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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자수첩] 중대재해 기업 대출 제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불 지피나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대출 제한 등 금융 제재 도입을 검토한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이슈가 된 중대재해 발생 시 은행의 대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손보겠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를 “재미있는 제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금융위는 곧바로 은행들이 여신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 이력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이 같은 금융 제재의 취지는 분명하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중대재해를 줄이고, 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재무적 평가 항목, 즉 ESG 요소 중 ‘S(사회)’ 부문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기업의 윤리경영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접근이 과연 실효성 있는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무적 퍼포먼스에 그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금융의 본질과 충돌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은행의 대출 심사 기준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리스크’를 신용도 평가에 반영하려면 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의 제안은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실제 적용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출 심사 과정에 ‘사고 이력’을 포함시키는 순간 금융의 중립성과 예측 가능성은 흔들릴 수 있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대출 제한은 결국 정책적 판단이 금융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며, 이는 은행이 적용하는 공정한 심사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어떤 기준으로 대출이 제한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지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다.

 

은행권의 우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대출을 틀어막으면 기업은 망하고, 실업자는 늘며, 결국 사회 전체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중소 및 영세 기업이 해당 제도의 직접적 타깃이 될 경우 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 여력은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안전 강화를 위한 대출 요청조차 ‘사고 발생 이력’이라는 이유로 거절되면, 이 제도는 스스로 목적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관치금융 부활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출 제한이 일회성 캠페인으로 전락하거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강도 조절이 이뤄질 경우에는 금융권이 정부의 의중을 살피는 구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산업재해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금융거래가 지연되거나, 규제 예외 조항이 각종 로비의 대상이 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금융은 도덕적 판단 이전에 ‘리스크 관리’라는 본질적 원칙이 존재한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는 옳지만, 그 수단이 ‘대출 제한’이라는 극단적 조치로 귀결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기업에는 감점 요인을 부여하고, 안전 설비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를 주는 차등화된 제도 설계다. ESG 평가 항목에서 재해 예방 노력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거나, 정책금융기관이 안전 강화 목적 대출에 한해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

 

규제만이 아니라, 유인이 함께 가야 제도는 지속 가능해진다.

 

금융은 결국 신뢰와 예측 가능성의 산업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가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건 정당한 책임 부과와 공정한 금융 시스템 유지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정책적 감각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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