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5 (목)

  • 구름많음동두천 6.8℃
  • 맑음강릉 10.4℃
  • 연무서울 8.3℃
  • 맑음대전 12.7℃
  • 맑음대구 13.4℃
  • 맑음울산 14.7℃
  • 맑음광주 13.0℃
  • 맑음부산 13.6℃
  • 맑음고창 11.2℃
  • 맑음제주 12.8℃
  • 구름많음강화 5.3℃
  • 맑음보은 11.2℃
  • 맑음금산 11.0℃
  • 맑음강진군 13.6℃
  • 구름많음경주시 13.9℃
  • 맑음거제 12.1℃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국세청장이 말하는 신뢰…사람인가, 원칙인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장이든 대통령이든, 장들은 신뢰를 버릇처럼 입에 올린다.

 

하지만 신입 말단이라도 이런 말 안 믿는다.

 

강한 자는 형편 따라 쉬이 약속을 깨먹는 버릇이 있는 탓이다. 약속을 깨는 것은 강자만의 특권이다. 

 

신년 시무식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이 꺼낸 이신위본(以信爲本)이란 말도 그렇다.

 

겉뜻은 ‘신의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얌전한 말이지만,

 

속뜻은 ‘지휘관이 부하들과 기본적인 약속도 못 지키는 게 무슨 조직이냐’는 제법 거친 말이다.

 

제갈량 4차 북벌 때의 일이다.

 

제갈량은 장안 서쪽 기산을 포위해 병력을 전개했다.

 

위나라는 북쪽 선비족을 견제하며 위군의 명장 사마의와 장합을 기산에 보냈다.

 

교전 직전 촉군에게 병력 순환 시점이 찾아왔다.

 

토, 일은 쉬어 줘야 다음 주 일하듯 군도 전후방 부대를 주기적으로 교대해줘야 전력이 유지된다.

 

촉 장군들은 교대를 막았다. 적군이 눈 앞에 있으니 후방 교대 부대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전방 교대 병력을 빼지 말자고 했다.

 

제갈량은 거절했다. 그간 내가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군을 지휘해왔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약속을 깨면 누가 나를 따르겠느냐고 반박했다.

 

그 때 제갈량의 말이 이신위본이었다.

 

제갈량은 좋은 사람이라서 신의를 강조했을까.

 

 

제갈량의 북벌은 성공하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애초에 국력차가 너무 컸다.

 

위나라에는 자원과 사람이 많았고, 신뢰로 다스리기 보다 자원을 관리할 절차만 잘 갖추면 됐다.

 

약한 촉은 부하들에게 내줄 게 많이 없었다. 인재, 자원, 전략적 입지, 모든 면에서 뒤쳐졌고, 제갈량이 기댄 마지막 보루가 조직력이었다.

 

제갈량은 예정대로 전력 20% 교체를 지시했다. 도박이었다. 제갈량은 장병을 믿었고, 장병도 원칙을 믿었다. 이어진 노성전투에서 촉군은 위군을 저지하고 추격해 온 장합을 사살했다.

 

국세청장, 아니 국세청은 어떠한가.

 

 

다른 편에 있던 장수를 관대히 보내줄 수 없었고, 젊은 유망주에게 편도행일 수도 있는 지방국세청장 표를 끊어줬다.

 

더 큰 우려는 그간의 믿음이 깨질 수 있다는 일선의 불안이다.

 

전방에 6개월 있으면 후방에 3개월 보내준다는 식의 소박한 믿음이다.

 

누가 고생했고, 안 하고는 서로 다 안다.

 

이들은 인사 결과가 반대로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용산 상황은 녹록지 않다.

 

1년도 안 되는 정권이 벌써부터 신뢰를 하달했다.

 

충성심을 시험대에 올렸다.

 

하지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인사대상자들이 아니다.

 

이신위본으로 약속을 지킬지, 약속을 깨는 강자의 특권을 누릴지.

 

이 시험은 오롯이 각급 인사권자들의 몫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