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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자수첩] 사후약방문식 대출정책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은행권이 대출문을 걸어 잠갔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치솟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한 영향이다.

 

대출절벽이 현실화되자 대출자들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대출 승인이 가능한 은행을 찾아 떠도는 ‘대출 유목민’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인지한 일부 대출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보험사를 통해 대출을 내면서 2금융권 중심으로 그간 우려했던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은행권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압박에 못 이겨 일단 대출 문을 걸어 잠그긴 했는데 실수요는 수용하라고 하니, 도대체 투기와 실수요를 어떻게 구분하라는 건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은행권은 대출 현장에서의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해서 바뀌는 정책으로 인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해주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새어 나온다.

 

그간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오락가락했다.

 

대출정책에 있어 일관성 없는 코멘트들이 이어지면서 가계부채가 잡히기는커녕 막판 영끌 수요까지 붙으며 빚이 증식됐다.

 

타임라인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을 향해 상생금융에 동참할 것을 주문, 금리인하를 유도했다.

 

그러다 올해 7월 임원회의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번복했다. 그 결과로 은행권에서는 놀랍게도 한 달 만에 스무 번에 가까운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행권이 금리 인상을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자 이 원장은 8월 25일 은행권의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라며, 개입을 더 세게 할 것이라고 태세를 전환했다. 금리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말이었다.

 

이 원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행권은 금리 인상 대신 대출 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또다시 실수요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9월 10일 이 원장은 은행장들과 만나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 마련 등 가계대출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행위는 강하게 규제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알아서 지라는 방식은 무책임하다. 그간 은행들은 이 원장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그의 입만 보고 있었다.

 

가계대출 혼란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정책은 일관성 있게 흘러야 하고 공론을 거쳐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느슨한 사후약방문식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로 돌아간다. 어느 때보다 정책 지속성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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