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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영 출산장려금과 언론 코미디…70억 기부하면서 4억 세금이 아까우십니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현재 유재석 씨가 있다면 과거에는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가 있었다.

 

고 이주일 씨는 한국 코미디계, 연예계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다. 현대가 정주영 회장의 마음을 샀고, 대학졸업장 없이 지역 조직도 없이 개인기로 14대 국회의원을 뚫었으니까. 그런 그가 15대 총선 때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한 말이 걸작이었다.

 

‘4년간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영 출산장려금 세제혜택 발언 전후로 벌어진 한국 여론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1. 수천만원, 억원을 받은 순천 동창들

 

세상일에는 연혁이라는 게 있다.

 

이중근 회장은 순천동산초, 순천중, 순천고를 나온 100% 전남 순천 사람이다. 평소 작게 나가는 회삿돈이라도 꼼꼼히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그렇게 꼼꼼한 분이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집행유예 없이는 적용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특가경법상 실형을 받았다.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순천고 출신들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회의원에도, 고위공무원에도, 특히 검찰, 법원 등 법조계에 순천고 출신들이 많다고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는 정관계에 이중근 회장의 모교인 순천고 출신들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순천고 출신 중에는 순천중 출신이 많고, 순천중 출신에는 순천동산초 출신이 제법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족이다.

 

이중근 회장은 팔순 연세를 생각해 가석방으로 풀려났는데, 금세 사면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형기 문제는 가석방으로 풀렸지만, 5년 취업 제한이 문제였다. 이중근 회장의 경영의지는 실로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들이 셋이나 있고 장남은 일찌감치 경영교육도 시켰다.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대법 실형 나오고 그마저도 금세 가석방으로 풀어줬는데 사면까지 주면 뭐 하러 수사하고 재판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의 특사 명단검토 시기에 이중근 회장이 한 일이 뭐냐면 선심성 돈 뿌리기였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 특히 순천 초중고 동창들에게 사재로 거액의 돈을 뿌렸다. 돈 받은 사람들이 증여세 때문에 고민할까봐 세금 손실을 고려해서 돈을 줬다는 미담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는 사람마다 돈의 액수가 달랐다.

 

언론들은 칭찬하느라 바빴지만, 보통 친구나 동네 사람끼리 액수를 달리하여 돈 주면 이거 반드시 싸움 난다. 쟤는 얼만데 나는 왜 얼만가. 바로 소리 지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중근 회장은 그렇게 했다. 누구에게 무슨 기준으로 얼마를 줬는지 알려진 바 없다. 잡음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없다. 이게 진짜 포인트였는데 그런 기사는 하나도 못 봤다.

 

사면 이야기로 돌아와서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특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서 2023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풀어줬다. 부하 검사들이 고생해서 공소제기하고 대법 확정을 받아낸 이중근 회장이었다.

 

그날 부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언론에 이중근 회장의 특별한 선행을 또 하나 전달한다. 이중근 회장이 개인 돈으로 또 순천동산초 동창생들 10명에게 1억원씩 줬다는 것이다. 동산초, 순천중, 순천고. 이 특별한 인연이 깃든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이 역시 알 수 없다.

 

 

2. 회삿돈 기부하는데 4억 세금이 그렇게 아까우십니까

 

지난해 말 또다시 이중근 회장의 돈 뿌리기 사안이 터진다. 이번에는 회사 임직원 70명에게 출산장려금 명목으로 1억씩 뿌린 것이다. 이번엔 이중근 회장 개인 돈으로 안 주고 회삿돈으로 줬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사 내에서는 세무처리가 문제였다고 한다.

 

받는 사람이 세금 너무 물면 안 되니까 받는 사람에게는 증여, 회사는 비용 처리하려고 했다고 한다. 회사가 비용으로 처리하면 법인세에서 빠진다. 연말 결산까지는 마쳤는데 3월 법인세 신고 전 세무 쪽에서 난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증여는 법인세 원칙상 비용처리가 안 된다.

 

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산장려금 세제지원 발언이 나오자 언론에서 부영 출산장려금 기업 증여를 비용처리 인정해달라고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기업증여 비용처리가 법인세 체계 뿌리를 흔든다는 것은 둘째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좀 짜다?’였다.

 

원칙대로 개인에게 증여로 주고 회사는 손금불산입으로 처리해봤자 대략 1인당 2600만원 비용처리가 안 되는 건데 70명이면 18억2000만원이다. 여기에 21% 세율 곱해봐야 4억 세금 내는 거다. 부영은 2022년 손실이 나고, 어쩌면 2023년 법인세 낼 게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023년 손실이 나도 잘해봐야 이월결손공제 받을 게 좀 까이는 건데, 70억을 통 크게 내놨으면서 4억 세금이 아까워서 떤다? 수억씩 척척 순천동산초‧중‧고 동창들에게 뿌렸던 그 위풍당당한 배포는 어디에 있고, 그 배포를 칭송하던 언론은 또 어디 있나. 이거 회사 내규를 바꿔서 매년 하는 건가. 이사회 의결은 받은 건가. 

