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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유럽 관세 이야기] 국경통제 두가지 원칙 (2)

국경보안(Border Security)과 국경관리(Border Management)

 

(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전편에서 쉥겐체제는 통합국경관리라는 방식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바 있다. 그렇다면 국경관리(Border Management)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국경을 통제한다고 하면, 통상 안보목적의 국경보안(Border Security) 즉, 국경에서의 테러나 각종 범죄를 차단해 국경은 물론 국내의 안전을 도모하는 활동을 떠올린다.

 

반면 경영학이나 행정학에서 나올 법한 관리(Management)라는 개념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관리(Management)와 보안(Security)는 얼핏 보아도 상반된 느낌을 주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쉥겐체제(Schengen Acquis)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법인 쉥겐국경법(Schengen Border Code)을 살펴보면 정작 국경보안이란 단어가 아닌 국경 관리(Border Management)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경보안과 국경관리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EU는 왜 국경관리란 개념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 현재까지 국경보안과 국경관리에 대한 법적인 개념 정의가 명백히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논문들이나 국경통제 관련 국제기구, 국가기관에서 국경관리와 국경보안을 정확한 구분 없이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UN 대테러사무소(UN Office of Counter-Terrorism) 홈페이지를 보면 ‘테러리스트들의 국경간 이동 및 외국 테러리스트들의 유입을 막는 것’을 국경보안관리(Border Security and Management)라고 설명하고 이것이 유엔대테러사무소의 주요업무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이 소개 내용을 보면 국경관리와 국경보안은 같은 뜻으로 테러예방 및 각종 초국경범죄를 막는 활동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두 단어는 실제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먼저 국경보안은 국경에서의 불법적 행위나 테러나 초국경범죄를 예방하여 국경과 나아가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국경보안 관점에서 국경은 외부 위험요소를 차단, 제거하는 최일선으로 본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9/11사태라는 초유의 테러사건을 겪고 나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국경에 대한 철저한 통제(Control)를 바탕으로 테러나 초국경범죄와 같은 중대범죄를 막기 위해 국경관리기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국경보안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신설하고 산하에 세관, 출입국, 검역 기관을 통합한 국경관리청(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해안경비대(Coast Guard), 대통령 경호처(Secret Service), 교통안전국(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yber 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 귀화이민국(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등, 각종 정보보안(Security)이나 법집행기관(Enforcement)을 두어 미국의 국경을 안보의 최전선으로 상정하고 테러, 초국경범죄 등 각종 범죄를 진압하기 위한 국경통제정책을 수행하게 되었다.

 

근래 이민자 단속에 투입되어 언론에 자주 등장한 이민관세범죄수사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일명 ICE)도 국토안보부 소속이다.

 

국토안보부 홈페이지를 보면 DHS의 목적은 국경보안이며 이는 위법한(illegal) 무기(Weapons), 마약(Drugs), 금(禁)제품(Contraband), 또는 사람(People)의 이동으로부터 미국의 국경을 보호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국경관리청(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의 홈페이지에는 아예 국경보안을 국경관리청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로 명시하고 그 핵심이 바로 테러리스트의 미국 내 입국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국경관리는 테러리스트나 초국경범죄자를 국경에서 차단하는 국경보안 업무뿐 아니라, 반대로 합법적인 여행객, 사업가 등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효과도 함께 고려하는 국경통제방식이라 하겠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에서는 국경관리를 사업가, 관광객, 이주자, 난민의 허가된 이동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비국민의 해당국으로부터의 불법 입국을 적발 예방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보다 시야를 확장하여 국경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해석도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무역 원활화(Trade Facilitation)의 관점에서 전 세계 무역의 원활한 흐름을 막는 각종 요소(통관 등)을 제거하여, 보다 원활한 무역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것을 국경관리로 보고 있다.

