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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세훈의 악수(惡手), 부동산 시장을 흔들다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의 섣부른 정책 결정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시장을 뒤흔든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정작 기대했던 집값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를 단행했다. 예상대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결국 놀란 서울시와 정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정책을 번복했다. 지난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다시 토허구역으로 묶으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의 불안정성은 극대화된 상태였다.

 

이러한 정책 혼선은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 토허구역 해제 전부터 거래량 급증과 가격 급등이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비 없이 무리하게 해제를 추진했다. 결국 시장이 요동치자 다시 규제를 도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서울시는 물론, 국토교통부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시장이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결국 정부도 이번 정책의 역효과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3월 넷째 주(3월 2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25%) 대비 상승폭이 절반 이상 감소한 0.11%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0.14% 하락했다. 송파구의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서초구(0.69%→0.28%)와 강남구(0.83%→0.36%)도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송파구는 0.79%에서 0.03%로 급락하며, 토허구역 재지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했다.

 

물론 토허구역 해제만으로 집값이 폭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급 부족, 기준금리 완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복합적 문제다. 다만 시장 심리를 과소평가한 정책 결정이 불씨를 키웠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오쏘공(오세훈 시장이 쏘아 올린 공)’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오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풍자하는 표현이다.

 

이제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야 한다. 단순한 규제 완화나 강화가 아닌, 실거주자를 위한 장기 공급 확대와 금융 정책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신뢰와 일관성이다. 정책이 이리저리 흔들릴수록 시장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정부는 이번 교훈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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