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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9쪽 부동산 대책, 그러나 민심에 닿은 것은 없었다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지난 9월 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 자료는 49쪽에 달한다. 장황한 설명과 화려한 수치로 채워졌지만, 국민이 얻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도, 민심에 닿을 해법은 없었다.

 

연간 27만호, 5년간 134만9000호 착공이라는 거대한 숫자가 강조됐다. 그러나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착공에서 입주까지는 통상 3~5년이 걸린다. 그 사이 금리, 원자재 가격, 분양 시장 상황이 바뀌면 계획은 언제든 흔들린다. 당장 2026~2027년 입주 물량 공백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미래의 착공 계획이 아니라 지금 들어갈 수 있는 집이다. 49쪽 어디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LH는 국토부 자료 기준으로 연간 5만호 안팎의 착공 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부채가 이미 170조원을 넘어 내년에는 19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27만호 착공 목표를 내세우는 건 공허한 선언일 뿐이다. 장부상의 숫자는 유지될지 몰라도, 현장에서는 속도와 품질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49쪽 자료가 두꺼워질수록 국민의 불신만 깊어진다.

 

대출 규제 강화도 민심과 거꾸로 간다. 전세대출 한도 축소는 세입자를 월세로 내몰고, LTV 규제는 외곽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앗아간다. 정책의 칼날은 투기 세력이 아니라 약자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49쪽 어디에도 이들을 위한 방패는 없었다.

 

시장 체질을 바꾸려면 세제 개편이 필수지만, 보유세·양도세 조정은 빠졌다. 거래가 막힌 시장에서는 매물이 나오지 않고, 결국 호가만 높아진다. 국민이 체감할 변화는 없는데, 자료 곳곳에는 ‘공급 확대’라는 선언만 되풀이됐다.

 

국민은 이미 학습했다. 3기 신도시, 270만호 공급 약속 모두 처음엔 거창했다. 다만 인허가 지연, 재원 부족, 주민 반발로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결국 공급은 늦어지고 줄어들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냉소가 번진다. 국민은 49쪽 문서를 넘기며 “또 종이만 늘린 것 아니냐”는 한숨을 내쉰다.

 

정책은 두께가 아니라 신뢰로 평가받는다. 국민이 원하는 건 49쪽짜리 자료가 아니다. 단 한 줄의 신뢰, 눈에 보이는 집 한 채, 지켜질 수 있는 로드맵이다. 49쪽 어디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민심에 닿을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두께로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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