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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명구 관세청장 “韓美 관세정책 대응, 칼 베고 자는 심정으로 임했다”

“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정 시 관세환급 가능성 예의주시”
미국이 절박했던 조선업, 끝까지 지렛대 삼은 게 ‘신의 한수’
한미관세협상 마무리로 ‘디테일 챙기기’에 더 바빠진 관세청
2026년 관세국경 관리목표 더 촘촘한 경제안보·무역원활화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경제 국경에서 칼을 베고 자는 심정으로 일하는 기관이 관세청입니다.”

지난 11월 18일 <조세금융신문>이 이명구 관세청장을 국회 근처에서 만났을 때 이 청장의 인사말이다. 지난 7월 14일 취임 이후 줄곧 한미관세협상이 진행되는 몇 개월을 살얼음판 위를 걷듯 지내온 관세국경관리 총괄 책임 기관장의 인사말이 사뭇 비장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2026년 정부 예산안 심의를 맞아 언제 있을지 모르는 국민대표들의 비상호출을 기다리며 관세청 예산안을 수십 번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만나 긴박했던 한미관세협상의 자초지종과 협상 타결 이후 관세청의 과제들을 들어봤다. 이 청장은 예의 유머와 재치가 넘쳤지만, 눈매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긴장이 서려 있었다. <편집자주>

 

트럼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정부 협상단 ‘조선업’ 지렛대로 담대히 맞서

 

이명구 청장은 한미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심리하고 있는데,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더 많아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137년 관세가 재정의 큰 몫을 담당해온 나라답게 법리를 따져 환급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봤다.

 

이 청장은 정부 협상단이 한국만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를 완벽하게 행사한 것이 ‘선방’의 비결이라고 봤다. 특히 미 제조업 공동화 결과 완전히 침체된 미국 조선업의 약점을 한국이 메울 수 있는 점을 간파, 양국 조선협력을 지렛대로 담대하게 압력에 맞선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표현했다.

 

이 청장은 한미관세협상 타결로 ‘예측가능성’이 높아진 점에서 더없이 반갑지만, ‘악마가 숨어 있는’ 디테일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법 집행기관인 관세청 사람들은 외려 긴장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쌍무협상을 통해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대외무역적자 구조를 타파하는 동시에 외교·안보 문제까지 해결하는 길을 택한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정형적 협상 스타일'인 것은 맞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대체불가능한 조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지키면서 최대 난제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소해야 할 입장이다. 트럼프는 그 난제를 풀 정책수단으로 관세를 꺼내 들고 국채금리와 맞닿은 금융과 외환정책도 혁신 중이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본격 인입, 달러 가치를 떠받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세 자체는 물론 외환의 드나듦을 감시하는 기능 또한 관세청의 몫이다. 이명구 청장이 일복이 터진 사람이라는 방증이다.

 

 

 

 

“트럼프 관세, 대법원 인용 가능성에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명구 청장 취임 6일을 앞두고 “8월 1일부터 대한민국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대한민국 정부에 보내왔다.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미관세협상을 타결하고 양국이 11월 13일 ‘공동 사실자료(Joint Fact Sheet)’를 발표하면서 피가 마르는 한미관세협상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상황’을 이유로 의회를 거치지 않고 강행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부과의 적법성이 미 연방 대법원의 심판대에 올랐다. 근거 법률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은 것이 핵심 쟁점이다.

 

본지가 이명구 청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법원의 법리를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조세 법리에 유독 밝아 국무총리 조세심판원의 상임심판관으로 스카우트된 이 청장의 전력 때문이다.

 

이 청장에게 미 연방 대법원 심리 향방과 관련해 의견을 물어봤다.

 

Q. 한미관세 협상이 끝났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자체의 위법성을 심리하고 있다. 국가별 관세부과는 원래 의회를 거쳐 집행돼야 하지만 트럼프가 비상상황을 이유로 강행, 적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인데, 미 연방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기본 근거 법률이 1977년도에 만들어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 재판관 인원 구성은 보수 쪽이 더 많아 트럼프를 옹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9명의 대법관 구성원들을 보게 되면 보수당 지지 성향의 대법관들이 과반을 넘는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IEEPA법에 관세 부과 부분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 인용, 즉 행정부의 비상 상황 주장의 기각 가능성을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Q. 연방 대법관이 보수적이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공화당 지지를 의미하지만, 법리를 보수적으로 심리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와 별개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해소가 나라의 명운이 걸린 과제인데, 우리 판례 법리에도 자주 등장하는 법적 안정성 법리나 비상 상황에서 과세권이 있다는 유권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미국의 경우 연방 대법관의 정치색이 비교적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무게를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관세만으로 137년 동안 재정지출을 충당해 왔던 전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재정 수입에 관세가 상당히 많은 기여를 많이 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상당 부분 관세 수입 때문에 개선이 됐다. 그럼에도 대법관들이 일각에서는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있다. IEEPA 법률에 관세가 명시되지 않았는데, 그걸 사후적으로 인정해주면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다.

