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9.2℃구름많음
  • 강릉 10.6℃구름많음
  • 서울 12.2℃구름많음
  • 대전 10.6℃흐림
  • 대구 11.1℃박무
  • 울산 12.9℃박무
  • 광주 12.4℃맑음
  • 부산 14.0℃박무
  • 고창 9.9℃맑음
  • 제주 15.1℃맑음
  • 강화 8.3℃구름많음
  • 보은 8.3℃구름많음
  • 금산 7.6℃구름많음
  • 강진군 12.8℃맑음
  • 경주시 11.0℃구름많음
  • 거제 13.2℃흐림
기상청 제공

2026.03.29 (일)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발바닥으로 읽다_조경희


발바닥으로 읽다_조경희


찌든 이불을 빤다
무거운 이불 한 채, 물에 불린다
모란 잎, 때 절은 이파리
고무통에 담그니 발바닥에 풋물이 든다
모란꽃이 쿨럭쿨럭 거품을 토해낸다
고무통 수북히 거품이 솟는다
맥을 짚듯 두 발로 더듬는다
삶에 찌든 내가 밟힌다
먼 기억 속 부드러운 섬모의 숲을 거슬러 오르자
작은 파문 일렁인다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행간
지난 날 부끄런 얼굴, 밟히며 밟히며
자백을 한다
좀체 읽히지 않던 젖은 문장들
발로 꾹꾹 짚어가며
또박또박 나를 읽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모란꽃 젖은 물기를 털어 낸다
어디선가 날아든 노랑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꽃을 읽고 날아간다


詩 감상
이불 한 채 발바닥으로 읽는다
고무통 안에서 징겅징겅 읽는다
마음안에 풋물이 들도록 읽고 또 읽는다
여기에서 발바닥은 닫힌 세상과의 교감을 위한 수단이자
자의식에 갇힌 화자와의 통로이기도 하다
멀고 먼 기억 속에
팔랑, 나비 한 마리 날았던가
날지 않았던가
나를 자백하던 나비 한 마리
어느 날 꽃이 되기를 꿈꾸던
마음 속의 노랑나비 한 마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