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말하고, 여론몰이를 하려니까 증권업계까지 동원하는 모양인데 논리가 이상하다.
금투세 유예의 논리는 간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주식시장이 하락세인데 큰 손들께서 세금 때문에 돈을 빼시면 더 나빠질 거 아니냐는 논리다.
오늘 금투협 토론회를 보니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이 없거나’라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뭐 이런 말이 다 있나. 영향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면서? 안 좋아지면 얼마나 나빠진다고.
세금은 원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붙이는 게 아니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돈 번 사람에게 물리는 거다.
세금은 규제니까 세금이 높으면 진입장벽도 높아지는 건 맞다. 하지만 높다고 말하기에는 우리나라 금융세금의 문턱은 한참 낮다.
2020년 기준 전체 개인주식 양도가액 중 세금을 물리는 돈은 0.6%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이 2300조원이고, 이중 80%는 기관 등이 가져가고 나머지 20%가 개인투자자다. 그 20% 중 대주주들에게 물렸으니 1만5000명이 내는 세금이 된 거다.
금투세를 시행해봤자 우리나라 국민이 5162만8117명 중 0.3% 조금 안 되는 15만명이 내는 세금이 되는 거에 불과하다.
그 0.3%가 추가부담하는 1.5조원 때문에 2300조 코스피 시장이 흔들릴 거라고 벌벌 떠는 사람들이 솔직히 제정신인가 싶다.
금투세 규모를 볼 때 하든 안 하든 어차피 시장이고 개인이고 별 영향이 없다.
총 수익률 10%라고 해도 기본공제가 5000만원이니까 5억원의 주식이 있어야 가능한 세금이고, 그마저도 정부 세제개편안을 보면 종목당 100억이 넘어야 낸다. 이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이 사람들이 금투세 이야기 하면서 말도 안 꺼내는 게 있는 데 주식거래세다.
2019년 5월까지만 해도 0.15% 였는데 지금은 0.08%로 절반이 됐다.
우리나라 주식 세금은 부자들은 돈 벌어도 양도세를 별로 내지 않고, 개미들은 투자금도 얼마 안 되는 데 거래세란 부담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래서 양도세는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서 균형을 맞추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한 거다. 당연히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거래세와 연관돼 있지 양도세하고는 관계없다.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해봤는데 부자들이 아우성쳐서 거래세만 왕창 깎고 양도세는 찔금 올렸는데 국가 재정만 쪼그라 들었다. 시장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 정부보고서에 잘 써놨더라.
자산소득에 너무 세금을 안 물리니까 성실히 세금내는 월급쟁이만 바보로 만들기가 미안해서 금투세라고 세금 찔끔 붙이는 건데 그걸 가지고 이 난리를 치는 게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하려면 반대하고, 찬성하려면 찬성하면 된다.
언론들은 침소봉대하지 말고, 정당들과 정부는 각자 하실 일 하시라.
되도 않는 소리를 뻥튀기 하는 것도, 이랬다 저랬다 간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되면 보기 안 좋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