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화)

  • 흐림동두천 0.6℃
  • 흐림강릉 7.1℃
  • 서울 3.1℃
  • 대전 3.3℃
  • 대구 5.9℃
  • 울산 9.0℃
  • 광주 8.4℃
  • 부산 11.1℃
  • 흐림고창 9.8℃
  • 흐림제주 15.4℃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2.6℃
  • 흐림금산 3.2℃
  • 흐림강진군 8.9℃
  • 흐림경주시 6.6℃
  • 흐림거제 8.8℃
기상청 제공

사회

우리를 눈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일로(silo)는 농장에서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의 저장고를 말한다. 유럽의 시골길을 가다 보면 원통형의 창고인 사일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담을 쌓고 자기 부서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 부서의 이익관리에만 치중하게 되는 경우 조직 내 협업이나 소통에는 소홀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 전체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양한 점과 점 사이 존재하는 수 많은 선(線)을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칸막이, 혼자만의 동굴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금융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이기도 한 질리언 테트는 그의 저서 '사일로 이펙트'에서 일본의 소니가 몰락한 이유나 9.11테러, 글로벌 위기 등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소니의 몰락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다름 아닌 의사소통의 단절과 조직 내 이기주의에 있다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금융산업은 현물과 선물, 파생상품시장 등이 모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한쪽 면만 바라봐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나 영국 등 세계 금융업계는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조망과 통합적인 분석보다는 미시적인 전망이나 분석에 매몰되었다.


일종의 ‘금융전문가 집단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를 놓친 우를 범한 것이다.


자고로 ‘똑똑한 바보들’이 조직을 망치고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법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혼자 잘나고 혼자 똑똑한 사람이 넘쳐난다.


그러나 개체가 전체에 우선할 수는 없다. 부서 간 경쟁심화와 소통부족은 혁신과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조직이나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의사소통의 단절로 인한 문제는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범위를 넓혀 보면 기업의 부서와 부서 간, 사회 각 계층간, 지역간에도 발생하기 쉽고, 오늘날에는 세대간의 소통부재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 사회는 소통부족으로 인한 사일로 이펙트가 정치, 사회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잿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 정세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계층간 갈등과 분열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사일로 이펙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조정자나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로부터 존중 받는 리더쉽을 바탕으로 조직이나 사회 구성원의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부분보다는 전체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소통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한 사일로 이펙트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점과 점을 선으로 잇는 노력이 더해질 때 우리 사회에 수많은 갈라파고스 섬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아울러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해 질 것으로 믿는다. 개인보다는 사회, 부분 보다는 전체를 앞세운 성숙한 사회의식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부분의 최선보다는 전체의 최적이 곧 답이다.


[프로필] 양 현 근
•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시인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기획조정국장

• 전)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

• 조선대 경영학과, 연세대 석사, 세종대 박사과정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관세 모범택시(차량번호: 관세 125)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요즘 드라마 모범택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복수 대행 서비스’라는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장치를 넘어,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비춘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정말 저런 서비스가 있다면 한 번쯤 이용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약자를 대신해 억울함을 풀어주는 대리정의의 서사가 주는 해방감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강대교 아래에서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한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모두가 무심히 지나친다. 결국 그는 “둔해 빠진 것들”이라고 꾸짖는다. 위험 신호를 외면하고, 불의와 부정행위를 관성적으로 넘기는 사회의 무감각을 감독은 이 한마디에 응축해 던진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관세행정에서도 낯설지 않다. 충분한 재산이 있음에도 이를 고의로 숨기거나 타인의 명의로 이전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일, 그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성실납세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다. 악성 체납은 단순한 미납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조세 정의의 근간을 흔든다. 이때 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