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대복 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돈 세탁(Money Laundering)’ 하면 미국 금주법 시대(1919-1933년)의 전설적인 마피아 갱단 두목 알 카포네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알 카포네가 이태리 이민자 출신이고, 그 당시 현금을 취급하고 돈세탁에 쉽게 이용될 수 있는 세탁소를 많은 이태리 이민자들이 영업하고 있었던 점등을 연상하고 그런 추측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밀주, 매춘, 도박, 마약등 불법으로 번 돈을 세탁하여 합법적으로 번 돈 인양 하는 돈 세탁을 마피아 갱단 조직에서 처음 한 사람은 알 카포네가 1931년 감방에 수감된 후, 마피아의 2인자로 조직을 관리했던 마이어 랜스키였다.
유태인인 그는 갱 조직에 경영기법을 도입하였고, 스위스에 있는 은행을 사서 돈을 세탁했으며, 사람들을 소유했지, 돈을 소유하지는 않았다고, 사후에 그의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1937년에는 영업구역을 쿠바에 까지 넓혀서 도박, 경마, 마약사업 등을 하면서 그 당시 쿠바의 우익 지도부를 부패시키고 이로 인하여 쿠바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우익정권을 무너뜨리고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돈 세탁은 왜 하는가? 범죄행위를 숨겨서 처벌을 면하거나, 불법적인 돈을 몰수 안 당하거나, 법인세 등을 탈세하여 불공정 소득을 향유하고, 어떤 분들은 돈이 많은 것이 밝혀지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때문에 등등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한 때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5만원권의 80% 정도가 장롱속이나 마늘밭 밑에 있을 거라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돈 세탁은 어떻게 할까?
다양한 방법/기법들이 있으며, 필자는 테크닉의 수준에 따라 C 수법( 제3자 명의 이용, 분할거래, 전위사업체, 경마장/금융기관등 이용), B 수법( 역외국가, 껍데기회사, 대출금회수 형식, 무역거래 이용 등), A 수법( 가상자산 이용, 파생금융상품, 기업설립 에이전트 이용 등) 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이 중 무역거래를 이용하는 자금세탁은 주로 수출입물품 신고가격 조작(Fake Invoicing)으로 외화(재산) 도피, 무역금융편취, 내국세(법인세 등) 포탈하는 범죄 수법이다.
사례를 몇가지 들어 보면,
국제 테러단체와 결탁한 한국의 C사가 미국의 D사에게 전자부품 개당 2$짜리 150만개를 보내면서 수출서류상으로는 100만개를 보낸 것으로 허위신고하고 이것이 수입·수출국 세관에서 적발없이 통관되면 C사는 D사에게 100만$의 테러자금을 세탁해 조달하는 것이 된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전형적인 마약밀매 자금 세탁 사례로, 페소화 암시장 거래방식(BMPE, Black Market Peso Exchange Arrangement)이 있다.
① 콜롬비아 국제 마약조직이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 판매하여 현금(달러화)을 수취한 후, ② 마약조직은 페소 브로커에게 달러화를 할인하여 페소화를 수취하여 자유롭게 소비한다.
이 때 페소 브로커는 마약조직에게 콜롬비아내 페소화 계정에서 송금 이체하는 방법으로 지급한다. 페소 브로커는 반드시 미국내 소재할 필요는 없으며, 이후 과정부터 마약조직은 자금세탁과정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③ 페소 브로커는 수취한 달러화를 미 은행 계정에 타 자금과 섞어 가장하여 예치한 후, ④ 달러화가 필요한 대 미국 콜롬비아 수입업자를 물색하여 ⑤ 페소 브로커의 미은행 계정으로부터 미국 수출업자에게 콜롬비아 수입자를 대신하여 제3자(페소 브로커)가 지급한다.
⑥ 미국 수출업자는 콜롬비아에 물품을 선적하는데, 일반적으로 판매가 용이하고 고가인 가정용 IT 제품등을 수출한다. ⑦ 콜롬비아 수입업자는 전자 제품등 수입물품을 국내 판매하여 수취한 대금을 ⑤번의 제3자 지급한 페소 브로커에게 지불한다.
이 수법에서는 대부분의 무역기반 자금세탁의 경우와는 달리 수입자와 수출자가 공모할 필요가 없다.
세 번째 사례로, 강남에 1천억원 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甲은 이 빌딩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의 대출을 받는다. 이 자금을 한국은행으로부터 해외투자 승인을 받고 홍콩에 있는 자신의 paper company 계좌로 송금한다.
이 돈으로 중국 철강회사에 지분 투자한 후, 몇 년 후 투자가 실패하였다고 한국은행에 허위신고하고 256억원을 해외에 빼돌린 후, 남은 잔액 44억원을 국내로 회수하고 이를 한국은행에 신고한다.
홍콩에 남아 있는 256억원을 홍콩 현지에 있는 paper companies 들의 여러 계좌로 분산 입금하여 돈 세탁 한 후, 이 자금들을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변질시켜 국내에 들여와 자신 소유의 1천억원대 강남빌딩에 투자하여 300억원 어치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 지분을 갖게된 외국의 paper company의 주식은 모두 甲의 아들 소유이다. 결과적으로 甲은 한국 국세청에 증여세 납부없이(탈세) 아들에게 1천억원대 빌딩의 30 % 의 지분을 증여해 준 것이 된다.
물론 설명은 단순하고 쉽게 하였지만 실무상으로 이러한 자금세탁 과정에는 외국환관리, 관세, 내국세, 회계 전문가들의 고도의 테크닉과 노하우가 필요하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불법자금 세탁범죄는 ⓵ 2개국 이상의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 지고, ⓶ 직접적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범죄의 적발이 어렵고,
⓷ 적발되어 처벌되더라도 범죄자나 그 가족은 자금세탁으로 빼돌린 막대한 이익을 그대로 향유하는 경우가 많고, ⓸ 범죄집단이 전문적인 테크닉과 노하우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자금을 세탁하며,
⑤ 폭력을 피하며, 사회적 도덕성에 심한 상처를 주고, ⓺ 간접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물질적 피해가 다른 범죄에 비해 그 규모가 크며, ⓻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진짜 범죄(true crime)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유한 범죄 특성이 있다.
대규모의 기업범죄, 환경범죄, 약물범죄 등의 경우와 같이 불법자금세탁 범죄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이 규율하기 시작하였다.
국가 전체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공정 경쟁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자금세탁범죄행위를 엄벌하고, 범죄의 수익인 돈줄을 차단해 범죄행위를 뿌리채 뽑겠다는 국가사회 전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불법자금세탁 범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과 우리나라의 그동안 경과, 노력 등을 살펴 보기로 한다.
[프로필 ] 이대복 (사)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 現 동국대학교, 세계관세기구(WCO)에서 자금세탁방지론(Anti-Money Laundering) 강의
• 저서 : ‘한국세관의 역사(2009년, 동녘)’
• 호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2005년 홍조근정훈장 수상
• 1994년 WCO 사무총장상 수상
• 2010.06~2011.07 관세청 차장
• 2008.09~2010.05 인천공항세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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