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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예규·판례] 150℃ 구워도 ‘생채소’?…‘구운 토마토’ 뒤집힌 판정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오븐에 구운 토마토’라는 이름으로 수입된 냉동 토마토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이 갈등을 벌였다. 쟁점은 이 물품을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토마토’(HSK 2002.10-0000)로 볼지, 아니면 ‘냉동채소’(HSK 0710.80-9090)로 볼지였다. 분류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최대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산 냉동 토마토다. 업체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중국 수출자로부터 ‘FROZEN ROAST TOMATO’ 등을 수입했다. 수입 신고 당시 업체는 이를 HSK 2002.10-0000호(조제·보존처리 토마토)로 신고했고, 한·중 FTA 협정관세(FCN)를 적용받아 5.6%~6.8%의 낮은 세율로 통관을 마쳤다.

 

하지만 사후 검증 과정에서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관세당국은 원산지 자율점검과 서면조사를 거쳐 2022년 9월 품목분류위원회를 열었고, 이 물품을 ‘냉동채소’(HSK 0710.80-9090, 기본관세 27%·FCN 27%)로 결정했다.

 

세관은 이 결정을 근거로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하고 관세,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을 과세전통지했다. 이에 반발한 업체는 2022년 12월 관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 ‘조리된 토마토’ vs ‘얼린 생토마토’…쟁점은 ‘가공 수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오븐 가열’이 토마토의 본질을 바꿀 만큼 충분했냐는 것이다. 관세율표상 제7류(냉동채소)는 ‘조리하지 않은 것 또는 물에 삶거나 쪄서 조리한 것’으로 한정된다. 만약 굽기(Roasting) 등 그 밖의 방법으로 조제했다면 제20류(조제 식료품)로 분류된다.

 

업체는 오븐에 구웠으므로 제20류라고 주장했고, 세관은 열처리가 미미해 생토마토나 다름없으므로 제7류라고 맞섰다.

 

◆ 업체 “오븐에 구워 성질 변했다…명백한 조제품”

 

업체는 쟁점 물품이 신선 토마토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오븐에 구운 토마토’라고 강조했다. 경남농업기술원의 분석 데이터를 제시하며, 구운 토마토는 신선 토마토와 비교해 물성, 명도, 수분 함량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관이 “제품에 탄화(그을림) 흔적이 없어 구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자, 업체는 “상품 가치를 위해 탄화된 부분은 선별·제거하고 수입했을 뿐, 로스팅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업체 논리의 핵심은 ‘조리 방식’이었다. 관세율표 해설서에 따르면 제7류의 조리법은 ‘삶거나 찌는 것’에 한정되는데, 이 제품은 ‘오븐 열처리(로스팅)’를 거쳤으므로 제7류에 속할 수 없고 제20류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는 관세평가분류원이 ‘오븐에 구운 파인애플(Frozen Roast Pineapple)’을 제20류로 분류한 사례와 국외에서도 구운 토마토를 제20류로 본 사례를 들며 과세 형평성을 주장했다.

 

◆ 세관 “탄화 흔적 없어…‘무늬만’ 구운 토마토”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신선 토마토의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냉동 토마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세관은 판단의 근거로 구체적인 ‘상태’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오븐에 구운 토마토는 175~200℃의 고온에서 처리되어 표면에 갈변이나 탄화 자국이 남고 껍질이 주름지거나 터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쟁점 물품은 그을린 흔적이 관찰되지 않거나 극히 미미하고, 신선한 토마토와 비교해 외관, 맛, 수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세관은 제조 공정 온도에도 주목했다. 쟁점 물품은 130~150℃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처리됐는데, 이는 토마토를 굽기 위함이라기보다 해동 후 형태 유지를 위해 표면만 살짝 건조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오븐을 통과하긴 했지만 급속 냉동을 통해 거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신선 토마토의 주요 특성이 상실되지 않은 ‘냉동채소’(HSK 0710.80-9090)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 관세청 “주요 특성 그대로…냉동채소 분류 타당”

 

관세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관세청은 쟁점 물품이 ▲표면의 그을린 흔적이 미미한 점 ▲일반적인 로스팅보다 낮은 온도(130~150℃)로 조리된 점 ▲급속 냉동하여 신선 토마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 ▲외관과 맛, 수분이 신선 토마토와 큰 차이가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관세청은 “신선한 토마토의 주요 특성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물품을 ‘냉동채소’(HSK 0710.80-9090)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중 FTA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하고 27%의 세율을 적용한 세관의 과세 처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적부심사-2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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