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우리나라 가계에서 고령층일수록 같은 연령 집단 내 소득 불평등이 대폭 확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경제 전반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고령층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와 소득불평등’ 보고서를 통해 “집단 내 소득양극화가 큰 고령층 인구 비중의 확대가 1995~2021년 중 우리 가계 전체 소득불평등의 약 3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가계의 연령 집단별 소득 타일지수(Theil index)를 살펴보면, 모든 조사 기간에 걸쳐 60세 이상 고령층부터 집단 내 소득 불평등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양상을 띠었다.
타일지수는 지니계수와 달리 소득 불펴등도의 하위구성(소득유형 등)별 분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주체 간 상이한 교육 수준 등 소득을 좌우할 수 있는 생애 초기 조건들이 연령 증가에 따라 영향이 누적된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연구에서도 이 가튼 유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선 각 연령별 소득불평등 지수에 대해 출생연도집단효과(cohort effect)와 조사연도효과(year effect)를 통제한 채 동일 출행연도 집단이 연령 증가에 따른 불평등 변화 효과를 추출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7%를 넘어섰다. 2018년 14.3%로 높아지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사 고령 인구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가계 소득불평등 수준도 1990년 이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부터 동일 연령 집단 내 소득불펴등 정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연령집단별 소득 불평등도를 소득 유형별로 살펴보면 근로소득 비중이 전연령층에 걸쳐 가장 높으면서, 고령층일수록 사업 및 임대소득의 기여도가 확대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근로소득의 경우 60대 이상은 법정 은퇴연령이 가까워짐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가구, 잔류 가구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소득은 고령층이 무수익 및 영세업자 비중이 컸다. 창업 대비 폐업률이 놓아 사업성과의 가구 간 격차 또한 높았다.
고령화에 따라 동일 출생연도 집단 내 가구간 불평등도가 상승하는 연령효과(age effect)는 40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은퇴 시기가 도래하는 50대 후반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소득불평등도의 향후 경로를 전망해본 결과 2021~2030년 연령효과에 따른 불평등지수 상승폭이 2001~2020년 누적된 연령효과의 3분의 2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손민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소득양극화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 내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고령층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경우 고령층의 노동공급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임금,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