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며칠 전 지하철에서 70대의 연세 지긋한 분을 만났다. 강남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데 화장을 하지 못했다고 하자 나는 흔쾌히 그 분께 눈썹 그리는 화장품을 빌려드렸다.
그분은 인천의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살던 강남의 집을 팔고, 4억 가까이 되는 보증금을 주고, 월 250에 가까운 생활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해 겨우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생활하고 있는 실버타운은 옆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언제든 급한 일이 생길 때면 질병 관리와 치료가 바로 가능하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에 있었음은 분명했다.
그분은 그러한 안락한 생활 덕분이었는지 얼굴에는 주름이 없고, 밝은 기운이 역력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비단 힘없고 약한 모습 정도로 생각해 왔던 나는 그분처럼 풍요롭고, 평안한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어졌다.
이제 얼마 안 남은 노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며 ‘어떻게 저분처럼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했다. 물론 그분의 눈에 보이는 모습 전부가 그분의 처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최근 저출산율에 애달은 정부가 출산율 장려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대책은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만났던 그 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인원은 몇 명이나 될까?
우리사회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2024년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993만 8000명, 15세에서 64세까지는 3632만 8000명을 기록했다. 0세에서 14세까지는 65세 이상의 절반 수준인 548만 5000명을 기록했다.
결국 앞으로 5년 안에 젊은 층 1명이 65세 노인인구의 1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가 도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준비 없는 고령화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밋빛 미래로 낙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산출한 최근 5년간(2017~2022년) '최저임금 미만 급여 근로자'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최저임금(당시 시급 9160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근로자 275만 6000명 중 45.5%(125만 5000명)가 60세 이상이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초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2명 중 1명이 고령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일자리도 부족한 마당에 임금까지 적으니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 자료에 따르면, 소득에 자산까지 포함하는 연금화 방식으로 볼 때 한국이 26.7%로(소득 기준 43%), 독일10.7%, 미국9%, 호주7.9%, 이탈리아7.3%, 영국6.6% 등에 비해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KDI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보다 적은 노인을 빈곤 노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KDI는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의 실질적인 소득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더 선별적으로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선별을 잘해야 한다. 또한 노후 안정자금으로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을 활용해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저소득·저자산층에 더 집중해야 한다. 소득 인정액 기준도 낮춰 더 두터운 기초연금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노인들 일자리 창출과 정신적 육체적인 부분까지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8.15 광복 후 보릿고개를 넘기고, 격변의 시기를 보내며 자녀를 교육 시켰던 부모 세대를 거울 삼아,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층, 중년층의 미래에 더 이상 가난한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물림 해서는 안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는 지금, 노인 복지는 결코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수도 없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신적인 측면, 건강 측면, 주거 측면, 정서 측면, 경제 측면의 노후 대책이 다각도로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나이 듦이 축복이고, 풍요이며, 행복이라 생각을 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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