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노년에 쉽게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 노년에 찾아오는 외로움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 심리상태, 정신력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먼저 외부 지향적인 사람은 외로움에 쉽게 노출된다. 외부 지향적인 사람이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에 맞춰 사는 사람들이다.
권력이나 명예를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가 이를 잃거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인기를 잃을 때 필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외로움은 의존적인 사람에게 쉽게 찾아온다. 이 시대에 삼종지덕(三從之德)이 더 이상 타당할 수 없지만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에 의존적인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사람은 그 상대방을 구속하기 마련이다. 이 구속은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구속자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상대방이 구속에서 벗어나면 구속자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자녀에 의존적인 부모는 자녀가 독립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을 느낀다.
세 번째로 외로움은 희생과 헌신의 결과물이다.
뭔가에 집중해서 그 결과를 낸 다음에는 상당 기간 동안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은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쏟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정성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결과 뒤에는 더 많은 시간의 공백이 필요하다. 그 공백은 해방감이면서 동시에 허탈감으로 다가온다. 아들을 뒷바라지 해 사법시험에 합격시키고 난 후 지금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해 힘들어 하는 선배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있다.
노년에 나타나는 외로움과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노년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젊었을 때와 그 양과 질이 다르다.
노년이 되기 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이런 감정에서 명쾌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
노년에 하는 노년 준비는 늦다. 그래서 젊었을 때부터 삶을 풍성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애완견을 키우거나 종교를 갖는 것,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노년에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는 그 외의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자.
새로운 취미를 만들면 인생이 달라 보인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쇼핑이나 골프 등은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쇼핑이나 골프는 그 순간에는 허기를 채워 줄 수 있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외로움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는 것과 달리 쇼핑이나 골프는 외부지향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없다.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면 혼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음과 생각을 화들짝 놀라 깨도록 만들어 삶을 즐겁게 한다. 게다가 잠들어 있던 창조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세포 하나, 하나가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한다.
이런 사람은 외로울 시간이 없다. 외로운 느낌이 들거나 마음이 지쳐가는 것은 부지런히 뭔가를 할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번뇌의 늪에 빠질 때다.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할 때도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게 함으로서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불안과 공허함을 깨끗한 감성으로 순화하도록 한다.
인간관계를 유지 또는 개선하면 사람을 잃지 않는다
늙으면 먼저 자신감이 없어진다. 자신감이 없어지면 내가 이제껏 경험했던 것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외골수에 강퍅한 노인이 된다. 노년이 되면 개인적 성향이 강해져 자신의 이익을 가장 앞세운다.
이런 경향성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질식하게 한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외로움 혹은 고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관계 맺기를 제안한다.
나이가 들수록 귀를 열고 입은 닿는 것이 좋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충고부터 하고 보는 노인의 징표를 거둘 일이다. 노인이 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대체로 한국 사람이 그렇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젊었을 때 그토록 싫어했던 노인의 행동을 나도 모르게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뒤돌아본다.
현재 상황을 인정할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앞만 보던 사람들이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본다. 자신이 무척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세상에는 가려고 한 길만 있는 게 아니다. 갓길도 있고 샛길도 있다. 이제 샛길로 빠져 나와 혼자 걷는다면, 나뭇잎에 곱게 떨어지는 햇살, 햇살에 다소곳이 얼굴을 내미는 이름 모르는 꽃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느낀 감사함은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노년이 되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많다. 종전 같지 않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 자녀들이 출가함에 따라 느끼는 외로움, 아무 것도 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등이 그렇다.
이런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래서 예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 자녀가 다시 돌아올 거란 생각을 그대로 하고 있는 한 더 우울한 노년을 보내게 된다. 나이가 듦으로서 사람에게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개방된 마음이 필요하다.
종전과 달라지는 나를 인정하자.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하나씩 살펴보고, 치유할 수 없거나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그대로 인정해주자.
노년에 자존감을 세워보자
외부의 자극에 곧바로 반응하는 것은 자존심이다. 이 자극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면 것은 자존감이다.
노년에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자존심이 아니라 무엇이든 용해하려는 자존감이다. 누가 듣기 싫은 말을 할 때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나이 많은 사람이 손해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제 외부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 내면의 여행, 혼자만의 여행과 친숙해져야 할 시기다.
독립적인 마인드는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다. 노인이 노년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유는 나아가 들어감에 따라 의존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자녀가 결혼하면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이 분가를 시킨다. 서로 간섭 받지 않으려는 암묵적 행동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자녀에 대해 독립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려는 심산은 자녀에 대한 의존성의 표현이다.
현재 60세인 사람은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부자가 아니면 자녀를 챙겨줄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곶감을 하나 둘 빼서 자녀들에게 준다. 부모는 평생 자녀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은퇴 후 진정한 행복이 시작되었다는 유럽 선진국의 노년은 우리나라의 노년과 너무 다르다. 이제 내가 다 쓰고 갈 요량으로 나를 위해 소비해도 좋다. 자녀에게 곶감을 빼주고 자녀의 효도를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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