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건수가 줄고 있다
연초부터 부동산시장은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는 듯하다. 지난 2월 1일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4,438건으로 집계됐었다고 한다. 이는지난해 1월 5,431건에 비해 993건(18.3%) 줄어든 거래량으로 1월 기준으로는 2013년(1,196건) 이후 4년 만에 최소 거래량이라고 한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양천구, 광진구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1월 거래량이 241건으로 전년 동월(336건)에 비해 28.3%나 감소했고 같은 기간 서초구(279건 → 202건)와 송파구(324건 → 282건)의 거래량 역시 각각 27.6%, 12.9% 줄어들었다. 여기에 양천구와 광진구도 각각 38.9%, 31.3% 등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규제가 적었던 지난해 12월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건수는 9,413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활기가 강했던 2015년 12월에 거래된 8,143건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1,300건 가까이 차이 난다.
아마도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거래건수가 줄어든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에 대출규제를 비롯한 미국금리인상에 이어 금리상승 가능성과 입주물량 부담,국정혼란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거래가 줄어들면서 주택시장이 침체의 터널로 들어가려는 것일까. 걱정이 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1·3 부동산대책과 대출규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공급과잉 등 악재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리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0.02% 올라 지난해 12월(0.08%)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0.1%에서 올해 1월 0.03%로 많이 낮아졌다. 강남권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초구가 0.27% 떨어졌고 송파구와 강남구도 각각 0.18%, 0.16% 내렸다.
매매 호가가 떨어지고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0.04%)과 5개 광역시(0.06%)도 상승하였지만, 상승폭은 많이 둔화하였고 오히려 지방(-0.05%)은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강남 3구는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하였고 부산은 지역 내 여러 개발호재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대구와 울산은 수요대비 신규공급물량 과잉으로 각각 13개월, 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경북은 중공업 분야의 부진으로 매매수요가 감소하면서 1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0.04%)은 서울(0.03%), 인천(0.01%), 경기(0.05%)에서 모두 전월대비 상승하며 상승세를 지속하였지만, 상승폭은 둔화된 상태이다. 특히, 광역시 중 인천을 제외한 5개 광역시(0.06%)에서는 부산(0.32%)과 대전(0.04%), 광주(0.01%)는 상승한 반면, 대구(-0.23%)와 울산(-0.06%)은 전월대비 하락하였다.
지방에서는 경북(-0.27%), 충북(-0.15%), 충남(-0.08%), 경남(-0.05%) 및 전북(-0.03%)에서 하락하며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하였다. 물론 상승한 지역도 있다. 순천(0.19%), 목포(0.15%), 춘천(0.12%), 진주(0.12%) 등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창원 성산구(-0.47%), 구미(-0.40%), 청주 흥덕구(-0.38%), 포항 북구(-0.28%)는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하락한 것은 역시 전매제한 강화와 잇단 대출규제, 입주물량 부담 등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파트 매매시장에 관망세가 한층 짙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세나 월세 거래와 가격은?
연초 매매가 줄어든 대신 전세 거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1월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9,029건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7,841건보다 1,188건(15.2%) 늘었다고 한다. 아마도 매매 부담감이 전세거래 증가로 이어진 듯하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0.04%)의 주택전세가격은 신규공급물량의 증가로 지역별로 전세가격 증감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며 상승폭은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모습이다. 수도권(0.05%)과 5개 광역시(0.05%)도 상승하였지만, 상승폭은 둔화되었으며, 지방(-0.02%)은 과잉 공급된 신규물량 영향으로 매물이 적체되면서 전월대비 하락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0.04%)과 부산(0.17%), 인천(0.07%), 광주(0.05%), 대전(0.07%), 울산(0.03%), 경기(0.05%), 강원(0.13%), 전북(0.02%), 전남(0.06%)에서 상승하였고 대구(-0.14%)와 충북(-0.02%), 충남(-0.13%), 경북(-0.17%), 경남(-0.04%)은 하락하였다. 세종(0.00%)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수도권(0.05%)은 서울(0.04%), 인천(0.07%), 경기(0.05%) 전 지역에서 전월대비 상승하며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수도권 상승률 상위지역으로는 인천 연수구(0.29%), 성남 분당구(0.24%), 영등포구(0.22%), 광명(0.19%), 수원 권선구(0.18%), 양천구(0.15%) 순으로 나타났다.