 

법리상으로 아무리 트럼프의 관세 행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이 부분은 관세 부과가 행정부의 과도한 조치로 판결이 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의 137년 관세 전통은 법원 판단으로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 준 경험도 많다는 의미다.

 

Q. 그러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인가?

 

인용 판정, 즉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이 나게 될 경우 내년 11월 하원 선거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화하더라도 무역적자,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트럼프의 노력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962년도에 만들어진 무역확장법(232조)에 따라 품목별로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1974년도에 만들어진 무역법 제122조에 따른 관세율 인상, 비관세장벽 대응 등 새로운 버전의 관세정책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읽어야 한다. 무역적자를 관세로 해소하는 것은 미국의 초당적 정책방향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예측 할 수 없이 정책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그냥 언젠가는 뭐 정상적으로 들어오면 뭔가 변하겠지’라고 여긴다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주도면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이 될 수 있다.

 

Q. 트럼프를 잘 아는 관세청 리더로서 절박한 심정으로 한미관세협상을 지켜봤을 텐데.

 

경제주체별로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미국의 파상적 공세가 기본 흐름인 공격적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나름 선방을 했다고 평가한다.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보유한 조선업을 지렛대로 잘 활용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 가장 애달픈 지점이 조선업이다. 미국의 화려했던 조선업은 현재 침체기로 접어들어 있다. 제조업 전체를 외주화 하면서 조선업은 장기간 구조적 쇠퇴를 겪어온 상황이다.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이번 한미관세협상에서 그걸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결과 선방한 것이다. 급하게 서둘렀다면, 오히려 상호 이해를 고려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잘하고 또 미국에서 가장 원하던 부분을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신의 한수’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크고 작은 비관세장벽들도 계속 논의될 텐데, 그 역시 우리가 강점을 가진 조선업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우리가 불이익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치밀한 관세행정으로 빈틈없는 후속조치 강조

 

한편, 이명구 청장은 이번 한미 협상을 바라보며 관세청이 기업들의 수출입 최전선에서 효율적이면서 엄중한 관세 행정의 조력자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 대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그 디테일을 담당하는 게 우리 관세청의 사명”이라고 했다. 관세행정이 이번 협상의 세부적인 내용을 꼼꼼하게 이행해 나갈 교두보라는 것이다.

 

이 청장은 전략산업 특화 지원과 무역 안보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 특히 ‘마스가(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 프로젝트’가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만큼, 조선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밝혔다.

 

이 청장은 “법규 준수도가 높은 조선업체 보세공장에 대해서는 내국작업허가, 장외 물품 보관 허가 등 관련 절차를 생략하고 자율관리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 향상과 신속한 제조·가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부설연구소를 보세공장 특허 대상으로 허용하고, 연구용 원재료 과세보류를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 기항으로 밀고 있는 부산이 북극항로 운항 선박과 국제무역선에 대한 친환경 선박유 공급지로 부상함에 따라 부산 소재 유류저장시설(Oil Tank)에 대한 종합보세구역 지정을 확대하는 한편, 석유·화학제품 보세운송 때 담보제공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인천공항 항공기 정비·수리·개조(MRO) 거점 육성을 위해 항공기와 부분품 반입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전 컨설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뢰 받는 관세국경 보여줘야 연착륙”

 

관세청은 올해 3월 무역안보 침해범죄 수사 컨트롤타워인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신설, K-브랜드 보호에 앞장서는 한편 외국 관세당국에 안전한 공급망 파트너라는 신뢰감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무역범죄에 대한 수사경험과 수출입, 물류 등 통관 데이터, 국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문 수사기관으로 불법 우회수출 같은 무역안보 침해 범죄에 빈틈 없이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56건, 누적 기준 5357억원의 무역안보 침해범죄 사례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금액기준 약 156%가 증가한 수치다.

