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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교수의 관세 이야기] 독일의 관세범죄에 대한 법리 해설(11)

 

(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일반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정범(正犯)은 타인의 범죄에 참가하는 종범(從犯)보다 더 중대한(무거운) 불법(가벌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독일형법 제27조의 방조죄(Beihilfe)는 이미 “방조한다”(Hilfe leisten)라는 법문의 일반적 의미에서 도출되며, 그 처벌은 독일형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벌을 따르되 반드시 ‘줄여서 가벼운 형벌’(減輕)로 한다.

 

하지만 독일형법 제26조의 교사죄(Anstiftung)에 대한 처벌은 정범의 형벌과 동일하고, 정범과 교사범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범죄로 취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교사하는 행위는 이와 동시에 저지르는 그 교사범 스스로의 정범행위에 비하면 뒷전으로 밀려난다.

 

예를 들어, 공범 A가 공범 B를 교사하여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실행의 공모 외에 우선적으로 드러난 공범 A의 스스로 실행한 범죄행위는 단순한 교사죄 이상의 ‘행위’로 취급된다.

 

독일 조세포탈죄의 경우, 교사죄에 대한 처벌 법리는 교사범이 교사받은 자의 죄와 처벌에 연루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범이 보호법익, 즉 세금을 징수하는 국가의 재산 이익을 침해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 위와 같이 교사범을 정범의 형벌로 가혹하게 처벌하는 별도의 형벌조항이 없다면 - 범행이 혼자가 아닌 다수인 공동으로 또는 타인에 의해 저질러졌을 때, 그 ‘불법의 정도’(가벌성)는 정범보다 작아진다.

 

어떤 사람(정범)이 스스로의 행위로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면, 저질러진 그 범죄에 다른 사람(공범이나 종범)이 연루되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간접정범(mittelbaren Täterschaft)과 공동정범(Mittäterschaft)의 별도규정으로 인하여 타인(즉, 공범이나 종범)의 행위는 자기 스스로의 행위로 범죄구성요건을 실현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위로 간주(귀책)된다.

 

범죄에 기여하는 각 타인의 방조행위는 공동정범 내지 간접정범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각 타인 스스로의 정범행위로 취급된다.

 

따라서 범행자가 이미 자신의 행위로 범죄구성요건을 실현한 경우, 타인의 범죄연루 행위(방조나 교사)는 그 범행자에게 귀속시킬 필요가 없다.

 

EU법원의 판례(ECJ v. 4.3.2004 - C-238/02 and C-246/02)와 관련된 밀수입 사건을 본다.

 

이 사건의 쟁점은 EU 관세영역에 반입된 물품의 제시의무와 해당 물품의 관세채무자 확정에 관한 것이다. 우리 관세법상 밀수입죄의 행위주체에 관한 쟁점과 유사하다.

 

리투아니아 국적인 빌루카스(Viluckas)와 요누사스(Jonusas)는 1998. 8. 클라이페다/트라베뮌데(Klaipeda/Travemünde) 페리를 통해 리투아니아에 등록된 트럭(견인차량)을 함께 타고 독일에 입국했다.

 

트럭 소유자인 빌루카스는 조수석에 동승하였고 요누사스는 운전자였다. 트럭에 제3자(독일 운송조합) 소유의 냉장 트레일러가 연결되었다. 이 트레일러에는 트라베뮌데에서 EU 역내보세운송 신고된 수입 목재 ​​팔레트가 실려 있었다.

 

도로주행 중 독일 함부르크(Hamburg)-스틸호른(Stillhorn) 고속도로 휴게소의 컨테이너 검사시설에서 정밀검사로 특수하게 제작된 트레일러 지붕에 은닉된 밀수담배 2901카톤이 적발되었다.

 

1999. 1.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탈세혐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트럭 운전자와 트레일러 소유주에 대한 형사소송 제기를 기각했다.

 

빌루카스와 요누사스는 수입 목재 ​​팔레트를 적재할 트레일러를 인도받기 전에 제3자가 자신들 모르게 담배를 숨겼다고 진술했다.

 

한편, 밀수담배의 세금부과에 대한 항소심에서 독일 연방재정법원(BHF)은 EU 관세영역에 물품을 불법 반입한 리투아니아 국민이 관세채무자로 적용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므로 EU관세법 제139조(세관당국에 물품제시의무)의 적용에 대한 예비판정(preliminary ruling)을 EU법원에 요청하였다.

 

EU법원이 내린 판단은 이렇다. EU 관세법 및 독일 국내법령의 광범위한 법리를 통해 EU 관세영역으로 반입되는 모든 물품은 세관에 제시되어야 함이 명백하고, 특정 물품이 운송되는 차량의 비밀 공간에 숨겨져 있었다고 해서 그러한 제시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량으로 반입되는 물품에 대해 반입 당시 물품의 운송책임자, 즉 운전자 본인과 동승자 또는 동승자를 대신하는 사람이 세관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물품을 반입하고 세관에 물품 제시에 대한 불완전한 통지서를 제출한 사람은 관세채무자로 확정된다.

 

위 사건에서, 밀수품이 은닉된 차량에 탑승한 각자가 EU관세법 제139조(구 제38조·제40조)에 따라 세관에 반입물품을 제시할 의무가 있는 경우, 물품을 신고 없이 수입한 것이 상호 합의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AO 제370조(조세포탈죄) 제1항 제2호의 범죄구성요건(“의무에 반하여 조세에 관한 중대한 사실에 대하여 세무관서가 알지 못하게 한 행위”)을 충족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자는 스스로 물품을 제시할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자신들은 제시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적 조세포탈의 결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제시의무자가 반입물품을 제시하지 않은 귀책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독일 연방대법원(BGH)은 AO 제370조 제1항 제2호의 정범(正犯) 성립에 대한 판결에서 “운송서류 바꿔치기를 수행하는 다른 조직 구성원의 인식있는 의도적 협력”을 근거로 삼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구성은 독일 조세포탈죄의 정범에 대한 법적 평가에서 특히 고의성 있는 협력 여부가 처벌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관련 판례는 다음 호(12)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석사 및 박사과정) 졸업, 법학박사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법무법인 화우 조세그룹(관세팀) 관세·외환·FTA원산지조사 전문 

•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관세법 및 HS·관세품목분류 담당 외래교수

• 관세사 국가자격시험 출제(제34·38회)·채점(제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세무TV 『세무컨설팅최고전문가과정』 전임교수

• (현) 『(사)한국 FTA Rules of Origin 연구회』 사무총장

• (현) 『한국 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

• (현)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주요 연구논문 및 저서>

• FTA 원산지 이야기 (도서출판 두남, 2022) 
•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 (도서출판 두남, 2023)
•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 (주식회사 부크크, 2024)
•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 (도서출판 두남, 2024)
• 무역관계법규 (도서출판 두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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