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990년도 폭우를 뚫고 출근을 하는 시민들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달 기상관측 이래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기 때문인데 30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
1990년 9월 서울과 경기 전역에 사흘 동안 반년 치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저지대 지역 거주민들은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며 출근과 등교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30년 뒤 이같은 상황이 다시 재연됐다. 지난달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일명 ‘강남 제네시스남’, ‘서초동 현자’ 등으로 불리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폭우를 피해 집으로 귀가하던 직장인이 가슴높이까지 차오른 빗물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고 검은색 세단 위에 올라가 태연하게 상황이 무마되기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자작 거리는 장면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11년 전인 2011년 7월 오세훈 서울 시장은 시간당 100mm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는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호우 대책을 발표하며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책이 생기는 듯 했다.
하지만 급하게 계획을 짠 탓에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 못하고 현재 신월 1곳에만 빗물터널을 만들고 나머지는 백지화됐다.
매년 반복된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예산, 효용성 등의 문제로 계속 시간만 보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지대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때 당시 유일하게 대심도터널이 지어진 신월동은 피해가 덜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 저류 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을 향후 10년간 1조5천억원을 집중 투자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뒤늦게라도 호우 대책을 만들 수 있는 건 환영한다. 하지만 대심도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기간만 10개월이 걸리고 빗물터널을 짓는 데만 10년이 걸린다.
당장 대량의 수분을 머금은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바짝 다가왔다. 이번 태풍은 역대급으로 꼽힌다. 수분뿐만 아니라 강풍도 역대급이라는 것이다.
제주산지에 정말 많은 비가 왔는데 4일 0시부터 5일 오후 4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과 삼각봉에는 각각 498.5㎜와 469.0㎜ 비가 내렸다. 또 전국 곳곳에 순간최대풍속 25㎧(시속 90㎞) 내외 강풍이 불고 있다.
시작이 반이다 이왕 상습침수 피해를 막기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면, '힌남노' 처럼 그 사이사이 또 있을 피해들을 본보기 삼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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