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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교수의 관세 이야기] 관세법상 밀수출죄와 가격조작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적 이해

 

(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부산세관은 금년 8월 28일 ‘구리스크랩’을 ‘철스크랩’으로 위장해 밀수출하거나 수출가격을 실제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8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산세관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매출 축소를 통한 내국세 탈루 등을 목적으로 998억원 상당의 구리스크랩 1만 3천톤을 철스크랩으로 위장하여 밀수출하거나, 4555억원 상당의 구리스크랩 5만 5천톤을 수출하면서 수출신고가격을 812억원으로 낮게 조작(차액 3,743억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관세법상 밀수입죄는 수출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내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수출신고의무를 이행하였으나 해당 내국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해 수출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리고 관세법상 가격조작죄는 수출입신고(반송신고와 입항전수입신고가 포함됨)와 보정신청 및 수정신고를 할 때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물품의 가격을 조작하여 신청 또는 신고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밀수출죄의 입법취지 내지 보호법익은 관세법상 수출통관질서의 확보에 있다. 그리고 2013. 8. 13. 관세범죄로 신설된 가격조작죄의 입법배경은 이렇다.

 

종전 관세법상 물품 신고가격 중 세액 등과 관련한 저가신고에 따른 처벌은 엄격히 규정된 반면, 재산도피·부당이익 편취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고가신고는 단순한 허위신고로 처벌하고 있어 처벌이 미미한 수준이다.

 

또 군납비리, 수출입 이용 금융사기 사건과 같이 수입가격 고가조작으로 국가재정 등에서 부당이익을 취득하는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막대한 재산상 부당이득을 위해 경미한 처벌을 감수하는 허위신고와 단순 허위신고는 엄격히 구분하여 제재함으로써 건전한 수출입 통관질서의 유지에도 필요하다.

 

아울러 고가조작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기·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추가 범죄의 차단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이러한 고가조작 행위를 엄단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관세국경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양 관세범죄는 객관적 구성요건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범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주체에서 밀수출죄는 누구나 될 수 있으나, 가격조작죄는 관세법에 따른 세액보정을 신청하였거나 수정신고를 행한 자 또는 수출입신고를 행한 자나 입항전수입신고를 행한 자로 그 적용범위가 제한된다.

 

그리고 범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객체에서 밀수출죄는 관세법상 수출신고의무가 발생하는 모든 물품이다. 이에 반해 가격조작죄는 세관장에게 수출신고된 내국물품과 수입신고된 외국물품에 한정된다.

 

밀수출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의 여하에 관계없이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국물품을 국외로 반출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의 전형적인 행위태양에는 품명위장 또는 분할해 소포장하거나 은닉하는 행위 등이 있는데, 최근 세관당국에 검거된 사건에서 이러한 수법의 행위태양을 살펴본다.

 

범행자는 국산 광유 엔진오일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중국의 수입업체와 공모하여 중국에서 광유 엔진오일을 수입할 때 부과되는 소비세와 관세를 탈루하기 위해 합성유 엔진오일로 가장해 수출했다.

 

범행자는 국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중국인으로, 최근 홍콩에서 전자담배 판매가 금지되면서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한국에서 담배를 밀수하기로 홍콩의 현지 판매책과 공모해, 홍콩의 판매책이 모바일 메신저로 주문하면 서울 지역 20곳 가량의 편의점을 돌며 전자담배를 구매하여 우체국에서 국제특급우편으로 발송하면서, 수출신고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박스로 분할 소포장한 뒤, 물품가격을 정식수출신고 기준금액에 미달하는 200만 원 이하로 허위 기재하는 방법으로 밀수출하였다.

 

범행자는 소켓 렌치 공구를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각각의 전동 공구 안에 1.5kg 금괴 1개씩을 은닉하는 수법으로 밀수출했다.

 

범행자는 불법자금으로 추정되는 미화 100 달러 지폐 1만8500매를 잡지 사이에 은닉한 다음 품명을 잡지로 기재하고 발송인을 가상의 인물로 기재하는 수법을 이용하여 특송화물로 미국으로 수출하였다.

 

범행자는 자체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국 소비자 20여만 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위챗 등 메신저를 활용하여 동대문 상인으로부터 구매한 후 상품가치가 없는 것처럼 항공기 적재서류를 조작하여 세관에 수출신고를 하지 않고 국내 운송대행업체(일명, 포워더)를 통해 중국으로 의류를 밀수출하였다.

 

가격조작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는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을 조작하여 신청 또는 신고하는 행위이다.

 

여기에서 가격을 조작(造作)한다는 것은 가격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드는 것이다. 즉, 거래가격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수수하는 금액과 다르게 많거나 적은 가격으로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격조작행위가 세관장에게 신청 또는 신고를 할 때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목적”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목적”이란 구성요건의 법문 해석과 관련하여 ‘제3자’의 적용범위에 외국의 거래상대방이 포함되는지와 본죄가 단순거동범이나 목적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결과범에 해당하는지가 의문으로 제기될 수 있다.

 

본죄의 입법배경에 비추어 ‘제3자’의 적용범위에서 외국의 거래상대방은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본죄는 결과범으로 취급되어야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구성요건적 실행행위로 인해 범행자가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결과 또는 제3자가 이를 취득한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본죄의 성립은 부정되고 관세법상 단순 허위신고죄를 취급될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환거래법의 규율원리에 비추어 범행자가 국부(수출입대금)를 해외로 유출하는 결과(위험성)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가격조작죄 구성요건의 법문을 문리적으로 해석해보면 단순거동범이나 목적범으로의 취급도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도 가능하게 하는 현행 가격조작죄 구성요건의 법문은 죄형법정주의, 즉 가벌적 (가격조작)행위는 법률상 명확하게 정형적으로 규정되어 한다는 형벌법규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대외무역법 제43조가 무역거래자는 외화도피의 목적으로 물품등의 수출 또는 수입 가격을 조작(造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율하면서, 같은 법 제53조 제2항에서 수출입 물품등의 가격조작 금지 위반행위를 형벌에 처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법상 가격조작죄와 대외무역법상 수출입물품 등의 가격조작 금지위반죄가 법조경합 관계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범죄구성요건에 있어서 행위주체의 범위와 범행의 목적을 달리하기 때문에 형벌법규이론상 관세법상 가격조작죄와 대외무역법상 가격조작금지 위반죄의 법조경합의 태양을 특별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석사 및 박사과정) 졸업, 법학박사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법무법인 화우 조세그룹(관세팀) 관세·외환·FTA원산지조사 전문 

•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관세법 및 HS·관세품목분류 담당 외래교수

• 관세사 국가자격시험 출제(제34·38회)·채점(제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세무TV 『세무컨설팅최고전문가과정』 전임교수

• (현) 『(사)한국 FTA Rules of Origin 연구회』 사무총장

• (현) 『한국 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

• (현)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주요 연구논문 및 저서>

• FTA 원산지 이야기 (도서출판 두남, 2022) 
•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 (도서출판 두남, 2023)
•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 (주식회사 부크크, 2024)
•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 (도서출판 두남, 2024)
• 무역관계법규 (도서출판 두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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