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1949년 11월 23일 법률 제67호로 제정된 우리 관세법은 일본의 관세법을 계수한 법률이다.
일본 관세법은 마찬가지로 독일 관세법을 계수하였다. 그러므로 독일의 관세범죄에 대한 탐구는 우리 관세범죄의 법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예전부터 관세법에 편찬되어 있는 관세형벌법규에 대한 탐구에 큰 흥미를 갖고 천착하여 왔다.
그래서 독일의 관세범죄에 대한 법리를 우리의 관세형벌법규와 비교하여 연재하는 방식으로 알기 쉽게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해설은 독일 조세(관세)형법 분야 대가로, 필자가 1997/98년 Köln 대학교에서 몇 번 청강하였던 Günter Kohlmann 교수의 명저 “Steuerstrafrecht Kommentar”(조세형법 주석서)를 바탕으로 기술하려고 한다.
무릇 조세범죄에 속하는 독일의 관세범죄는 EU 관세법에 편찬되어 있지 않고 독일 조세기본법(Abgabenordnung: AO 1977) 제8장(이하 ‘독일 조세형벌법규’)에 규율되어 있다.
독일 조세형벌법규에 따르면, ‘조세범(관세범)’은 ▲조세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행위 ▲금령위반행위 ▲납세증지와 관련된 인지위조행위 및 그 예비행위 ▲앞의 제 ➀내지 제 ➂에 해당하는 행위를 범한 자에 대한 비호행위로 정의되면서, 조세형벌법규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조세범(관세범)에 대하여 독일 형법총칙의 적용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독일 조세형벌법규는 “조세(관세)질서위반행위”를 조세법률에 따라 범칙금(Geldbusse)으로 벌할 수 있는 위반행위로 개념정의하면서, 조세법률의 범칙금규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질서위반법 규정이 조세(관세)질서위반행위에서도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입법방식은 우리 관세법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이 법에 따라 형사처벌되거나 통고처분되는 것”을 관세범으로 정의하면서, 과태료 부과대상은 단순 조문화(제277조)한 입법방식과 대비된다.
또 독일 조세형벌법규는 조세범(관세범)의 적용범위를 “(형사)처벌가능(strafbar)”만을 전제로 규율하고 있지만, 우리 관세법은 ‘형사처벌’과 함께 ‘통고처분’도 관세범의 적용범위로 규율하고 있어서 ‘관세범죄행위’에 ‘관세질서위반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통고처분은 법리적으로 형법상의 제재수단인 형벌(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이 아니라 명확하게는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 ‘몰수에 해당하는 물품’, ‘추징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납부를 통고하는 처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입법자가 통고처분을 ‘관세범을 조사한 결과 범죄의 확증을 얻었을 때’에 행사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통고처분은 엄밀하게 말하면 형벌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규의 규율대상인 질서위반행위와 형벌법규의 규율대상인 범죄행위의 구별은 일정한 행위태양에 대한 제재의 종류가 형벌이냐 단순한 과태료 또는 범칙금이냐에 따라 양자를 구별하는 형식설과 질적으로 같은 대상을 양적 징표에 따라 범죄불법(Kriminalunrecht)과 질서불법(Ordnungsunrecht)으로 구분하는 실질설이 있다.
하지만 범죄불법과 질서불법의 구분기준을 정하는 것은 자연법적이고 법철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실질설은 큰 의미가 없다.
질서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법규영역에서 법이론적으로나 실정법적으로 가장 발전을 거듭해 온 독일에서도 법적 제재수단에 따라 극히 형식적으로 구별해 질서위반행위를 각 전문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입법자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질서위반행위의 제재법규영역이 창설·확장되고 있는 것은 첫째로 국가형벌권의 자기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국민의 복리를 지향하는 능동적인 행정국가의 출현이 몰고 온 행정법적 전문법규의 급격한 증대에 따라 이러한 법규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해 형벌을 제재수단으로 하는 의무위반제재법규 역시 비례하여 증대했다.
이와 같은 형벌인플레이션 방식의 대처는 점차로 공통분야별로 일관된 대체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 즉, 형벌을 대체해 행정의 독자적인 부과절차를 통한 행정제재수단의 부과를 규정하든지 아니면 절차적으로 기존의 민사절차나 비송사건절차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형벌을 그대로 존치하되 형사기소를 담보로 하는 특칙(예: 세관장의 전속고발권)을 만들거나 아니면 형사절차의 약식절차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실정법에서의 논의는 질서불법행위를 행정부에서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사법부의 통제 하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행정부의 관할에 두는 경우도 어느 정도까지 사법적 심사를 허용할 것인가가 또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것이 형법의 보충성원칙이나 비례성원칙 등에서 나온 것이든 또는 경미범죄영역이나 대량의 일정한 사건에서 형사절차의 경제성을 고려한 것이든지 이 모든 것은 국가형벌권의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대해진 형벌을 실체법적으로나 절차법적으로 체중감량시키려는 실정법 논의에서 형벌을 대체시켜 도입한 억제적 제재수단의 대상은 질서위반행위에 속한다.
질서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법규영역이 생기고 또 확대되어 가고 있는 현상은 둘째로 법원의 실무적인 부담경감이 중요한 동기가 된다.
즉, 법원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으로 업무가 폭증함에 따라 보다 중요한 사건은 법원에서 심사하고 경미한 사건은 행정에서 처리하며, 또한 행정실무자가 사건의 사안에 전문적이어서 신속하고 적절한 해결을 위해서는 법원에 보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여겨질 경우 그대로 행정에서 해결한다면 법원은 본래의 의무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와 행정부 권한의 적절한 균형을 통하여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정비된 입법에서 벌금과 유사한 적어도 그 법적 효과에서는 벌금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행정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서의 금전적 제재 대상은 질서위반행위에 속하게 된다.
우리 판례(대법원 1969.7.29. 선고 69마400 판결)는 직접적으로 행정목적을 침해하여 행정법규에 의하여 유지되는 사회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형벌로, 간접적으로 행정목적의 달성에 장해를 가져올 위험이 있는데 그치는 경우는 과태료로 다스려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석사 및 박사과정) 졸업, 법학박사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법무법인 화우 조세그룹(관세팀) 관세·외환·FTA원산지조사 전문
•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관세법 및 HS·관세품목분류 담당 외래교수
• 관세사 국가자격시험 출제(제34·38회)·채점(제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세무TV 『세무컨설팅최고전문가과정』 전임교수
• (현) 『(사)한국 FTA Rules of Origin 연구회』 사무총장
• (현) 『한국 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
• (현)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주요 연구논문 및 저서>
• FTA 원산지 이야기 (도서출판 두남, 2022)
•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 (도서출판 두남, 2023)
•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 (주식회사 부크크, 2024)
•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 (도서출판 두남, 2024)
• 무역관계법규 (도서출판 두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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