경제적 가치의 이전 또는 저장 수단으로 사회적 교환 가능성이 인정되는 전자적 자산으로서, 법정통화는 아니나 재산적 가치로서 보호·규율의 대상이 되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우리 외환법은 ‘외국환’을 대외지급수단·외화증권 및 외화채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급수단’의 적용범위를 ▲정부지폐·은행권·주화·수표·우편환·신용장 ▲법정 환어음·약속어음 기타의 지급지시 ▲ 증표·플라스틱카드 또는 그밖의 물건에 전자 또는 자기적 방법으로 재산적 가치가 입력되어 불특정 다수인간에 지급을 위하여 통화에 갈음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아울러 ‘채권’을 모든 종류의 예금·신탁·보증·대차등으로 인하여 생기는 금전채권으로 규율하고 있다.

 

자산은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말하고, 법률적으로 유형 또는 무형의 유가물(有價物)로서 부채의 담보가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은 민법상 ‘물건’으로 보지는 않지만,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 또는 ‘재산적 이익’으로 독립된 재산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일반적인 가상자산은 보유자가 발행 주체에게 무언가를 청구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전통적 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또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현금, 주식, 채권 같은 금융상품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용자(보유자)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신의 가상자산을 맡겨두면, 보유자는 거래소에 대해 해당 가상자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가상자산 반환 청구권(또는 출급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가상자산은 외환법상 지급수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가상자산은 법정 통화를 매개로 거래되는 경우에는 그 보유자가 특정인이 하는 장래의 급부를 수령할 수 있는 현재의 권리로 볼 수 있으므로 일종의 거래재로서 채권에 상응할 것이다.

 

물론 발행 주체에 대한 청구권은 부인되고, 오히려 그 자체로는 상품성을 가진 무체재산권(無體財産權)의 기능적 특성에 더 부합한다.

 

가상자산의 국제거래, 무등록 외국환업무에 해당하는가?

 

그런데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할 때, 적법한 신고나 사업자 등록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가상자산을 매개로 하여 불법적으로 송금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국제거래(“가상자산 이용 환치기”) 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의 시장가격이 높다는 점을 노리고,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국내에서 매도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신고나 등록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는 국제거래(“김치프리미엄 외환거래”)에 대해 외환법상 무등록 외국환업무 영위죄의 적용 여부를 두고 쟁점이 제기된다.

 

외환형벌법규상 무등록 외국환영업행위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객체는 외국환업무이므로 실행행위의 대상이 외국환업무의 적용 범위에 속하여야 한다. 만일 위의 “가상자산 이용 환치기” 혹은 “김치프리미엄 외환거래”와 같은 실행행위의 대상이 외국환업무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다면 본죄는 성립될 수 없다.

 

외국환거래에서 ‘환치기’ 수법이란 국내에서 한화를 지급받고 그 대상으로 국외에서 비거주자에게 그 나라의 화폐를 지급하거나 반대로 국외에서 그 나라의 화폐를 지급받고 그 대상으로 국내에서 거주자에게 한화를 지급하는 대체송금방법인 속칭 “환치기계좌”의 운영 행위를 말한다. “환치기계좌”의 운영행위는 외환법상 무등록 외국환영업행위죄의 전형적인 행위태양이다.

 

이와 관련 우리 판례(대법원 2025.9.4. 선고 2025도4431 판결)의 입장은 이렇다. 즉, 외환법 제3조제1항제16호 ‘(나)목의 외국환업무’(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를 업으로 하였는지는,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推尋) 및 수령과 관련된 행위의 경위와 목적, 규모와 횟수, 기간, 영업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외국환은행이 취급하는 ‘(나)목의 외국환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계속 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판단할 수 있는데,

 

피고인이 취급한 사무는, 외국은행으로부터 지급지시를 받아 외국의 자금으로 국내 수취인에게 원화를 지급하는 외국환은행의 타발송금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 것에 해당하고,

 

비거주자로부터 가상자산을 받고 비거주자가 지정한 국내의 제3자에게 그 대금으로 가상자산에 상응하는 원화 자금을 주는 행위는 대한민국과 외국 사이에 이루어지는 지급·수령에 관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외환법에 따라 등록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업무를 업으로 취급할 수 있다면,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에 외국환업무를 집중시켜 외환법령에 따른 지급·수령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외환법의 입법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외환범죄의 예견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의 확보

 

생각건대, 우리 판례가 “가상자산 이용 환치기” 행위를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과 이러한 업무에 딸린 업무(직접적으로 필요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부대업무)”와 동일한 기능적 행위로 평가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사업자)”을 외환법의 규율 대상으로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입법적 보완의 추진은 외환법 수범자에게 예견 가능성의 명확화와 가상자산 관련 초국가 범죄의 최일선 단속 임무를 수행하는 세관 당국이나 법관에게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끝으로 이번 입법정책 세미나를 공동 주관한 관세청의 초국가 범죄 단속에 대한 선제적 정책대안 마련에서 이명구 청장의 탁월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박사과정(행정법전공)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서울본부세관 조사국 외환조사팀장

· 법무법인 화우 관세팀 파트너 관세사

· 관세사 자격시험 출제(34·38회)·채점(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건국대(글로캠)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사)한국FTA원산지연구회 사무총장

· (현) 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주요저서]

·FTA원산지이야기(2022)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2023)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2024)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2024)

·국제통상법(공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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