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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故 최종현 선대회장 '선경실록' 복원 성공…위기 극복 해법 담겨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 지난 3월말 완료…고 최종현 선대회장 육성녹음 등 13만여개 자료 복원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SK그룹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육성녹음 3530개 등 13만여개 자료를 27년 만에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했다.

 

2일 SK그룹은 그간 그룹 수장고에 장기간 보관해 온 30~40여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해 디지털로 변환한 뒤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 3월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SK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 약 5300건, 문서 3500여건, 사진 4800여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이중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는 오디오 테이프 3530개 수준인데 이는 하루 8시간을 연속 청취해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만큼의 분량이다.

 

특히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록에는 과거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 제시와 혜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지난 1982년 신입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학연‧파벌을 형성하면 안된다”면서 한국 내 만연한 관계지상주의를 깨자고 임기 내내 수차례 강조했다.

 

또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는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면서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면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강화를 시사했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준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된다며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이외에도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SK그룹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위기 극복했는지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요청에 따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있다.

 

또한 타 그룹 총수들과 산업 시찰에서 나눈 대화, 외국담배회사가 한국 내 유통 협업을 제안하자 ‘비즈니스는 결국 신용’이라며 거절한 일화, 김장김치 보관법 등 고 최종현 선대회장 생전 겪었던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디오 테이프에 남아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방대한 양과 너무 오래된 기간으로 인해 복원이 녹록치 않았으나 첨단기술 동원해 품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남긴 자료는 이른바 ‘선경실록’으로 불릴 만큼 방대하기에 한국 근현대 경제사(史)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로 쓰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은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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