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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수첩] 정치권, 안전운임제 효과부터 제대로 살펴봐라

(조세금융신문=권영지 기자)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10월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경기침체가 심각해진 가운데,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했다는 소식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화물연대에 ‘선복귀 후논의’를 제안했던 정부는 막상 이들이 현장에 복귀하자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무효화하며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와 경찰 조사를 통해 화물연대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가 노동의 질과 물류시장의 투명성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불법 파업’ 운운하며 논의를 왜곡시키는 정치권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지금 만큼은 정치적 논쟁을 멈추고 그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때다.

 

화물연대가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의 핵심은 화물운송 종사자들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와 과적, 과속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간 화물차 운전자들은 ‘도로 위 죽음’에 노출돼 왔다. 화물차 운전자는 건당 운임을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줄여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 번에 더 많은 양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적재정량을 초과해 싣고 과속하는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교통 사망사고의 65%가 화물차에 의한 사고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도로 위 흉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물류시장의 중간착취 수준도 심각하다. 화주와 화물차 운전자 사이에 주선사가 다단계 구조로 끼어있어 과다한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아무리 일 해도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운송사와 주선사에 의한 중간착취 수준은 24.7% 감소해 큰 폭으로 낮아진 바 있다. 안전운임제가 물류시장의 비정상적인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품목인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화물운송료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을 밑도는 동안 화물차 운전자들은 하루 12시간 근무에 시달렸다. 이들이 과로, 과적, 과속에 시달리는 동안 국가는 없었다. 이들이 헌법에 명시된 ‘적정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외치자 국가는 ‘불법파업’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라면 누구에게나 단결하고 쟁의할 권리가 있다. 화물차 노동자는 국민이 아닌가? 국가의 부재가 더 길어져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논쟁을 멈추고 안전운임제가 그간 어떠한 성과를 냈는지 제대로 검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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