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27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현행대로 국민연금을 운영하면 2055년에는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만큼 보험료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게 요지인데, 구체적인 인상률이 언급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핀잔도 들린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포함된 5대 분야의 주요 과제는 노후소득보장 강화, 세대 형평 및 국민신뢰 제고,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다층노후 소득보장 정립 등이다.
◇ 구체적 숫자 담긴 모수 개혁안 안 나와
단연 연금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조정 여부다.
그런데 이번 정부 발표에선 구체적인 모수(母數)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공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회 논의와 입법 절차가 힘을 받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내년 총선 이후로 지연,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윤석열 정부가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국민연금 개혁 동력 상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강력 추진하는 것은 여당, 야당 입장에서 모두 희망하는 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간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내게 되면 연금특위 논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료율 인상’ 방향성만 제시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인상률을 언급하지 않았고, 소득대체율 조정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언급만 했다. 의견이 다양하고 국민과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이번 발표에서는 특정안보단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방향성’ 측면에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임은 거듭 강조했다.
일단 정부는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 보험료율 인상속도에 있어 연령그룹별 차등을 둘 방침이다. 복지부 측은 “보험료율 인상률이 정해지면 기존 가입자인 4050은 인상 폭을 더 높게해 정해진 인상률에 빨리 도달하고, 2030은 인상폭을 낮추고 오랜 기간에 걸쳐 목표된 인상률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도 추진된다. 현행법은 노령연금 수급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할 경우 최대 5년 동안 초과소득 금액별로 연금액을 최대 50%까지 감액해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에 일하는 고령 인구가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정부는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노령연금 감액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현행 지원 대상은 실업 및 휴직 등으로 납부 예외자가 됐다가 다시 납부를 재개하는 사람을 한정돼 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추가할 방침이다. 지원 기간도 현행 최대 12개월에서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보험료 조정, 기금운용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다.
이날 정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31일까지 국회에 최종 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연금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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