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1월 20일 서명한 여러 행정명령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행정명령이 포함되어 있다.
- 미국과의 조세조약을 위반하는 국가가 있는지 - 역외적용되거나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세 규정을 가진 국가가 있는지
|
이와 같은 행정명령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면,
첫째 그동안 바이든(Biden) 행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상하면서 필라1(Pillar 1)과 관련하여 양보한 내용(즉, 매출액이 200억 유로 이상인 다국적 기업의 초과이윤의 25%를 시장 소재지국에 과세권을 허용한다는, 소위 ‘어마운트(Amount) A 과세권’)이 전면 부인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Pillar 2(글로벌최저한세)와 관련해서도 글로벌최저한세에서 채택한 3가지 과세원칙 - 즉, 소득산입규칙(Income Inclusive Rule: IIR), 소득산입보완규칙(Under-taxed Payment Rule: UTPR) 및 원천지국과세규칙(Subject to Tax Rule: STTR) - 중 UTPR에 대한 기존의 OECD 합의사항을 폐기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방적으로 디지털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 DST)를 도입하여 미국기업에게 DST를 부과한 국가들(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터키, 인도 등)에 대해 Biden 행정부는 통상법 301조 적용을 유보하였으나 향후에는 이를 적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조치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외국 정부의 일방적이고 반경쟁적인 정책과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관세부과와 같은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행정부에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이러한 사실을 발표한 미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유럽연합(EU), 영국과 같은 무역 파트너들이 자국의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DST를 제정하거나 과태료 등을 적용하여 미국 기업들로부터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징수하였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관행은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통상법 301조에 따른 보복적 관세를 적용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재집권을 하게 되면 트럼프 1기에 실시한 미국통상대표부(USTR)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국가들에 대해 미 통상법 301조에 따른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따라서 지난 2.21 발표 내용은 사실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1월 20일의 행정명령에 포함된 미국의 ‘보호 조치(protective measures) 또는 대응 방안에 대한 권고안’의 하나로서 미국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제891조가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 미국 국제조세 전문가 사이에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 아래에서는 미국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891조의 내용과 해당 조항의 도입 배경 및 향후 적용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미국 IRC 891조는 미국의 국제 조세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 다른 국가의 불공정한 조세 관행에 대해 미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잠재적 수단을 제공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외국의 법률에 따라 미국 시민이나 기업이 차별적이거나 역외적용되는 세금을 부과 받고 있다고 판단될 때 IRC 891조의 적용을 공포해야 한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우선 미국 내국세법의 다른 조항에 의해 부과되는 세율이 두 배로 인상된다. 이렇게 두 배로 인상된 세율은 해당 대상국의 모든 시민과 기업에 적용된다. 인상된 세율은 공포가 이루어진 과세연도와 그 이후의 모든 과세연도에 적용된다. 이과 같이 두 배로 인상된 세율은 원래의 세법 조항에 의해 부과된 것으로 취급되나, 총 납부해야 할 세액은 납세자의 과세소득의 80%를 초과할 수 없다. 한편 미국 대통령은 해당 대상국이 차별적이거나 역외적용되는 세금을 제거하기 위해 법률을 수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항 적용의 철회가 가능하다.
이 조항이 미국 소득세법에 도입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32년 프랑스 정부가 현지 진출 미국 기업의 글로벌 이윤에 과세하려 시도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었다. 당시 프랑스 의회가 양국 행정부 사이에 체결된 양자 조세조약 비준을 거부하자, 미 의회는 1934년 5월 10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서명한 '1934년 세입법(Revenue Act of 1934)'에 제891조 전신 조항을 신설하였다. 한마디로 이 조항은 "미국 기업의 해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그 후 6개월 만에 프랑스 의회가 미-프랑스 조세조약에 비준 동의를 함에 따라 실제 적용되지 않았고 그 후로 이 조항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은 없다.
1934년 프랑스와의 협상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IRC 891조는 실제 적용보다 협상 레버리지 역할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OECD와의 글로벌 조세협상에는 1930년대와 다른 복합적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 동안 추진해온 OECD 글로벌 조세협상은 OECD 국가들 뿐 아니라 전 세계 140여개국으로 구성된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라는 협의체를 통해 이루어져 있으므로 과거의 경우처럼 미국과 프랑스와의 협상처럼 상대적으로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IRC 891조라는 무기 외에도 통상법 301조에 따른 관세도 무기로 함께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된다. 이와 같이 만일 미국이 관세를 활용하여 보복 조치를 취하게 되면 EU등은 WTO 제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OECD 글로벌 조세협상은 과거 미국-프랑스간의 협상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DST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UTPR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법률'에 따라 20251.1.부터 비록 시행은 되었으나 OECD 포괄적 이행체계의 기존 합의에 따라 2026년말까지는 미국에 대해 UTPR 적용이 유예된 상태디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당장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향후 협상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경제거버넌스의 새로운 전환점이 나타나고 있는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민관이 힘을 합쳐 선제적으로 이와 같은 미국과의 잠재적인 협상에 대응해 나가길 바란다.
이경근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교수, kglee@assist.ac.kr) 약력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경근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1983)한 뒤 제28회 행정고시 합격(1984)한 뒤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득세제과장, 국제조세과장, 법인세제과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한국조정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세무사회 한국조세연구소 운영위원, 법무법인(유) 율촌 비상임고문 등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UC Berkeley) 대학 경영학석사 (MBA, 1992)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Sciences-po) 경제학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저서로 <국제조세 이해와 실무 (개정 8판, 2024.6)>와 <국제조세 강의노트 – The Core (2024.3)>, <이전가격과 디지털세 Guide Book , 2023.8) 등이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