 

이명구 청장은 인천공항세관이 약 2800억원 규모의 중국·베트남산 금 장신구의 국산둔갑 우회수출을 적발한 건을 무역안보 침해범죄 검거를 통한 대외 신뢰증진 노력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관세청은 전국 세관에서 통관을 거치는 반도체 및 공작기계 자동차 등의 수출통제 품목에 대해서도 우회수출 여부를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관세청은 향후 무역안보 전담대응 조직을 상설화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 무역안보 침해범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임시 전담조직인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정규 조직으로 개편하고, 전담 수사 인력을 확충해 업무의 지속적 수행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출입 신고 내용을 감시, 분석하는 대상을 확대하고, 해외 관세당국과의 정보공유와 공조수사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청장은 관세청의 역할에 “앞으로도 인적·물적 역량을 지속 확충, 무역안보 단속 체계를 확립하고 우리나라를 악용한 불법무역을 차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상자산, 새로운 범죄 통로…더 촘촘한 외환국경 감시 시급”

 

이명구 관세청장은 날로 교묘해지는 무역 환경 외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환전 및 자금세탁 범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며 관세청의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 청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환전 범죄 수법들이 디지털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청장은 “최근 추세를 보면, 국경을 넘나드는 불법 외환 거래, 즉 환치기나 자금세탁에 가상자산이 새로운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익명성과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 때문에 범죄 자금을 은닉하고 세탁하는 데 매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무등록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코인 투 코인’ 등 가상지갑 형태의 복잡한 전환을 통해 자금의 출처를 세탁하는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세청은 이런 가상자산 관련 환전 범죄를 단순한 외환 관리 위반을 넘어 국가 재정 건전성과 금융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 청장은 “관세청은 경제 국경의 최전선 기관으로서,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가상자산 거래 내역 추적을 위한 전문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 및 공조 시스템을 더욱 치밀하게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법적으로 조성된 범죄자금을 신속하게 추적하고 환수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기 위해 서울세관 소속 ‘가상자산과’ 신설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청장이 직접 지휘봉 잡은 관세청 ‘미대본’, 한미관세협상 막전막후에서 핵심 역할

 

대통령실과 산업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가 일사천리로 모든 협상을 주도해 원활하게 협상을 이끌고 있을 동안 관세청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관세 때문에 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취임 직후 한미관세협상의 마무리 시점까지 관세행정의 최우선 과제를 “미국 관세정책 대응 및 국내산업 보호”로 설정했다. 관세청 차장 시절부터 직접 맡아온 미대본 본부장(미국 관세 특별대응본부 T/F)을 이청장이 부임 이후에도 직접 떠맡았다.

 

글로벌 관세·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관세행정의 향방을 설계하고 어떤 격변에도 빈틈 없는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 관세청의 총력 태세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미대본 활동실적 목록에 따르면, 관세청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려 총 80개 이상의 관세행정을 펼쳐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특혜 원산지 판정 체크 포인트 확인’에서부터 ‘품목 분류 연계표’ 공개까지 적시적소에 수출기업들이 필요한 사항을 ‘미대본 TF’를 통해 적극 제공해 왔다.

 

협상 이후에도 서울과 부산 등 6개 본부세관의 ‘수출입기업지원센터’ 조직을 통해 ‘찾아가는 상담센터’를 운영, 현장소통·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1:1 맞춤형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취임 이후 구두 뒷굽이 닳도록 수출입 기업 현장을 찾았다. 정부와 기업 모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긴장과 걱정에 휩싸여 있었지만, 이 청장은 부단히 다독였다. 기업이든, 기관이든, 홍보대사든, 만나는 조직과 사람의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놀이로 긴장부터 풀었다.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에 주눅들지 말고,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셈이다. 정구천 대변인은 이 청장이 청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동양의학의 정신을 강조하며, 관세행정에서 소통을 몸소 보여줬다고 귀띔했다.

 

조직 안팎으로 소통 강조하는 리더십…달라진 위상과 임무, 예산은?

 

이명구 관세청장은 무역안보 강화와 디지털 범죄 대응 등 관세청이 새로운 시대 변화로 대응할 과제들에 청 식구들이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관세청 내부 소통과 협업’이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이 청장은 “칼을 베고 자는 심정으로 일하는 기관인 만큼, 관세청 전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의 무게감과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관세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평적이고 활발한 조직 문화를 통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해왔다. 요건만 갖추면 나이와 직급, 직렬 등에 관계없이 누구든 특정 직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었다. 유능한 인재가, 중요한 일을, 담대하게 해내기 위한 필수 인사 방향이다.

