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법무법인 린 설미현 변호사)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증여세 규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4, 이하 ‘상증세법 제45조의4’라 칭함)은 도입 당시 고액자산가와 대기업 총수의 편법 승계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한 규정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 규정은 중소·중견기업, 비상장 가족회사, 스타트업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돼 사실상 ‘일반 규범’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기회라는 무형적·비재무적 요소가 조세 규범의 중심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증세법 제45조의4 조항의 입법 배경
입법 배경을 살펴보면 이 규정은 반복되어 온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문제를 포착하기 위한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나 이전가격 규정만으로는 사업기회 자체의 이전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산이나 주식이 이동하지 않아도 특정 법인이 일감을 독점하거나, 특수관계 법인이 오너 개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권을 얻는 구조는 여전히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이 조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① 사업기회의 원래 귀속 주체, ② 특수관계 성립 여부, ③ 경제적 이익의 이전이 있었는지 라는 세 가지 축으로 판단한다.
특히 ‘경제적 실질’이 핵심 판단요소이다. 명의나 계약 구조보다 누가 사업 기획을 주도했는지, 거래처·네트워크·기술은 누구의 기여인지, 위험과 비용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는 최근 과세당국이 강조하는 ‘실질귀속자 중심의 과세’와 일관되는 흐름이다.
사업기회 제공의 세 가지 유형
실무에서는 세 가지 유형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첫째, 오너가 별도 법인을 설립해 그룹과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회사의 네트워크·자원을 활용하는 경우다.
둘째, 자녀·배우자 등이 지분을 보유한 신생 법인이 그룹의 기존 거래처·권리를 자연스럽게 가져오는 유형이다.
셋째, 외부 경영진이나 투자자에게 부여된 사업권을 다시 특정 특수관계 법인이 보유하는 구조이다.
위 세 유형 모두 당사자 간 거래가 없어도 ‘경제적 이익의 무상이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신사업 분리나 자회사 설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다각화, 위험 분산, 자본 조달 등 합리적 목적도 정당하게 인정된다.
따라서 핵심은 ‘원래의 사업기회사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다. 기술 고도화가 빠른 영역, 스타트업 투자 구조처럼 창의적 활동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특히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더 면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기업의 사전관리 필요성
기업은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기획 단계에서의 회의록, 내부 검토 문서, 역할 분담 자료 등 ‘사업기회의 원천’을 남겨야 한다.
둘째, 특수관계인이 포함된 신규 법인은 사업권 배분 기준, 기여도 평가, 적정 대가 산정 기준 등을 사전에 문서화해야 한다.
셋째,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존 회사가 보유한 무형자산·사업권·거래처가 어떤 기준으로 이전·공유되는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조세의 분쟁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기록 없는 구조’이며, 이는 곧 조세회피 의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증세법 제45조의4 규정과 기업의 투명성
상증세법 제45조의4는 단순히 편법 승계를 막는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신사업 전략, 투자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도록 요구하는 규범이 되었다.
제도의 취지는 시장의 공정성 확보에 있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창업·혁신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기업 역시 제도를 수동적으로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투명성과 정당성을 기반으로 한 구조 설계를 통해 과세당국 뿐만이 아니라 주주, 채권자 등에 대하여 장기적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비
다가올 2026년 이후 조세환경에서 이 조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은 단순한 세무 이슈를 넘어 기업가치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라 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제도를 피상적인 규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식의 지배구조와 사업 설계가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호로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세관청 역시 이 규정으로 인해 모범적인 창업·승계 구조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섬세한 적용을 할 필요가 있다.
결론
결국 핵심은 “사업기회의 실질 귀속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제도의 존재를 전제하고, 그 틀 안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을 갖춘 구조를 설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2026년 이후 사업기회 관련 증여세 리스크 관리는, 단순한 세무 이슈를 넘어 기업의 장기적 신뢰와 가치 평가에 직결되는 문제다.

[프로필] 설미현 (유)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 변호사시험(2회) 합격
· 국세청 개인납세국,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등 근무
· 2025년 3월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
[주요 저서 및 활동]
· 국제조세 분야 박사학위
· 조세·국제조세 관련 신문 칼럼 및 전문지 기고 (한국경제, 조세금융신문 등)
· 국세청 과세사례, 조세심판원·행정법원 판례 분석
· 기업 경영자·전문가 대상 세무조사 대응, 불복 절차 강의
· 국제조세·디지털세·가상자산 과세 관련 학술 세미나 발표
(※) 설미현 변호사는 국세청 10여 년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로 실무경험을 토대로 특히 조세법(국제조세 포함), 행정법, 상속·증여세, 기업 세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조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법무법인 린에서 파트너 변호사로서 심층적인 법률·계약 분석 능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뢰인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특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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