광역시 중 인천을 제외한 5개 광역시(0.05%)에서는 대구(-0.14%)가 하락한 반면, 부산(0.17%), 대전(0.07%), 광주(0.05%) 및 울산(0.03%)지역은 상승하였다. 5개 광역시 상승률 상위지역으로는 부산 남구(0.34%), 부산 북구(0.32%), 부산 사하구(0.26%), 부산 동래구(0.21%), 부산 기장군(0.21%), 부산 금정구(0.20%) 순으로 조사되었으며 지방에서는 경북(-0.17%)과 충남(-0.13%), 경남(-0.04%), 충북(-0.02%)에서 하락하며 전월대비 하락 전환되었다.
지방 상승률 상위지역으로는 제주도 서귀포(0.24%), 춘천(0.15%), 진주(0.15%), 원주(0.11%), 순천(0.09%) 순으로 상승하였고, 하락률 상위지역으로는 천안 서북구(-0.32%), 경산(-0.26%), 구미(-0.20%), 김해(-0.17%), 아산(-0.14%)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전국의 전세가격 등락폭은 소폭이지만, 상승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8.1%로 나타나면서 전월(68.0%)대비 소폭 상승하였으며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75.6%, 단독주택 43.8%, 연립주택이 67.0%로 조사되어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반면,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에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당연히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계부채는 둔화된다. 주택은 거래 가격이 크기 때문에 자기자본에 타인자본(융자 등)을 합하여 거래하는 것이 통상이다. 그러니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계부채는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년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과열현상을 보였던 부동산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겠다. 지난 2월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의 올해 1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8조 7,142억 원으로 전월대비 2조 1,049억 원이나 줄었다고 한다.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9,128억 원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신한은행도 6,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6개 은행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만이 803억원 늘었다고 하니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은행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택담보대출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통 연초는 주택시장이 비수기인데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빚내서 집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낮아진 것도 있다.
증권업계도 임대주택사업에 투자를 한다
국내 유동자금이 900조가 넘는다고 하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특히, 임대주택시장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가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연 5% 이상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집 없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지난 2월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거나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해 임대주택건설 및 운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의 주요 타깃인 오피스빌딩 가격이 많이 상승한 데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공실률이 높아져 투자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대체 투자수단으로 임대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9월 서울시와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민간자금을 활용하여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을 위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을 분양할 경우 용적률 등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 사업을 위해 이랜드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 부근 6개 필지를 매입했다고 한다. 이곳에 청년임대주택 1,000가구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으면 사업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다른 부지를 대상으로도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KB증권은 정부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에 참여해 지난해 말 광주효천 A2 블록(615가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코리아 에셋 투자증권은 지난달 임대주택을 자산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펀드를 내놓았다. 펀드가 오피스텔, 원룸 등 매월 임대료가 발생하는 임대주택을 매입한 뒤 여기서 얻은 임대료 수입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이처럼 그동안 오피스빌딩이나 대형마트, 물류 창고 등을 부동산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증권업계가 임대주택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종전처럼 단순히 건설 자금을 빌려주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벗어나 실물 주택을 보유한 뒤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증권사나 투자신탁사 등이 임대주택에 투자를 하면 공급도 늘어나고 임대주택시장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수익성만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혹시라도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편법으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어 용적률 등 건축규제를 완화 받고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만큼 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년 봄 주택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한다
주택시장이 침체의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알아봤듯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집값 조정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11·3 부동산대책과 대출규제, 미국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압박에 주택공급과잉 등 악재가 겹쳐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강남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당분간은 주택시장을 자극할 마땅한 재료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되는 형국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이 1월 공인중개사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87.1)가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을, 100 미만이면 하락을 전망하는 중개업소가 많다는 뜻이다.
경제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에 가격상승이라는 희망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올해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는 수요자들은 신중해야 한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신규분양을 받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지난 1월부터 신규분양 받을 주택에 대한 집단대출(중도금대출)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의 부담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을 매입하는 타이밍은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올 하반기와내년을 피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프로필] 권대중
• 현)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주임교수
• (사)대한부동산학회 회장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고문
• 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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