 

그리고 기업 증여의 비용처리는 세법 논리를 벗어나 한국의 조세체계를 부러뜨릴 여지가 있다. 

 

기업 비용 처리 인정 기준은 사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영업활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 장학금 주고 그런 거는 인건비로 들어간다. 직원 경조사 관한 증여가 무슨 영업활동인지 분석한 보도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심 조금 안심하는 부분도 있었다. 왜냐하면 기재부가 출산장려금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를 법인세제과가 아닌 소득세제과로 두었기 때문이다. 2월 16일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이 출산장려금은 근로소득임을 못 박기도 했다. 근로소득세로 가면 기업은 인건비 처리를 하면 되고, 개인은 자기 소득에 맞춰서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런데 언론은 포기하지 않았다. 쪼개기 분할과세, 비과세 등 온갖 이상한 발상이 튀어나왔다.

 

기재부도 참지 못했는지 2월 17일 저세율 분할과세 보도에 대해 그런 거 검토한 적 없다고 반박자료를 뽑았다.

 

언론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2월 19일 1억을 2000만원씩 쪼개기 과세하는 방안마저 제시했다.

 

이것도 이상한게 그렇게 할 거면 한꺼번에 1억 주지 말고 5년에 나눠서 그냥 근로소득으로 주시면 된다. 도대체 얼마나 아끼는 임직원에게 주셨길래 회장님께서 세금을 호소하시는 걸까.

 

이런 걸 쭈욱 보다보니 소득을 받는 곳과 소득귀속연도를 쪼개거나, 가짜 인건비로 처리하고 임직원 차명계좌로 페이백 받는 수법 등이 온갖 사장님들 탈세 수법이 떠오를 지경이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것마저 떠오를 정도로 언론판은 혼미했다.

 

 

3. 쌍방울과 희극

 

부영 출산장려금 보도들을 보면서 가장 기가 막혔던 이유는 이 괴상한 요구들이 2월, 법인세 신고를 한 달 앞두고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근로소득 쪼개기 과세든 비과세든 뭔가 하려면 소득세 본법 개정 사항이다.

 

예전에 투기과열지역 전매제한 유예를 풀 때도 깜짝쇼하듯 언론 나팔로 풀더니 이번에도 제대로 된 논의없이 이런 식으로 입법을 풀겠다고? 아무리 총선이 걸렸지만. 법제와 국회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닌가.

 

입법 제안이란 게 있지만, 입법을 두고 이 정도 언론 대동단결은 2014년 세법개정안-연말정산 파동 이후로 본 적이 없다.

 

세상에 세금 신고 한 달 남겨놓고 법 바꿔달라고 하는 게 어디 있나.

 

아무리 저출산 문제가 중하다고 한들 윤석열 정부, 국회는 결혼출산증여 비과세로 이미 2억을 풀어줬다. 여기에 또 얹어주자는 주장이 도대체 정상인지 모르겠다.

 

정부 내에선 법제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법은 건축물과 같아 구멍이 자꾸 생기면 구조는 복잡해지고, 부실 가능성은 커진다.

 

이런 식으로 구멍이 하나 생기면, 다른 곳에서도 뚫어달라고 요구하게 되어 있다.

 

혹자는 이런 식의 기부가 기부단체 기부금 자체를 줄일 수 있고. 혹자는 재벌 산하 상속용 재단들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던 와중에 쌍방울이 갑자기 출산장려금을 뿌리겠다고 나섰다. 대북 송금 관련하여 회장이 수사받는 그 곳이었다.

 

출산장려금 과세혜택을 관철시키려면 우군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 우군이 하필 검찰 이슈가 있는 쌍방울이라니.

 

골계미, 해학, 이 촌극을 무어라 말할까. 국회의원 4년간 코미디를 배우고 간다는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의 말이 떠올라 그만 말이 멎고, 웃음이 나온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장미의 이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 웃음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원리주의자 호르헤 수사는 웃음은 악마가 사람을 짐승같이 만드는 타락한 것이라고 하지만, 합리를 상징하는 윌리엄 수사는 이렇게 말한다.

 

“코미디는 작은 마을이란 뜻의 그리스어 카마이에서 나옵니다. 희극은 카마이에서 잔치 후 흥겨운 여흥극이고요. 희극은 영웅서사가 아니라 비천하고 어리석으나 사악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희극은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통해 사람의 부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웃음을 통해 교육적 가치가 있는, 선에 달하게 합니다. 성인의 서사시보다 열등한 인간세계를 그림으로써 진리에 도달하는 것, 그게 웃음이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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