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고령화가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증가하면 재정지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효과는 5.9%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행응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치출 성장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을 발표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과 김철주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조사역은 우리나라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증가하면 재정치출 충격의 성장효과가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미국과 OECD 국가(한국 포함)들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한 기존 연구의 결과와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령화 시대에는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마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지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경기침체시 고령화 이전과 비교해 더욱 큰 규모의 재정지출이 요구되므로 경기가 안정적일 때 선제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령층 비중 1% 증가, 재정지출 경제성장효과 5.9% 감소시켜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00년 1.48명에서 2021년 0.81명까지 하락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2000년 6.9%에서 2021년 16.7%로 증가했다. UN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다. 이때 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를 넘는 것을 일컫는다. 나아가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해외연구에 따르면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는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재정지출이 GDP에 미치는 영향도 약화시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한은이 실증분석을 거친 결과에서도 지난 2004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 중 우리나라 고령층 비중이 1%p 증가하는 동안 재정치출의 경제성장효과를 5.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노동공급 감소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부의 제정지출 확대는 총수요를 증대시켜 국내 생산을 늘리거나 정부투자 등을 통해 고용을 새롭게 유발하는 효과가 있지만, 고령화로 인해 노동공급이 줄면 이와 같은 고용증대 효과가 약화돼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
또 노동공급이 줄면 고용이 증대되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다시 소비가 확대되는 수요 측면의 채널 역시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64세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2021년 기준 20~29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였고, 30~64세는 76%였으나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6%에 그쳤다.
또 고용의 질 악화 측면에서도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재정치출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총수요에 대응해 기업이 자본투입을 늘려 생산을 확대하는 경우 고령층의 노동은 다른 세대에 비해 자본과의 보완재적 성격이 약하므로 기업의 자본투입 확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수요갸 제약되면서 재정지출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전체 전체 취업자중 고령층 비중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9.3%에서 2021년 19.3%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 변화가 재정지출의 성장효과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 소득 불확실성에 따라 미래를 대비해야겠다는 관념이 강해지고, 결국 경제주체의 소비성향이 위축되면서 재정지출의 성장효과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정부, 선제적으로 재정여력 확보해야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과 김철주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조사역은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와 고용의 질 악화 및 소비 성향 둔화가 재정지출 성장효과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재정지출을 통해 고령화 이전과 같은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달성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재정지출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나아가 이 과장과 김 조사역은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늘것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가야 하고 경기침체시 고령화 이전과 비교해 더욱 큰 규모의 재정지출이 요구되므로 경기가 안정적일 때 선제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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