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일혁 기자) IT서비스 기업 LG CNS는 지난해 11월 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통적 시스템통합(SI) 사업 역량을 줄이고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솔루션사업본부를 전략사업부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으로 개편했다. 전략사업부가 바로 신성장동략을 담당하는 곳이다. 현재 이 부서에서 ‘에너지’, ‘디지털마케팅’, ‘빅데이터’, ‘IoT’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SI사업을 수행하던 기존 사업조직은 통합했다. 금융·공공사업본부 산하 1·2사업부는 금융사업부로 합쳤다. 주목할 부분은 국방사업부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 자회사인 코리아일레콤과 원신스카이텍이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LG CNS는 2016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지난 6년간 LG CNS를 이끌어왔던 김대훈 사장이 물러나고, LG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영섭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했던 LG CNS는 이처럼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고 신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정비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한 실적은 어쩌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IT서비스 업체 ‘빅3’의 지난해 실적이 신사업 성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각 물류와 반도체 모듈을 전략사업으로 추진한 삼성SDS와 SK(주)C&C는 선방한 반면,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 LG CNS의 경우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방위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LG CNS는 지난해 매출 3조2303억원, 영업이익 839억원, 당기순이익 426억원 올렸다. 매출 3조3176억원, 영업이익 1534억원, 당기순이익 800억원을 기록했던 2014년과 비교해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45.3%, 46.7% 줄어들며 거의 반토막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들이 공공사업 입찰 제한과 내부거래 규제 등으로 일감이 부족한 실정에서 LG CNS는 삼성SDS, SK(주)C&C와는 달리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고 피력했다.
코리아일레콤, LG CNS에 인수된 후 5년간 누적 순손실 377억원
LG CNS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인수한 방위사업 자회사들이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김대훈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011년 코리아일레콤, 2013년에는 원신스카이텍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각각 중대급 교전훈련장비(마일즈) 전력화사업과 무인헬기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들이다. LG CNS는 이 두 회사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으나 결과는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코리아일레콤의 2011~2015년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매출 31억원·영업손실 49억원·당기순손실 89억원, 2012년 매출 134억원·영업손실 21억원·당기순손실 26억원, 2013년 매출 162억원·영업손실 39억원·당기순손실 44억원, 2014년 매출 114억원·영업손실 79억원·당기순손실 124억원, 2015년 매출 171억원·영업손실 92억원·당기순손실 94억원으로 나타났다.
LG CNS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44억원, 170억원을 현물출자하는 등 2014년까지 약 372억원을 쏟아 부었으나 코리아일레콤은 LG CNS에 인수된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누적 당기순손실만 377억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코리아일레콤은 지난달 감사원이 ‘무기·비무기체계 방산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설수에 올라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 소속 A준장은 코리아일레콤이 개발한 중대급 교전훈련장비가 성능 미달인 것을 알면서도 외부 위원들의 평가를 무시하고 합격처리했다.
육본은 2013년 152억원을 들여 해당 장비 4세트를 구매했으며 추가로 2019년까지 약 600억원을 투입해 16세트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감사원이 군에 A준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상태인데, 만약 A준장이 코리아일레콤으로부터 대가성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장비 추가 구입은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LG CNS, 방위사업 정리 위해 원신스카이텍 흡수 합병 결정
LG CNS가 2013년 자회사로 편입한 원신스카이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13년 매출 7억원, 영업손실 26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을 기록했으며 자산총계가 -35억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14년에도 매출 20억원, 영업손실 19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을 올리며 적자를 지속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 CNS는 2014년 6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80억원을 원신스카이텍에 출자했다. 원신스카이텍에 대한 LG CNS의 총 출자액은 약 134억원에 달했다. 또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2억9000만원, 10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주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없자 LG CNS는 올해 2월 원신스카이텍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1(LG CNS):0.0196889(원신스카이텍)였다. 당시 LG CNS 측은 ‘LG CNS와 원신스카이텍의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병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 CNS가 무인헬기라는 신사업 도전에 실패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원신스카이텍을 끌어안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국방사업부를 폐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들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방위산업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자 방위사업을 신사업에서 제외하기 위해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며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코리아일레콤 또한 원신스카이텍처럼 흡수합병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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