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사망 40명, 실종 9명, 이재민 1만765명.
대통령 내외의 귀국 첫날인 7월 17일.
한반도의 모습은 참담했습니다.
올해 수해는 대통령의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10‧29 참사 책임으로 장관이 부재했고,
중앙재난대책본부를 행안부 차관이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중대재해에는 거의 전 부처가 동원됩니다.
지자체, 경찰, 소방, 군 병력,
복구를 위한 건설자원, 자금, 보건 인력 등
차관 한 명이서 막대한 국가 자원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중간이 안 된다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지휘가 필요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7월 15일.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또 다른 일정을 꾸려 해외에 머물렀고.
18일 오전 10시 국무회의.
11.5페이지 대통령 말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0.5 페이지 수해 위로
1.5 페이지 천재지변의 놀라움
1.0 페이지 재해 모니터링 대응 관련 질타 및 촉구
2.0 페이지 나토 순방 및 북핵규탄
2.5 페이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및 지원
1.0 페이지 나토 및 재차 안보 강조
1.5 페이지 유럽 국가들과 협력 제안 내역(실질 계약 성과 말씀자료에 없음)
1.0 페이지 일본 오염수 방류, 안보 외교 믿어달라
0.5 페이지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소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이재민 및 수해대책, 특별재난지역 지정.
그런 건 없었습니다.
긴장하고 대비하라, 비상이다, 나쁜 단체들 국가 보조금 박탈하라.
나는 왜 해외에 있어야 했나, 해외에서 내가 얼마나 잘하는 지 아나.
답변은 안 하겠지만,
수십명의 국민들이 산사태에 쓸리고 물에 잠기는 가운데
굳이 이래야 했는지 정말이지 묻고 싶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이라크 재건 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지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거액의 차관을 빌려주고
재건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더 중요한 건 수해입니다.
지금 재난은 행안부에서 뿌리는 교부세로 충당할 규모가 아닙니다.
삶의 기반이 뿌리째 뽑힌 지역은
재정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막대한 중앙정부 지원금이 필요합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하면 돈 많이 들어가고,
어딘 돈을 돌리고 어딘 돈을 돌리지 않아 정치적 부담이 생기긴 합니다.
세금이 없어서 매월 수십조원을 빚으로 돌려막는 처지란 건 압니다만,
해야 할 건 조속히 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수시로 보고받고,
성남공항에서도 수해보고 사진까지 찍은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며칠이나 걸리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재건 토목 사업보다
자유 안보 선언보다
재정수지 몇 퍼센트 따위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입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