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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경호의 고임금 썰, 말로만 물가걱정 부자 몰아주기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나는 추경호 부총리가 나름 양식있는 정치인이며, 뛰어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양식 있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부동산과 분배 문제에만 들어가면 고장난 라디오처럼 앞뒤 안 맞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일부 언론에서 고임금이 고물가를 부추긴다고 하는데 당최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기업들하고 관료들이 써먹었던 헛소리를 또 하고들 있다.

 

임금으로 물가상승을 일으키려면 전국적으로 근로자에게 준 월급보다 번 돈이 적어야 한다. 임금만 많고 번 돈이 적으면 기업이 가격으로 임금상승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냥 물가상승을 우려하긴 어려운데, 수요만 유지된다면 가격상승분을 임금상승분이 상쇄하기에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할 것은 수요다.

 

노동자가 쓸 돈이 없어 지출을 줄이게 되고, 수요가 줄면 그냥 다 망하는 거다. 외국으로 자본을 이전하거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없는 서민들부터 죽는다. 자녀교육과 부동산, 저임금으로 쥐어짜이는 한국인의 인생은 고달프다.

 

지금 전국을 보면 너도나도 임금상승 할 일이 없다. 제조업처럼 원가, 공급가, 납기 따지는 곳에서는 고유가 시기에 생각없이 월급 올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끽해야 고임금 주겠다는 곳이 어디냐면 IT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부 업종이다.

 

임금 올라가면 투자여력이 작아진다고 떠벌이는데 거기서는 사람한테 돈 쓰는 게 투자다.

 

최근 검찰에서 옷 벗은 전관들이 대형 로펌에 고연봉 스카웃 되지 않은가. 비슷한 거다. 물가 걱정되니 전관들 고연봉 주지 말고 투자하라는 부총리 좀 보고 싶다. 절대 안 그러겠지만.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 경쟁력 떨어진다고 하는데 정말 코 막히고 귀 막히는 소리다.

 

언론에선 되도 않는 이론만으로 떠들어대는데 이론이 실체를 가지려면 숫자를 대야 한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를 보면 2015년 100에서 2020년 112.8가던 지수가 2021년 120.5까지 솟구쳤다. 이 지수는 노동 투입량보다 번 돈이 얼마나 늘었냐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번 총액을 의미한다.

 

그럼 기업 산출량이 불티나게 올랐냐. 좀 오르긴 했다. 2015년 100에서 2021년 114.5까지 올랐으니까.

 

눈치 빠른 사람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기업 산출량은 114.5인데 노동생산성 지수는 120.5이다.

 

노동투입량 지수를 보니 2015년 100에서 2021년 95로 줄었다. 산출량은 생산성지수보다 떨어지는데,  노동투입량이 줄었다? 그것은 생산성이 늘면서 직원을 자르든 임금을 줄여서 추가로 돈을 더 벌었다는 뜻이다.

 

추경호 부총리 정도 되는 사람들이 고물가 주원인이 몇몇 전문직 고임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고임금, 고물가를 핑계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추경호 부총리한테 건의한 것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파견노동 확대였다.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과도한 비용지출(부동산‧자녀교육)로 인한 만성적 총 수요 부족이다.

 

상속세는 전 국민 가운데 낼 사람이 극히 적은 세금인데 총 수요 부족상태에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재벌, 자산가들 상속세를 깎아줄 때인가. 파견노동을 확대할 때인가.

 

서민들이 죽어나가도 부자 지원을 하고 싶다면 말릴 방법은 없다.

 

대신 서민, 중소기업, 양극화 등 거짓 핑계는 대지 말자.

 

전문가이자 정치인으로서 개인의 자존심을 지켜라.

 

하려면 당당하게 하라.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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