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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현의 판례평석] 신탁계약상 부가가치세 환급금 양도 약정 위반, 횡령죄 성립 안 돼

(조세금융신문=류성현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부동산 개발 회사를 운영하면서 피해 회사(수탁자)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오피스텔 신축·분양 사업을 진행했다. 신탁계약 체결 시, 위탁자인 피고인들 회사에 귀속될 부가가치세 환급금 채권을 수탁자인 피해 회사에 포괄적으로 양도하고, 그 양도 통지에 관한 대리권도 수여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2018년 1, 2기분 부가가치세 환급금 약 50억 원이 발생하자, 피고인들은 세무서로부터 각자 운영하는 회사 명의 계좌로 환급금을 직접 수령하였다. 피해 회사는 계약에 따라 해당 환급금을 신탁사업 계좌로 입금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피고인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환급금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를 위해 보관하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했다.

 

원심은 피고인들과 피해 회사 사이에 통상의 계약 관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이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다.

 

2. 쟁점

본 사안의 핵심 쟁점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장래 발생할 자신의 부가가치세 환급금 채권을 수탁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에 세무서로부터 직접 환급금을 수령하여 임의로 사용한 경우, 위탁자에게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니라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위와 같이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이 그 돈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유효한 장래의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면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므로 이 사건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은 위탁자인 피고인들 운영 회사에 귀속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들이 환급금을 피해 회사에 지급하지 않은 것은 채권양도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처분한 횡령죄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4. 평석

가. 부가세 환급금의 소유권은 위탁자인 피고인들 회사에 귀속

이 사건 부가세 환급은 2018년 1, 2기분에 관한 것으로, 구 부가가치세법(2017. 12. 19. 개정된 것) 제10조 제8항 본문에 따르면, 신탁재산을 수탁자 명의로 매매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가 직접 재화를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며, 매입세액이 매출세액을 초과하여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 역시 납세의무자인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도16896 판결). 이에 따라 부가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인 피해 회사가 아니라 위탁자인 피고인들 운영 회사이므로 환급청구권 및 환급금의 소유권은 법률상 피고인들 회사에 귀속된다. 피고인들이 세무서로부터 수령한 돈은 법적으로 ‘자기 소유’의 금전이지 ‘타인의 재물’이 아니다.

 

나. 이 사건 양도 조항의 법적 성격 및 효력

이 사건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의 양도 조항은 장래에 발생할 부가세 환급금 채권을 피해 회사에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양도 계약’의 성격을 가지는데 이는 피고인들 회사로 하여금 피해 회사가 채무자인 대한민국(세무서)에 대하여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협력할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약정일 뿐, 이 약정만으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환급금의 소유권이 피해 회사에 이전되거나,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를 위해 해당 금전을 보관하는 법률관계가 창설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 부정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채권양도인인 피고인들 회사가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채무자인 대한민국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들 회사에 귀속된다. 피고인들은 피해 회사에 대하여 채권양도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하며, 양자 사이에는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가 있을 뿐,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은 ‘신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특별한 신임관계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의 본질이 ‘채권양도 계약의 불이행’ 문제임을 명확히 하였다. 즉, 신탁계약의 당사자라는 사정만으로 모든 금전 관계에 있어 자동적으로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금전의 구체적인 소유권 귀속과 당사자 간 약정의 법적 성격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 소결

피고인들이 수령한 부가세 환급금은 법률상 피고인들 회사 소유이고, 피해 회사와의 관계는 채권양도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 관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신분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2020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으로 신탁재산의 부가세 납세의무자 원칙이 수탁자로 변경되었으나, 다수의 부동산개발신탁처럼 예외적으로 위탁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위 판결의 법리는 실무상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도16896 판결

 

[프로필] 류성현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 미국 Duke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석사 수료)

사법연수원 제33기 *서울대학교 법학과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 류성현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는 조세 전문분야다. 류 변호사는 국세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쌓은 폭넓은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세자문, 조세쟁송, 국제조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 심판, 소송 등 다양한 조세불복 절차를 처리한 풍부한 경험을 통해 현재 고객들에게 탁월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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