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70세 이상 인구가 20대를 추월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반면, 고령화와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고령층 반발도 만만하지 않은 등 연금과 정년 등과도 맞물린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노후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명분으로 1988년 1월에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70%로 설정하고, 보험료율은 소득의 3%를 부과하여 5년마다 3% 포인트씩 9%까지 높이도록 했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은 태생적으 로 지속가능성이 어려운 불완전한 상태로 태생했다.
국민연금이 시작된 이후 지난 36년의 역사를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높았던 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금은 매월 떼어 가는데 언제 받을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치권까지 국민의 표심이 두려워 개혁을 미루다 보니 기금 고갈 문제가 코앞까지 닥친 것이다.
그동안 두 차례의 연금개혁이 있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2033년 65세까지 늦추는 1차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2차 연금개혁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당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기로 하고, 보험료율은 종전의 9%를 유지하기로 했다.
결국 내는 것은 같지만 덜 받는 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점만 늦췄다. 당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현재 연금개혁은 탄핵정국과 맞물려 여야 간 ‘폭탄 돌리기’ 중이다. 최근 여야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인상키로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민주당이 44%, 정부가 42%를 제안하며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반등 없이는 국민연금 개혁도 무의미하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으면 연금 기여자는 줄고, 결국 재정 붕괴로 이어진다.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과 함께 연금 제도를 다층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다양한 노후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스웨덴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민에게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투명한 운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연금개혁을 미룬 그리스는 결국 재정 위기로 극단적인 연금 삭감 조치를 단행해야 했다. 결국 연금 수급자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현행 9%에 불과한 보험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18.4%)에 훨씬 못 미친다.
단계적으로 인상해 연금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 연금 지급 연령도 현실을 반영해 늦춰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중반까지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금 운용 방식도 혁신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은 납부한 보험료만 갖고 지속가능한 연금 지출을 충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제시한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와 국민연금 재정에 국고를 투입하자는 방안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명이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다.
연금개혁,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부채가 아닌 희망을 물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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