 

맡은 업무에 따라 국경관리를 해석하는 구체적 방식은 각기 차이는 있지만, 국경통제를 테러리스트나 초 국경범죄자를 국경에서 차단하는 업무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여행자 및 물품에 대한 원활한 이동에도 초점을 맞추어 이를 보장함으로써 이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긍정적 효과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EU의 국경관리(Border Management) 개념 도입

EU는 줄곧 국경보안 대신 국경관리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EU 태도의 배경에는 전편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쉥겐체제가 미국의 예처럼 애초부터 초국경범죄나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국경보안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경제적 통합을 위한 관리 수단으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통합의 가장 핵심은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이었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키 위해 역내국경을 개방한 것이다. 대신 EU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난민, 불법 이민 등으로 대표되는 역외로부터의 불필요한 유입을 막고 역내의 이동 자유화를 통해 경제적 통합을 구상했던 것이다.

 

통합국경관리(Integrated Border Management)의 등장

쉥겐체제의 핵심은 회원국 간에는 국경을 개방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한편, 체제 외부(역외국경)를 쉥겐 가입국의 공동국경으로 만들어 이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즉, 쉥겐체제 가입으로 인해 각 회원국들은 이제 공동의 국경을 갖게 되었고 타국의 국경까지도 이제 공동의 국경이 됨으로써 모든 쉥겐 가입국은 공동의 국경관리에 대한 연대책임을 갖게 된 셈이다.

 

공동으로 국경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말해 쉥겐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쉥겐 회원국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다.

 

공동 책임과 협조라는 전제하에 움직이는 쉥겐체제에서 각 회원국이 그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쉥겐체제가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하더라도 EU가 기대하는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테러, 마약 밀수 등 초국경범죄가 수시로 발생하고 이로 인한 유럽내 안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유럽을 자유‧안전‧정의의 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협력과 결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EU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과 고민 속에서 EU는 기존의 국경관리 개념에 회원국 국경기관들의 협력(Cooperation)과 조정(Coordination)을 더한 통합국경관리(Integrated Border Management)라는 개념을 고안해 내기에 이른다.

 

국경기관간 협력과 조정(cooperation and coordination)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합국경관리의 핵심은 국경기관간 협력과 조정(cooperation and coordination)이다.

 

2006년 12월 EU 내무‧사법위원회(JHA: Judicial and Home Affairs Council)는 국경기관간 협력과 조정을 기관내 협력(Intraservice Cooperation), 기관간 협력(Inter-agency Cooperation), 그리고 국가간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으로 구분하고 이를 EU 통합국경관리의 3가지 기둥(Three Pillars)으로 명명함으로써, 국경기관간 협력과 조정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

 

구체적으로 기관내 협력이란 하나의 국경관리기관 내부 부서간 협력을 위미한다. 예를 들어 실제 현장 집행부서와 정보 분석 부서간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으로 정보 분석결과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부서에서는 위험요소를 보다 정확하게 선별해냄으로써, 위험의 수준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기관간 협력은 국경기관 상호간 협력이다. 대표적인 국경관리기관으로 거론되는 세관, 출입국, 검역의 경우, 국경기관들이 통합되어 하나의 조직으로 재탄생된 미국, 캐나다. 호주와 달리 쉥겐 회원국들은 통합되어 있지 않다.

 

별도의 조직인데다 관리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정보공유 등 서로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경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거와는 달리 불법 이민, 난민 문제가 단순히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테러를 비롯한 각종 초국경범죄의 발생과 연계됨에 따라, 국경기관간 협력은 국가보안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국가간 협력이다. 국가간 협력은 다시 쉥겐 회원국간 협력, 그리고 난민, 불법 이민 등 국경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제3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나누어진다.

 

수십개가 넘는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쉥겐체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공통 집행 방식 마련, 회원국 간 갈등조정, 정보 공유 등 협력할 것이 매우 많다. 다음편에서는 조정과 협력을 위해 EU가 어떠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법학박사(국제법, 서울시립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주불가리아 대사관 영사(경제, 통상, 영사업무)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 논문 : EU 관세법 위반행위에 대한 패널티 규정 부조화(Non-Harmonisation)와 EU의 대응

• 논문 :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한 EU 대응조치 연구 - EU 권리행사규칙과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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