 

한미관세협상의 자초지종을 톺아보면, 미국의 최근 행태는 트럼프라는 예외적 인물의 등장으로 비롯된 게 아니다. 미국 재정과 무역의 위기는 단일 기축통화 달러로 지탱되던 시기의 군사·외교·안보·통상 전 부문의 구조개편을 촉구했다.

 

그런데 테러를 위한 무기와 가상화폐 같은 전통적인 프로토콜을 거치지 않는 외환, 마약과 국제제재를 우회하는 불법환적 등이 모두 관세청 일이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적시에 대처하더라도 달라진 지구촌 안보환경에서 일손이 달린다.

 

관세청 예산을 묻자 이 청장은 “통상 불확실성, 해외직구 폭증 등 관세청이 직면하고 있는 대외 도전 과제가 급증함에도 직제와 예산이 과거의 틀에 얽매여 있다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직제 등의 이유로 인력 증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무역 악용 불법외환거래 대신 가상화폐로 환치기더 어려워진 외환감시

 

관세청의 환치기 단속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관세청이 단속한 환치기 범죄 규모는 약 11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가상자산 활용 비율은 83%에 달할 정도로 익명성을 악용한 단속 회피 시도가 번번한 상황이다.

 

대구세관에서는 지난 10월 의뢰인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테더 등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 한국과 베트남 간 송금 및 영수를 대행한 9200억원 상당의 환치기 범죄조직 5명을 검거했다. 서울세관 역시 지난 5월 가상자산을 이용해 한국과 러시아 간 환치기 수법으로 약 580억원을 불법 송금·수령을 대행한 러시아 국적 환전상을 적발했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11월 외화 약 270억원을 휴대 밀반출해 홍콩에서 테더코인을 구매한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자금의 세탁책에게 전달한 외환사범 4명을 검거한 바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분석과’ 신설은 급증하는 디지털 범죄에 대한 국가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 국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것이 관세청의 판단이다. 관세청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 증원 및 재배치 등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비수탁형 지갑, 토네이도 캐시 등 신종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보완도 병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제공받은 위험정보(STR) 등을 활용해 불법 위험거래를 분석해 가상자산 이용 환치기 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이 청장은 “환전영업자, 소액송금업자 등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영업을 영위하는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의 법률상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송금영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단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지난 11월부터 외국환거래법 등 법령을 위반해 자금을 불법적으로 반출입하거나 무역·금융을 악용해 범죄자금을 합법적인 자금으로 위장하는 자금세탁 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앞으로도 초국가 범죄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불법송금 ▲외화 밀반출입 ▲무역을 악용한 자금세탁 등 3가지 무역·외환불법 행위를 중점적 단속 대상으로 선정해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임을 강조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1969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밀양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관세청 서울세관장, 부산세관장을 거쳐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과 관세청 차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7월 취임 당시 대통령실은 이명구 관세청장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서울세관장, 부산세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고, 한국 관세 포럼 회장을 역임하는 등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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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이명구 관세청장 “韓美 관세정책 대응, 칼 베고 자는 심정으로 임했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경제 국경에서 칼을 베고 자는 심정으로 일하는 기관이 관세청입니다.” 지난 11월 18일 <조세금융신문>이 이명구 관세청장을 국회 근처에서 만났을 때 이 청장의 인사말이다. 지난 7월 14일 취임 이후 줄곧 한미관세협상이 진행되는 몇 개월을 살얼음판 위를 걷듯 지내온 관세국경관리 총괄 책임 기관장의 인사말이 사뭇 비장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2026년 정부 예산안 심의를 맞아 언제 있을지 모르는 국민대표들의 비상호출을 기다리며 관세청 예산안을 수십 번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만나 긴박했던 한미관세협상의 자초지종과 협상 타결 이후 관세청의 과제들을 들어봤다. 이 청장은 예의 유머와 재치가 넘쳤지만, 눈매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긴장이 서려 있었다. <편집자주> 트럼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정부 협상단 ‘조선업’ 지렛대로 담대히 맞서 이명구 청장은 한미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심리하고 있는데,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더 많아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137년 관세가 재정의 큰 몫을 담당해온 나라답게 법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