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교도소 수용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적힌 징벌 보고서에 손도장 찍기(무인)를 거부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이어서 징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손도장이 보고서 내용과 합해 '진술'을 구성해 진술거부권의 대상이라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수용자 A씨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징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3월 2일 대구교도소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이불을 정리하는 문제로 다투다가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를 발견한 교도관이 징벌 보고서를 작성해 발부한 뒤 A씨에게 손도장을 찍으라고 시키자 A씨는 고함을 지르며 2차례 거부했다.
교도소장은 최초 소란과 2차례 거부를 각각 사유로 금치 20일 징벌을 내렸다. 금치는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가하는 가장 무거운 징벌로, 독거실에 수용하고 접견·서신 등 처우를 제한하는 조치다.
A씨는 "보고서 기재 내용을 인정할 수 없어 무인을 거부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무인 거부는 징벌 사유로 볼 수 없고, 최초 소란행위만으로는 금치 20일의 징벌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교도소 측이 불복했으나 대법원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A씨에게 보고서에 무인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진술거부권 침해라고 봤다.
헌법 12조 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며 이같은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무인의 의미는 거기에 기재된 규율 위반행위가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적발 보고서의 기재 내용과 일체가 돼 언어적 표출인 '진술'을 구성하므로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규율 위반행위는 형집행법상 징벌 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 등과 같은 형사책임에 관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는 보고서에 기재된 행위를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로서 부인하며 서류에 무인할 것을 요구하는 교도관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다만 A씨가 최초 소란을 피운 행위는 징벌 대상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도소는 이를 기준으로 징벌 수위를 다시 정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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