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저출생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통계를 작성한 1970년(4.53명)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조(粗) 출생률’은 작년 4.5명으로 전년 대비 0.4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수는 23만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 1만9200명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첫째아 출산수는 1년 전에 비해 6600명(4.6%↓) 줄었고 둘째아 및 셋째아 출산수는 각각 9600명(11.4%↓), 3000명(14.7%↓)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각종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최근 대통령실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는 육아휴직 제도 강화,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신혼·출산가구의 주거지원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처럼 정부가 저출생 해결 방안에 적극 나선 가운데 민간 기업에서도 직원 대상 결혼·출산·육아 지원 정책을 점점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국내 여러 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각종 저출생 지원 정책(결혼·출산·육아 등)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편집자 주]
◇ SK그룹, ‘가족친화 경영’ 목표…구성원 출산·육아 부담 경감
SK그룹은 ‘가족친화 경영’을 우선적인 목표로 내걸었다. 즉 가족 중심적인 고용정책과 여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 그룹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단순 학자금 지원 및 육아휴직 보장을 넘어서 휴직 기간을 대폭 확대하고 난임 시술비 지원, 초등 자녀 돌봄 휴가 등 ‘임신-출산-양육’에 이르는 육아 전 주기 지원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출산·육아 부담을 덜어주면서 장기적으로는 국가 저출생 위기까지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는 구성원을 상대로 법정기준 공통 복지 제도와 함께 각 사별 차별화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기업문화 Upgrade TF’ 설립…임신·출산 존중 문화 조성
그룹 내 핵심계열사 중 한 곳인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이 출산·육아 등의 부담을 덜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사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여러 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의 출산율 상승이 곧 국가 차원의 저출생 위기 해결책이라는 판단 하에 ▲난임 휴가·의료비 지원 ▲임신 전체 기간 임산부 단축 근로제 ▲다자녀 출산 축하금 지급 등을 시행하고 사업장 내 예비 부모를 위한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또 여성 구성원이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 육아휴직 ▲입학자녀 돌봄휴직 등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초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이끄는 ‘기업문화 Upgrade TF’ 설립해 ‘가족친화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업문화 Upgrade TF’는 임신·출산을 겪는 구성원을 존중·배려하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임신 축하 Package(패키지)’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출산을 앞둔 여성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임신 축하 Package’에는 컴퓨터·휴대전화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한 담요, 철분제·엽산제·튼살로션, 통근버스 등에서 우선 배려 받을 수 있는 임산부 사원증, CEO의 축하메시지 등이 포함된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이 충분한 리프레시(Refresh) 기회를 부여받아 가정 돌봄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매달 1회 금요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해피프라이데이(Happy Friday)’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장기근속휴가를 5년 단위 1주, 10년 단위 3주로 확대 적용했다.
이외에도 구성원 가족을 일터로 초청하는 반도체 팹(Fab) 견학 프로그램, 구성원과 가족이 함께 즐기는 휴양 시설 제공 프로그램 등 가족 참여형 복지도 지속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가족친화 경영’에 집중한 결과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 국내 반도체 기업 최초로 여성가족부가 지정하는 ‘가족친화 최고기업’에 선정됐다.
◇ SK이노베이션, ‘출산 전 휴직’ 제도 등 차별화된 정책 운영
SK이노베이션은 국가 보장 제도인 ‘태아검진시간·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외에도 회사 자체적으로 ‘출산 전 휴직’까지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출산 전 휴직’은 임신 초기 또는 출산 전 구성원 본인이 희망할 경우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개월가지 휴직을 부여하는 제도로 임신 초기에 사용하거나 출산·육아휴직과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육아를 위한 제도로는 육아(수유)시간,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 근로에 더해 SK 행복 어린이집, 가족 돌봄 휴직 등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족 돌봄 휴직은 질병·사고·노령·자녀양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휴직 제도로 연간 90일 중 10일은 1일 단위 휴가로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자녀 학교 행사 참석 및 휴교 등 긴급한 자녀 돌봄이 필요할 때 쉬운 휴가 사용이 가능해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게 SK이노베이션측 설명이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은 난임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난임휴가는 최대 5일간 사용 가능하며 난임 시술 직후 안정을 위한 휴식기간도 포함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최대 10일간 사용할 수 있고 분할 사용도 가능해 필요에 따라 나눠서 활용할 수 있다.
◇ SK온, 올해 4월말부터 육아휴직 최대 2년 연장
SK온은 올해 4월말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한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임신 중이거나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양육이 필요한 구성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남녀 제한이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만큼 SK온은 향후 아빠가 된 남성 구성원들의 육아 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온에 의하면 실제 올해 4월말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중 절반 이상이 남성 구성원이다.
SK온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법정 출산휴가(90일)와는 별개로 최대 3개월까지 쓸 수 있는 ‘출산 전 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회사는 임산부 구성원에게 사내 주차장을 이용, 엑스레이 등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을 위한 정기 건강검진 및 보안검색 대상에서 제외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SK온은 가족 돌봄 휴직과 유연근무제를 비롯해 난임 휴가, 결혼기념일 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유치원 및 초등학교·중학교 진학 자녀의 입학축하금·학자금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 SK텔레콤, 별도 승인 절차 없는 출산휴가로 구성원 배려
SK텔레콤은 2018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데 이어 202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가족친화적 제도를 앞당겨 시행해왔다.
지난 2020년 10월 SK텔레콤은 남녀 구성원 모두 육아휴직을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에 더해 임신 전 기간 동안 근로시간 단축 신청 가능, 최장 90일간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 등의 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출산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는 별도 승인 절차없이 구성원 본인이 승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9년에는 DYWT(Design Your Work&Time)를 도입해 4주 160시간 내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해 유연하게 근무할 수도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주 금요일 휴식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해피프라이데이’를 제도를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시행 중이며 ▲근속 연수 5년 주기로 ‘Refresh(리프레시)’ 휴가 및 복리 후생 포인트 부여 ▲미숙아 출산·제왕절개 수술 등 의료비 및 건강검진 지원 ▲자녀 수에 따라 차등화된 출산장려금 ▲가족스키캠프 등 다양한 복지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조세금융신문, 정부·국회 및 아시아권과 저출생 극복방안 모색
한편 조세금융신문은 오는 11월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아시아 저출생 원인과 극복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황을 진단하는 세미나 1부 행사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동기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다음으로 저출생 해결을 위한 국가간 정책공조 등을 다룰 2부 토론 행사에는 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저우위보 중국 인민망 서울지사장, 미키토 다쓰다 일본 고마자와 대학교 경제학 교수, 팜 민 투이 베트남 호치민 국립지역 정치아카데미 교수, 박소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북한학 박사), 마리아 디멘토바 러시아 리아노브스티 통신 서울지국장 등이 참여해 저출생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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