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그레고리 맨큐는 경제학 원론의 저자이자 감세론자들의 성인이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 공화당원 '이었었다.'
2008년 6월 1일 <뉴욕타임즈 >기고문, '법인세의 문제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포퓰리즘 비평가들은 낙수 경제학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Populist critics deride this train of logic as “trickle-down economics.” But it is more accurate to call it textbook economics).”
맨큐의 생각은 뚜렷하다.
‘뭣도 모르는 정부가 세금 거둬다 쓰지 말고, 개인이 알아서 쓰게 내버려 둬.’
우리 조세 교과서에서는 소득 많은 부자들에게 직접세를 충분히 매기고, 소득 적은 가난한 이들에게 부담되는 간접세를 과도하게 걷지 않는 것을 조세 정의라고 가르친다.
맨큐의 조세정의는 정반대다.
맨큐는 민간을 신뢰한다. 정부가 세금 거둬서 쓰느니 개인이 알아서 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거시경제는 누가 부자고, 누가 가난한 이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하면 전체 사회 후생이 동반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본다.
빈부격차는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산물이며, 오히려 이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노력 자체가 경제적 왜곡을 가져온다고 본다.
이러한 개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성장 속도가 가파라서 빈부격차로 인한 후생약화를 상쇄해야 한다. 더는 고성장이 가능하지 않으며,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물가가 아니라 실업률 방어다.
두 번째로 부의 상단은 없지만, 가난의 하단은 존재한다. 한국 사회가 불안한 이유는 계층이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인데 세금 없이 버는 만큼 쓰라는 것은 못 벌면 못 쓴다는 것이다. 면세국가는 상단에 더 많은 부유한 자유를, 하단에는 여전히 가난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세 번째로 민간이 항상 우월하다라는 건 해석의 관점이고, 민간도 무식한 정부의 비효율적 정책으로 만든 인프라의 혜택을 본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예로 경부고속도로가 있다.
네 번째로 각국 정부는 ‘비효율적’이라도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현대 경영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매우 얇은 판막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꼴이다. 비용에서야 효율이 좋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됐듯 조금의 외부충격에도 취약한 게 현대 경영이다.
맨큐 교수는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일하며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맨큐 교수가 부시 행정부에서 남긴 업적은 미국 재정의 뿌리깊은 쌍둥이 적자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봉쇄 정책을 보자마자 맨큐는 공화당에서 탈퇴해버렸다.
감세의 성자, 맨큐.
그가 법인세 3%포인트 인하를 두고 쌍심지를 켜는 한국 보수정당을 보면 뭐라고 할까.
‘법인세를 고치는 방법 : 폐지’
(One Way to Fix the Corporate Tax: Repeal It).
(2014년 8월 23일 뉴욕타임즈 기고문)
법인세 폐지는 미국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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